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나의 꿈 그리고 지금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했나

by leeks

몇 해 전이었다. 책을 읽던 어느 때 갑자기 ‘어릴 적 내 꿈이 뭐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생각해 보았는데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중학교 때로 기억한다. 친한 친구와 건축가가 되어 함께 멋진 건물을 짓자고 했던 대화가 생각났다. ‘그래 맞아. 한때는 건축가가 꿈이었지.’ 그런데 조금 뒤, 이게 진짜 꿈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건축가라는 꿈을 꾸었는지 그 이유가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때 텔레비전이나 어디에서 멋진 건축물을 보았거나 훌륭한 건축가를 보았던 것이리라. 물론 초등학교(나는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때는 대부분 그렇듯이 나도 많은 꿈이 있던 걸로 생각한다. 그런데 우습게도 지금은 그 꿈들이 뭐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대통령, 과학자, 우주인, 비행기 조종사, 판사, 검사, 의사 뭐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고등학교 때는 수학과 과학이 재밌어서 미국 엠아이티(MIT) 공대에 간 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들어가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했고 대학은 항공우주공학과나 전자공학과를 목표로 공부했다. 초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이때는 꿈이 구체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꿈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경찰을 한다. 앞에서 말한 내 친한 친구도 지금 건축가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한다. 하긴 그 친구도 살아가는 동안 꿈이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나의 꿈이 갑자기 바뀌어 버렸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드래곤볼’과 ‘시티헌터’라는 만화책이 인기가 있었는데 나는 시티헌터를 무척 재밌게 보았다. 시티헌터 주인공은 ‘몸짱’에 얼굴도 잘생겼고, 예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인물로 기억한다. 그는 해결 못하는 사건이 없다. 물론 시티헌터 만화책이 내가 경찰이 되게 한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다.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재밌었고 흥미진진했다. 그 뒤 경찰에 대해 조금씩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것이 새로운 꿈이 되었다.

어쨌든 그렇게 선택한 꿈을 이루어 지금까지 20년이 넘도록 천직으로 알고 일을 하고 있다.

경찰관 대부분이 그렇지만 경찰은 책임감, 사명감 없이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이곳을 거쳐 가는 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이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 어려운 일에 맞닥뜨릴 때면 마음속으로 이 문장을 떠올리며 버텼다. 경찰이 천직이라는 생각은 바뀐 적이 없었고, 이 조직을 떠난다는 생각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경찰에 들어오고 3년쯤 지났을 때 수사부서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이때 처음 받은 '사기' 사건이 있었는데, 내가 이 부서를 떠날 때까지 거의 1년을 붙잡고 씨름한 사건이었다. 간단히 설명하면, 한 아주머니가 할머니에게 접근하여 친자식처럼 잘 대해주면서 결국 할머니의 돈을 야금야금 뜯어간 사건이었다. 옛날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그렇듯이 이 할머니는 돈을 은행에도 맡겨 놓았지만 집 장롱에도 보관했다. 할머니는 글자를 몰랐다. 그 여자는 2천만 원을 빌리면서 차용증은 2백만 원으로 써놓는 경우도 있었다. 할머니가 글자를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죄질이 매우 나쁜 사람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이런 사람은 구속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사건을 풀어나갔다. 그리고 결국 1년이 다 되어 갈 무렵 그 여자를 구속시켰다. 이 사건이 내게 ‘수사’라는 경찰업무를 계속하게끔 만든 바탕 힘이 되었다. 나쁜 사람을 교도소에 보낼 때 느끼는 보람이랄까. ‘이것이 참으로 경찰이 하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20년이 다 된 사건이지만 지금도 이 사건을 생각하면 마음 한쪽에 뿌듯함을 느낀다.


내가 경찰에 들어와 이처럼 수사에 첫 발을 들여놓았을 때 정말로 열심히 일했다. 저녁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그것도 모자라 사건기록을 싸들고 집으로 가져갔다. 집에 있는 컴퓨터로 다하지 못한 서류를 작성하고 아내에게는 서류에 쪽 번호 매기는 것을 맡겼다. 그때만 해도 볼펜으로 기록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일일이 번호를 써야만 했다. 정말 단순노동이었다. 그것을 아내에게 부탁했다. 주말에도 마찬가지였다. 진짜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렇게 1년을 하고 파출소로 나가게 되었다. 두 번 다시 수사는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파출소에서 1년 정도 근무할 무렵 다시 수사부서로 들어올 생각이 있냐는 연락을 받았다. 수사가 나에게 천직이었나 보다. 이때 수사부서에 다시 들어와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수사를 하고 있다.

그게 전부다. 지금 내가 꾸는 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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