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날개 달기

by 이광


우리는 자신의 내면에서 삶의 동기를 찾아야 한다.
그러면 삶 자체가 즐거움이 되고 끊임없이 새로운 면을 띠게 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글을 쓰면서 욕심이 생긴다거나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책장에서 꺼내 읽는 책들 중 하나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다. 475페이지로 엮어진 이 책의 어느 부분을 읽더라도 마치 월든 호숫가를 한가로이 걷고 있는 듯이 마음이 차분해지고, 그러다 보면 작가의 시선으로 내 주위를 둘러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또한 담백하고 진솔한 문장들에서 월든 호수만큼 깊고 드넓은 작가의 사유를 접함으로써 나의 좁고 얕은 사유를 가로세로 각각 1인치씩이라도 늘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글을 읽다 보면 만약 작가에게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에 대해 글을 써보라고 하더라도 마치 거미가 실을 뽑아내 듯이 작가는 문장을 막힘없이 뽑아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하찮은 사물일지라도 아무런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가지 않고 마음을 열어 진솔한 교감을 해온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나의 일상을 곰곰이 반추하게 함으로써 많은 깨우침을 주는 스승 같은 책이다. 하지만 이 훌륭한 책을 읽을 때 의도와는 다르게 출판사가 안티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책의 판매는 잘 되고 있고 앞으로도 또한 그러하리라고 짐작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책의 판형을 조금만 더 크게 하고 글자 크기도 조금만 더 키웠더라면 누구라도 이 책의 진가를 수월하게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475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읽는데 유난히 작은 크기의 공간에 작은 글자들을 숨 쉴 틈 없이 빽빽하게 심어 놓음으로써 독자의 시력을 쉽게 피로하게 하여 결국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마는 결과를 초래한다. 나는 읽을 때마다 이러한 점이 무척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기존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남긴 소감을 통해 잠정적 독자들은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펼쳐 든 많은 독자들이 끝까지 읽어내지 못하고 중도에 덮어버렸다는 소리를 종종 듣게 되었다. 물론 어떤 책이 아무리 좋다고 할지라도 개인의 상황에 따라 책의 내용이 마음에 와닿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다는 책이라 할지라도 독자들의 편의를 생각해서 책을 출판한다면 그 훌륭한 책에 날개를 다는 격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난 다음 다시 [월든]을 펼쳐 읽어 보았다. 나지막한 소리로 마치 시조를 읊조리듯 읽는데 조금 전과는 다르게 글자가 조금은 더 커 보이는 것 같았다. 출판사에서 최첨단 원격조정장치를 가동하여 책의 글자 크기를 늘렸을 리는 만무하고 얼핏 그렇게 보이는 것은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내 생각을 미리 읽고 책이 제깐에는 최선을 다해 글자를 조금이라도 커 보이려 애를 쓰는 건지도 모른다. 아니면 앞에 늘어놓은 넋두리를 조금은 희석시키려는 마음에서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넋두리를 늘어놓아서 그런지 책에 더 깊은 애정이 생기는 듯하다. 아마도 속마음을 열어 보여서 그럴 것이다. 누구에게라도 속마음을 열어 보이면 그 순간부터 끈끈한 애정 같은 것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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