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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Jun 01. 2023

'네 알겠습니다.'라니?

나 비굴한 건가?


이제 비굴함이 몸이 밴 건가?

화를 내야 할 때 '네 알겠습니다.'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왔다.

내가 너무 비굴하게 살고 있는 건가? ㅠㅠ



자주 가는 도서관이 있다.

책을 의도적으로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곤 한다.

대출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까, 그 기한안에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게 되니까 말이다.

그게 바쁜 일상 속에서 나만의 독서를 위한 방법이랄까?

 

그런데 희한하게 내가 자주 가는 도서관에 불친절한 남자 사서가 있다.

존댓말은 하고 있지만 고압적인 태도로 항상 얘기를 한다.

무엇을 물어보면 사무적으로 '그것도 모르냐?'라는 태도로 사람을 대한다.

'싸워야 하나?'라는 내적 갈등을 몇 번이나 겪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한두 번 이용하는 것도 아닌데, 얼굴 붉히지 말자는 생각으로 참아왔다.


오늘도 사소한 문제가 발생해서 문의를 했다. 다른 사람한테 문의하고 싶었지만 항상 내가 이용하는 시간에 그 사람이 근무를 한다. 할 수 없이 그 남자 사서한테 문의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불친절하다.

얘기하는 동안 무척 기분이 나빴다. 그럼 화를 내던지, 아무 말도 안 하고 그 자리를 피하든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나도 모르게 '네 알겠습니다'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왔다.

'네 알겠습니다.'라니?

싸워도 모자란 판에 이건 무슨 비굴한 멘트지?


나는 전의를 잃고 자리를 피했다ㅠㅠ

날마다 고개를 숙이고 최대한 사람들한테 친절하게 대하고 살았다.

그랬더니 몸에 비굴함이 이제는 뱄나?



아! 왜 그런 말을 한 건가?

아니야, 그만큼 열심히 산 증거야!

돈 벌려고 열심히 살다 보니까 그런 태도가 몸에 밴 거잖아!

나는 비굴한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 산거잖아. 아니야, 비굴한 거야? (마음속이 시끄럽다.)


마음이 시끄러울 때는 글쓰기가 약이지.

글을 쓴다. 쓰다 보니까 시끄러웠던 마음이 점점 정리가 된다.


자식을 키우느라 돈을 버는 일은 신성한 일이다.

그 일에 귀천이 있을까? 높고 낮음이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쁜 일 빼고 하는 밥벌이는 신성한 것이다. 내가 잘못된 게 아니다. 나한테 문제를 발견하려 하지 말자.


나는 도서관이 좋다. 책이 많이 있어서 좋다. 내가 원하는 책을 많이 고를 수 있는 곳이어서 좋다.  한 사람이 별로라고 해서 그 장소를 내가 피하고 싶지는 않다. 세상에 좋은 사람들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다. 친절한 사람도 있고 불친절한 사람도 있다. 그걸로 나의 소중한 감정을 낭비하지 말자!


다음에도 그 사람이 그렇게 한다면 나도 똑같은 말투로 해주리라!

침착하자! 정신바짝 차리고! 감정을 실지 마라! 감정을 실으면 내가 지는 것이다.

오늘도 다시 한번 멘탈을 부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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