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세상 끝자락 도서관 The Library of the Edge of the World
펠리시티 해이스 매코이 Felicity Hayes-McCoy 지음 / 서울문화사 출판
아일랜드 출신 한나 케이시는 런던에서 공부하던 중 변호사 말콤을 만나 결혼하게 되고 한 번의 유산의 슬픔을 겪은 후 딸 재즈를 낳는다. 한나가 재즈를 데리고 아일랜드 친정에서 휴가를 보낸 후 집에 돌아갔을 때 남편 말콤이 다른 여자와 자기 침대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여자는 한나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둘의 불륜은 한나가 첫 아이를 유산했을 때부터 지속되었던 관계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한나는 재즈를 데리고 엄마 메리가 살고 있는 아일랜드 땅끝마을로 돌아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한나는 결혼 실패로 딸을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온 여자란 생각 때문에 스스로 위축감을 갖고 있으며 지역 도서관 사서로서의 일이나 아일랜드에서의 시골 생활에 대해 별다른 애정 없이 무심하게 생활해 나간다.
한편 남편 말콤은 자신이 이혼할 생각이 없었는데도 한나가 일방적으로 딸을 데리고 자신을 떠나버렸다고 주장하면서 한나에게 위자료를 한 푼도 주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딸 재즈는 항공사 승무원이 되어 파리에서 생활하게 되고 한나는 엄마와 둘이서 살게 된다. 엄마 메리의 신경질적인 성격 때문에 한나와의 관계는 원만하지 않다. 이로 인해 한나는 사망한 고모가 자신에게 남겨준 집을 수리해서 엄마로부터 독립할 계획을 세운다. 건축업자인 퓨리가 한나의 집수리 작업을 시작했을 때 주 의회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나가 근무하는 지역 도서관을 폐관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도시에 치우친 예산 배정으로 인해 시골에 사는 주민들은 도서관을 비롯한 편의시설들을 이용하기 위해 멀리 떨어진 도시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을 겪게 될 것이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신의 정원>이라는 책이 발견되고 주민들이 그 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책에 나와 있는 수녀원의 정원을 복원하기 위해 주민들이 동참하게 된다. 한나는 미카엘 수녀의 도움으로 수녀원 정원 복원 및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세상 끝자락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 프로젝트는 언젠가부터 공동체 의식이 사라져 버린 시골 주민들에게 동기를 제공해준다.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지역의 균등한 발전을 위한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주 의회에 제안서를 제출함으로써 지역 도서관을 지키기 위해 힘을 모은다.
결국 세상 끝자락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이 살아나 교류가 활발한 지역이 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주민들과 교류 없이 무심하게 살아왔던 한나에게도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융화되어가는 계기가 된다.
399페이지로 엮어진 소설 『세상 끝자락 도서관』은 내가 본래 읽으려고 계획했던 책이 아니다. 도서관 서고에서 책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내가 이 소설을 집어 든 것은 제목 때문이었다. ‘세상 끝자락’이란 말에는 시련이 내포해 있음을 경험으로 알 수 있다. 또한 시련을 직면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기를 바라는 기대감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떠한 시련을 겪는다 할지라도 사람들은 어떻게든지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기 마련이다. 그것은 인간이 본래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생존본능일 것이다.
도서관은 매우 흥미로운 소재가 될 수 있다. 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이 책을 매개로 만나게 되는 곳이다. 각자 관심 있는 책은 달라도 책을 읽고 책을 빌리기 위해서 주민들이 향하는 곳은 도서관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은 만남의 공간이자 각자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공간이다. 예상대로 소설 속 도서관은 주민들이 모여 지역의 관심사를 이야기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게 되면서 어느 순간 단순한 소통을 뛰어넘어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한나는 도서관에서 떨어져 있는 마을을 돌며 이동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풍경일 수 있지만 도서관에 올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동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아무리 변두리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 같이 지역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을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동도서관은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의미에서 사람들과 교류 없이 무심하게 살아가는 한나에게는 주민들과 부대끼면서 시나브로 그들과 하나가 되어가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소설 속에서 사람들이 연대하기 위해서는 작은 동기가 필요했고, 그 동기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향수에서 촉발되었다. 마을 사람들의 마음 한편에 숨어있던 따뜻한 추억을 되살리는 일은 사람들을 연대에 동참하게 한다. 결국 세상 끝자락 도서관을 구하기 위한 프로젝트에서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봉사에 참여하면서 지역 전체에 활기를 되찾게 한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전에 감동적으로 읽었던 캐서린 아이작의 소설 『유 미 에브리싱 You Me Everything』이 떠올랐다. 한나를 통해 상기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은 결국 사람들과 부딪혀가며 살아가는 가운데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예상치 못했던 시련과 마주해야 하고 기대와는 전혀 다른 슬픔과 갈등 속에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생은 아름답고,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가 이 삶을 간절히 소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