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수 May 29. 2023

사는 곳이 계급이 되는 사회라고?

개나 주라 그래!


아이들끼리도 처음 만나면 '어디 사냐고?' 물어본다.

'이부망천'이라고 떠들던 정치인이 떠오른다. 의식적으로 얘기하지 않더라도 마음속 깊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공식석상에서 그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이혼하면 부천으로 가고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이부망천)

이런 말을 어떻게 국민을 대표한다는 사람이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부천과 인천 사람은 그 사람한테 유권자가 아니니까 막말을 해도 되는 것인지?


하지만 우리 마음속에 그런 마음이 없을까?

'너 어디 사니?'라는 질문을 했을 때, '나 청담동에 살아.'라고 얘기하는 것과 '나 인천에 살아.'라고 얘기했을 때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지는 않았었나?


하물며 같은 동네 어린아이들도 신축아파트에 사느냐? 근처 낡은 빌라에 사느냐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세상이 됐다. 


지인 중에 같은 동네에 살다가 서울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 간 사람이 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5학년일 때 이사를 갔다. 조금 더 늦으면 새로 이사 간 곳의 커뮤니티에 속할 수 없다면서 큰애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전학을 갔다.


그때는 아이를 키우는데 정말 머리를 많이 쓰면서 산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아이들이 대학생이 된 후 생각해 보니까 그 사람이 현명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네는 전국 10위권 안에 드는 소위 명문 고등학교가 있다. 그럼 그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 대부분이 사회에서 한 자리씩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좋은 대학을 갔다고 해서 꼭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항상 예외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말 통계적으로 볼 때 돈 많은 부모를 가지고 있고, 좋은 대학을 나온 아이들이 성공할 확률이 낮다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그런 아이들은 자신이 아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돈 걱정 없이 평탄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잘 못 사는 부모밑에서 자란 아이가 그조차도 좋지 않은 대학을 들어가게 된다면.. 주변에 아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렇다면 어떻겠는가? 물론 인생에서 돈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 만족도'보다 아주 못 사는 나라의 '행복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난하면 행복이 앞문으로 왔다가 뒷문으로 빠져나간다는 얘기도 있다.


하다못해 우리나라는 병원 응급실에 갑자기 갔을 때, 없다던 병실이 병원관계자 한 명만 알고 있어도 갑자기 자리가 나는 희한한 사회이다. 서울대를 나온 '이지영'강사가 서울대 새내기들에게 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녀가 말하기를, 지금 주변의 친구들이 지금은 별 볼 일 없어 보일지 몰라도 앞으로 평생 동안 자신을 밀고 이끌어줄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자신도 처음 'EBS'강의를 했을 때 자신을 발탁해 준 사람이 서울대 시절 몇 번 보지 못했지만, 알고 있는 선배였다고 했다. (물론 '이지영 강사'는 소위 흙수저 출신이어서 인기를 더 끄는 것 같다.) 


사는 곳이 아니라면 학교라도 스스로의 노력으로 탑으로 가지 않는다면 인생의 그만큼 업그레이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게 현실이 됐다. 그렇다고 부모만 원망하고 징징 거릴 것인가? 


자신은 '중졸'이면서 막노동을 하는 사람이 두 아들을 모두 서울대에 보낸 경우도 있다.(지금은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지만) 비결을 물어보는 인터뷰에서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에 호기심을 가지고 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자신도 참고서 한 권을 30번 이상씩 보면서 포기하지 않고 공부한 사람이었다.('그릿'이 넘치는 사람일 것이다.)


확률이 낮다고 내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다. 계속하다 보면 타고난 재능보다 '그릿(끈기, 열심히 하려는 열정, 열의)이 더 성공을 좌우한다는 말을 믿어본다. 하지만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고 그릿이 높다고 하더라도, 수영장 비용을 내고 강습료를 낼 능력이 있는 부모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뛰어난 수영선수가 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재능이 있다고 해도 모두 재능을 발휘할 수는 없다. 성취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그릿'이 필요하다.


'사는 곳이 계급이 되는 사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는 곳을 물어보고 선입견을 가지고 당신을 대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바꿀 수 없다고 주저할 필요는 없다. 그런 말은 '개나 주라 그래!'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젊은 부자들이 온다.'라는 책도 있다. 가능성은 희박할지언정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계급과 상관없이 나의 능력으로 나를 변화시길 수 있는 시대이다. (나는 아직까지 그렇게 믿고 싶다.)





아래에 타고난 계급에 관련해서 '아비투스'라는 책에서 언급한 내용을 첨부한다.


(질문) 돈보다는 문화자본이 사회적 환경 사이에 더 진하게 선을 긋습니다. 출신을 극복하는 데 3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더 빨리 한 단계 높이 올라갈 방법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대답) 개방적인 자세로 여행하기, 낯선 사람들과 만나기, 자아 성찰하기, 위기 수용하기, '교육내용'에만 집중하지 말고 한 걸음 더 멀리 내디뎌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교육이란 새로운 질문을 세상에 던지고 복합성을 이해하도록 정신적 능력을 기르는 일입니다. 옛날 인문학자들도 알았던 사실입니다. 지식을 소유했다고 믿는 사람은 패배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아비투스)



                    











                     









작가의 이전글 식물도 관심과 사랑을 줘야 잘 자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