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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May 23. 2023

바빠야 다른 생각이 안 난다.

빈 둥지 중후근이 뭐야?

나는 한동안 남편과의 사이가 안 좋았다.


솔직히 말해 한동안이 아니라 몇 년이었다.

그 시기에 아이들은 사춘기에 들어 들었고, 남편은 밖으로만 돌았다.


'이러다가는 우울증 약을 털어놓거나 정신줄을 놓겠구나!'라고 생각할 때쯤이었다.

내가 잊고 있었던 내가 생각이 났다. 나는 음악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던 '문학소녀'였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에는 세계문학전집이 있었다. 없는 살림에 동네 알던 아줌마가 책을 판다고 큰맘 먹고 엄마가 집에 들여놓은 책이었다. 하지만 그 책은 오랫동안 우리 집 거실 장식품일 뿐이었다. 우리 형제들 중에 아무도 그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이 하드커버에 겉은 번지르르해 보였는데 안에 글은 누가 번역한 것인지 어찌나 읽기가 어렵던지 책 앞을 몇 번 뒤적이다가 덮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는 당시 초등학생일 때 도전하기 시작해서 중학교 때까지 그 많은 전집을 하나씩 읽기 시작해서 모두 읽었다. 그것도 이해가 안 가는 책들은 여러 번 읽었다. 물론 성적 호기심에 '채털리부인의 사랑'이라든가 '보바리 부인의 사랑'이라든가 이런 책을 열심히 일부분을 읽기는 했다. ㅎㅎ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그 책들을 읽었던 건 나였다. 백 권이 넘는 전집이 장식품에서 책의 역할을 다하게 해 준 건 나의 공이었다.




어렸을 때의 그랬던 내가 어느 날 떠올랐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을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네이버는 내일 매일 사용하는 것이니까 그 매체가 제일 자연스러워서 거기서부터 시작한 것 같다. 뒤이어 티스토리, 브런치, 인스타그램, 헤드라잇, 유튜브까지 지금은 글을 쓰고 있다. 글로써 밥을 먹고사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글을 쓴다. 남편은 돈도 안되는걸 매일 그걸 붙잡고 있냐고? 타박을 한다. '당신이 내가 글 쓰는데 도와준 거 있어?' 물론 속으로만 생각했다. 말로 했다가는 또 다툼이 생기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냥 생각날 때마다 글을 썼다. 


마음이 심란하고 괴로우면 할 말이 많아진다. 내 가족의 얘기를 누군가 다른 사람한테 한다는 것은 쉬은 일은 아니다. 그것도 좋은 일도 아니고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을 얘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나는 그렇다)


그런데 내가 힘들면 글을 쓸 소재가 넘쳐났다. 남편 때문에 힘든 일, 딸이 말 안 들어서 속상한 일, 시부모님 때문에 괴로운 일, 친정부모님 때문에 속상한 일 등등. 이 당시에 글을 보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비관적이고 괴롭고 우울하다. 그런데 그 글을 쓰고 나면 현실에서 있었던 일들이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글쓰기'라는 것이 묘하게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 나는 그랬다.


혹시 내 글이 너무 솔직해서 SNS에 올리기 민망하면, 글만 저장하고 '발행'버튼을 안 누르면 된다. 나는 이 방법을 많이 사용했다. 누군가가 봐도 괜찮은 글만 '발행'해서 올렸다. 여기 '브런치'에도 '발행'하지 않은 나의 글이 많다. ㅎㅎ 


그 어두운 터널을 '글쓰기'로 힘겹게 버터며 지내왔더니, 다른 글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독서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나의 얘기는 말하기가 힘겹다. 하지만 내가 읽은 책을 다른 사람한테 소개하고 나의 생각을 적는 것은 훨씬 수월했다. 




하나의 플랫폼에 글을 수록해서 나의 기록이 쌓이게 되면 그것으로 다른 플랫폼에서도 글을 공유할 수가 있게 된다. 물론 같은 것을 똑같이 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무언가 글감이 쌓여있는 것과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후자가 훨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가 수월하다. 그렇게 블로그 글에서 티스토리, 인스타그램, 브런치,  헤드라잇, 유튜브까지 플랫폼을 확장하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바쁘다. 눈뜨면 할 게 너무 많아서 좋다. 내 또래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이 이제는 엄마를 찾지 않는다고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 일명 '빈 둥지증후군'이다. 하지만 나는 그럴 시간이 없다. 나는 매일 루틴으로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없다. 물론 새벽에 문득 외로움을 느낄지는 모르지만, 하루종일 무기 역하게 가족만 기다리거나 이제 '나 혼자 무엇을 해야 하나?' 헤매지는 않는다.


요즘은 얼마 전에 시작한 유뷰트 콘텐츠를 만드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는 중년들에게 '글쓰기'를 적극 권한다. 그리고 SNS와 친해지기를 추천한다. SNS에 나의 일상을 공유하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기를 권한다. 그러다 보면 돈이 되든 안 되는 그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오기도 한다. 젊은 사람들의 습득력과 나이 든 사람들의 습득력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빠르게 못 배우면 어떤가? 천천히 하면서 계속 공부하면 알게 된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이게 나의 요즘의 공부법이다.)


기회도 없고, 돈도 못 벌면 어떤가? 나의 정신건강에 '글쓰기' 만큼 좋은 것이 없는데 말이다. 물론 '뇌운동'을 했으니, '신체운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금상첨화'이다. 오늘도 이 글을 쓰고 운동화 끈을 묶고 강아지와 산책을 나갈 것이다.


바빠야 쓸데없는 딴생각이 안 난다.

내가 경험했다. 혹시 지금 시간은 많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거나, 바빠서 시간은 없는데 너무 외롭다면 매일 글을 쓰고, 그 글을 SNS에 올려라!

'빈 둥지 증후군' 그건 생각도 안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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