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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ks Mar 21. 2019

천국과 지옥

아이들이, 어른들이 꿈꾸는 천국은 어디일까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이 문장은 조세희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 나오는 글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래전 할머니께서 살아계셨을 때 나에게 해 주셨던 일제강점기 시절 얘기, 6.25를 거쳐 못살던 시절 얘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시절을 몸소 겪으셨던 할머니다. 많은 것들이 좋아진 시절을 사는 나는 할머니께서 살았던 때를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구태여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생각한다 해도 내가 겪은 게 아니니 잘 알 수도 없겠지만.

  할머니께서는 6·25 때 남편을 잃고 홀로 남겨진 아들을 데리고 힘겹게 사셨다. 아마 내 할머니도 천국을 생각하셨을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떠오르다 보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지금 고등학생 아이가 둘 있다. 이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할까 생각해보았다. 물론 나도 힘든 고등학교 시절을 겪었긴 하지만 요즘 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 아이들은 아니 요즘 학생들은 천국을 살고 있을까, 지옥을 살고 있을까. 내 생각에 지옥을 사는 게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저 소설에 나온 문장대로라면 지금 아이들은 천국을 생각하고 있으니까. 밤늦게까지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생각하고, 자소서, 생활기록부에 한 줄이라도 더 쓰기 위해 봉사활동이니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고 싶어 한다면 괜찮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게 더 안타깝다. 아이들은 이런 걸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생각한다. 그 세상이 바로 아이들이 생각하는 천국이 아닐까. 그래서 지금 우리 아이들이 지옥을 살면서 천국을 생각하고 있지 않나 한다. 

    

  우리 어른도 많은 사람이 천국을 생각한다. 특히, 요즘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는 이름으로 부동산 투자 같은 곳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이것도 천국을 생각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직장을 꿈꾸는 사람은 지금 다니는 직장을 지옥이라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나를 보며 생각할 때 지금 내가 있는 자리가 그 사람이 보기엔 천국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가 천국이라 생각한다면 구태여 다른 천국을 꿈꾸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두 가지를 생각해보고 싶다. 하나는 우리 아이들이 더는 천국을 생각하지 않게 지금을 천국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것. 나머지 하나는 지금 내 자리를 지옥이라 생각하지 않고 천국이라 생각하면 어떨까 하는 것.   

  

  나는, 아니 당신은 지금 천국을 생각하고 있는가, 지옥을 생각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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