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상황에서 피하지 말자
나는 다른 사람에게 욕먹는 걸 싫어한다.
욕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만은 돌이켜보면 후회스러운 순간들이 있다.
그때 내가 욕먹더라도 나의 감정을 정확하게 얘기했더라면 그 사람과의 관계가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정확하게 불편한 걸 얘기하고 그때 해결하려 했으면, 지금 내 옆에 그 사람이 있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나는 싸움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남들과 불편하게 지내는걸 많이 불편해한다.
그래서 내가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정확하게 어떤 게 부당한지 얘기 못했던 것 같다.
그냥 "저 사람은 나랑 맞지 않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피했던 것 같다.
그런 후 계속 연락도 안 하게 되고, 연락이 와도 피하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과의 관계는 정리가 된다.
처음에는 내가 참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가 욕먹는 게 두려운 나머지 그냥 갈등 상황을 회피한 것이었다.
한 번은 아이가 친구와 싸워서 그 아이의 엄마와 그 상황에 관련해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보고 있던 지인이 그렇게 불편한 얘기를 하는데, 왜 이렇게 상냥하게 얘기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사실 난 그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내가 그런 식으로 얘기하고 있는지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항상 다른 사람한테 좋은 인상을 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살았던 것 같다.
때로는 다른 사람한테 화를 낼 줄도 알아야 한다.
결국 그렇게 하지 못하고 나 혼자 계속 참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할 수가 있다.
물론 그 상대방과의 관계도 좋은 리 만무하다.
내가 다른 사람한테 친절을 베풀고 참아주면 다른 사람이 알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보면 아무도 모르더라.
슬프지만 현실은 배려가 어느새 권리가 돼 버리기 일쑤다.
요즘 읽은 책에서 이런 문구가 있었다.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관계에서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미움받을 수 있는 상황, 즉 갈등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맛볼 수 있다." (출처: 욕 좀 먹고살아도 괜찮습니다.)
관계는 상대적이다.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하기를 똑같이 하지 않는다.
이상하게 나만 무시당하고 사는 것 같은 기분은 어쩌면 정말 인지도 모른다.
아파트 1층에 야외등이 한참 전부터 꺼져있었다.
우리 딸이 학원 갔다 오면 저녁인데 단지 안에 그 길의 야외 등이 꺼져 있어서 깜깜해서 너무 무섭다고 했다.
그래서 관리사무실에 전화를 했더니, 관리사무소 여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상냥하고 예의 바르게 전후 사정을 얘기하고 야외 전등이 나오게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되어가는데도 시정이 안됐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알겠다고" 얘기를 해서 기다렸는데, 또 한 달이 지났는데도 시정이 안 되는 것이다.
관리사무실에 찾아갔다.
관리사무소장을 직접 만나서 조금 격양된 목소리로 얘기했다.
"왜 좋게 얘기하면 어떤 것도 시정이 안되는지? 따져 물었다."
그랬더니 여러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현실을 그 바로 다음날 그 야외 전등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몇 달 동안 해결안 되던 일이 갑자기 말이다.
욕 좀 먹고살아도 당당하게 갈등 상황을 얘기해야겠다.
얘기 안 하고 나만 참으면 나아지는 상황은 없다.
그냥 조용할 뿐이지, 어떠한 상황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진정한 자유를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