살아가야 할 날보다 되돌아볼 날이 더 길어질 때

책에 빠진 마흔 중반, 다시 꿈을 꾸다

by leeks

내 꿈이 뭐였지? 아니 지금 내 꿈이 뭐지? 내가 꿈을 꾸긴 하나?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아내와 하고 싶은 것, 딸들과 해보고 싶은 것. 먼 뒷날을 생각하지 말고 ‘바로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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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교도소에 보냈다. 사기꾼도 있었고, 도둑도 있었고, 성폭행범이나 조직폭력배도 있었다. 나 같은 공무원을 교도소에 보내기도 했다. 저 밑바닥 인생부터 사회지도층이라 하는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직장에 들어온지 20년이 넘도록 나름 열심히 살았다. 스스로 그렇게 믿고 마음을 다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날마다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모든 것이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하여 승진이라는 산을 넘기 위해 많은 것들을 희생했다. 아내와 함께할 시간,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자존심. 일터에서 일이 많고 힘든 건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사람 때문에 힘든 건 견디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다. 계급정년이란 것에 걸려 쉰 살도 되기 전에 퇴직하는 선배를 바로 옆에서 보았다. 여기에 더하여 동료가 뇌출혈 따위로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같이 일했던 후배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지켜보았다. 신문과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건 사고들, 내가 손수 처리했던 사건들이 어느 때부터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이 마흔이 넘어 인생을 다시 생각하고, 지나간 삶을 들여다보았다. 살아가야 할 날보다 되돌아 볼 날이 더 길어지기 시작하는 때 책을 한 권 두 권 읽기 시작했다.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답을 찾고자 책을 읽던 어느 순간, 삶에 대한 생각 조각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안개 속을 헤매다가 한 곳으로 모여들어 ‘내 주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쳐 그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는 사람으로 살자’는 조금은 추상적인 다짐을 만들었고, 이것이 내 삶의 목적이자 비전이 되었다.

책을 읽고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나 사건들을 비난하고, 불평하고, 정당화하기보다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사람을 바라보는 내 생각이 바뀌었고, 사물이나 환경을 대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한 순간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에 감정이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잊고 있던’, ‘잃어버렸던’ 그리고 ‘이었으면’ 하며 바라기만 하던 것들을 노트에 쓰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먼 뒷날 이루고자 하는 것만이 아니다. 오늘 이룰 수 있는 것도 있고, 일주일이 걸리는 것도 있고, 한 달이 걸리는 것도 있다. 어떤 것은 평생 걸리는 것도 있다. 크고 대단한 것도 있고, 작고 대수롭지 않은 것도 있다. 난 그것들을 목표로 정하고 나만의 ‘꿈’이라 불렀다. 이 꿈 목록을 지워나가고 새로 쓰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그로 인해 삶이 즐거워지고 영혼이 풍요로워짐을 느끼며 살고 있다. 이런 것이 인생이고 행복이라는 건가.

20년 전 아니 10년 전 진작 책을 통한 즐거움을 알았더라면 지금쯤 내 영혼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삶은 더욱 알찼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시작할 때라고 하지 않던가.


일터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30대 초반 사람들이 일에 파묻혀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 승진에 목을 매고 살고 있는 내 또래 동료들을 보면 씁쓸하기까지 하다. 굳이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그래도 지금은 ‘일과 가정의 균형’-솔직히 나는 ‘일과 가정의 균형’이라는 말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이라는 직장 문화가 많이 퍼져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일에 파묻혀 산다. 그들이 가정보다 일을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사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아직도 일부 윗사람들은 그러한 것을 조용히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일이 전부라 생각하고, 일에 파묻혀 살았다. 그런 생활 속에서 지금까지 선배들로부터 ‘업무에 전문가가 되라’, ‘업무에 정통해라’와 같은 말만 들었지 ‘너 자신을 위한 투자를 해라’, ‘자칫 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수도 있으니,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준비해 두어라’, ‘그러려면 무엇 무엇을 해야 한다. 어떤 공부를 해야 한다’, ‘너 자신의 영혼을 살찌울 방법을 배워라’와 같은 더 나은 삶을 위한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즉 성공을 위한 말은 들었어도 성장을 위한 도움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새로 들어오는 젊은 친구들에게 줄곧 하는 말이 있다. ‘일만 하지 말고 퇴근하면 너 스스로를 위한 계발에 힘써라. 그리고 책을 많이 읽어라.’ 나도 아직 책을 많이 읽지 않았는데 말이다.


일에 파묻혀 살고 있는 동료들을 보면서, 내가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그들과 나누면 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날마다 같은 시간, 같은 길을 따라 출근과 퇴근을 되풀이하며 지루할 만큼 똑같은 나날을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아!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저 사람도 나이가 마흔 중반인데도 새로운 꿈을 꾸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저런 식으로 애쓰고 있구나’ 하는 위안을 주고 싶었다. 실제 나는 직장에서 독서동아리 활동을 해보았다. 의외로 가슴속에 있는 뭔가를 끄집어내어 그것을 풀고 싶은 사람들이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노력했다. 그들에게 꿈을 꾸게 해주고 그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이러한 내 마음이 글을 써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겐 또 하나의 꿈이 되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내가 바로 책을 통해 그 길을 찾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나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 나와 하루에 한 권을 읽는다, 3년에 천 권을 읽는다 하는 사람들처럼 독서 고수가 아니다. 또한 결코 남보다 잘나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나도 대한민국에서 사춘기 딸들을 둔 평범한 아버지이다.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마트에 장을 보러가는 보통 남편이다. 어떤 이는 나를 경찰이라 부르고, 누구는 형사라 부르고, 또 누구는 수사관이라 부른다. 하지만 저녁이면 동무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월급쟁이 중 한 명일뿐이다.


지금부터 써나갈 이야기는 나의 자전적 에세이라 해도 좋고, 나의 인생 이야기라 해도 좋다. 공무원을 포함하여 평범한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내 생각을 함께 나누고, 틀에 박힌 생활 속에서도 책을 통해 행복을 느끼며 삶의 방향을 새로 잡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책을 좋아하지만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며 속을 태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쓰는 방법을 알려주어 도움을 주고 싶다. 이제 갓 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에게는 나처럼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후회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지금 나와 같은 고민을 하거나 이미 은퇴에 다다른 사람들에게는 늦지 않았으니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꿈을 꾸고 함께 꿈을 이루어 나가자는 말을 하고 싶다.

비록 나도 아직 나의 꿈들을 모두 이루지 못했다. 진행중인 이야기이다.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한다. 하지만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한다. 밝은 내일을 향해 씩씩하게 그들과 함께 가고 싶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꿈을 위해 함께 가고 싶다. 비록 꾸는 꿈은 서로 다를지 모르지만 함께 길을 걸어가고 싶다. 서로 선한 영향력을 미쳐 좋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사회, 그래서 이 사회가 조금 더 나은 쪽으로 바뀔 것이라는 작은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을 영원히 잡아두는 방법은 내가 깨달은 지혜를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길밖에 없다’는 삶의 지혜와 ‘과거로부터 물려받기만 하지 말고 깨달은 지혜를 후대에 물려주라’는 삶의 지침을 실천하고자 감히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부디 이 글이 단 한 명에게라도 새로운 꿈을 품고 그것을 이루어 나가는데 도움이 된다면 나의 꿈 하나는 또 실현되는 것이다.


『성공은 명확한 목표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 나폴레온 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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