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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May 21. 2023

누구나 늙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난 아버지와 친하지 않다.

사실 아버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아버지가 아프신 이후가 돼서야 일부러라도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그런 내가 효녀여서가 아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함이다.


사람의 인생은 언젠가 모두 끝난다.

세상에 먼저 나왔다고 해서 가는 것도 먼저 가지는 않는다.


몇 년 전에 덤프트럭에 치여서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다.

죽음이란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나는, 어쩌면 삶과 죽음이 한 끗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사건이었다. 물론 지금 무사히 잘 지내고 있다.




다시 아버지 얘기를 해보겠다. 병원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2번이나 쓰러져서 응급실로 실려 가셨다.

응급실에 급하게 가서 뵌 아버지는 삶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이제 병원에서 더 이상 나갈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랬던 아버지가 비급여로 맞는 항암주사를 맞으시고 몸이 갑자기 좋아지셔서 퇴원을 하셨다.

굉장히 비싼 치료비가 나왔지만 '다리를 절면서라도 숨을 쉴 수 있는 몸이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고!' 안심을 했다.


그런데 집에 온 아버지는 평상시 건강하실 때 했던 데로 산에 가시겠다고 고집을 부리셨다.

건강하셨던 아버지는 집 뒷산에서 매일 등산을 하셨다. 퇴원하고 다리를 절면서 산으로 가시겠다고 고집을 부리셨다. 멀쩡한 사람도 하산할 때 더 조심해야 하는데, 하물며 다리가 불편한 노인인데 얼마나 걱정이 되는가?

집 앞에 평지에서 운동을 하시라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듣지를 않으신다.


우리 집은 진정부모님의 집과 차로 1시간 거리이다. 퇴근시간에 차가 막히면 2시간도 걸린다. 아버지가 걱정돼서 한걸음에 달려간 딸입장에서는 아버지 맘대로 하시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 조금은 야속하다.


그렇게 아버지 맘대로 하시겠다면, 아프실 때도 식구들의 도움 없이 혼자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불효녀인가?) 계속 산에 올라가시겠다고 고집을 부리셔서 "올라가실 때만 걸어가시고 내려오실 때는 차를 타고 오시라"고 했다. 옆으로 난 길을 통해 차를 가지고 산에 올라가서 기다렸다. 그런데 주차할 데가 없어서 몇 바퀴를 빙빙 돌고 겨우 주차를 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도착한 아버지가 차를 안 타신다고 이제는 또 고집을 부리신다.

아직 해가 안 떨어졌으니, 더 운동을 하고 가시겠다는 것이다.

'아~~~~ 아버지! 어찌하란 말입니까? 나는 조금 있으면 우리 집으로 돌아가야 되는데요.'


내 차를 타고 같이 가신 어머니가 차에서 내리시고 아버지와 같이 하산 하시기로 하고, 나는 차를 몰고 부모님 댁에 가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 상황에서 나는 자신의 고집만 부리는 아버지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이제 인생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자신이 하고 싶은데로 살기로 했구나!"라고 이해가 갔다. 하지만 '아버지! 아프기 전 아버지도 고집대로 사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데로 모든 걸 이루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누구나 늙는다. 늙음의 속도는 늦출 수는 있어도 늙지 않을 수는 없다. 누구나 공평하게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늙는가?'는 나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나는 나중에 늙게 되면 최대한 귀를 열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힘들지 않게 말이다. 예전의 가부장적인 아버지들은 남의 말은 '찰떡 '같이 듣고, 가족의 말은 '개떡'같이 듣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사람이 우리 아버지였다. 심지어 자식의 대학 학과도 처음 본 사람이 '좋다'라고 얘기한 것으로 밀어붙인 게 우리 아버지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옆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서운했던 마음이 모두 사라졌다.

이렇게 고집스러운 아버지라도 좋으니 '오래오래 우리 곁에 있어주세요.'

불과 얼마 전에 응급실에서 아버지 손을 잡고 얼마나 울었던가?


"아버지! 하시고 싶은 거 하세요. 그리고 옆에만 오래 있어 주세요. 식구들의 말도 가끔은 들어주시고요!'

엄마가 많이 힘들어하시니까요.


이런 말 한 적 한 번도 없지만,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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