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참으로 모를 일이다. 예전에 간간이 시를 읽어도 ‘아, 좋다 '라고 느낀 적은 있었지만, 시인이 되겠다거나 시를 써봐야겠다는 것을 꿈꿔본 적도 없었다. 내가 시를 쓴 것이라고는 초등학교 때 교장 선생님의 지목으로 얼떨결에 동시 대회에 출전하게 되면서 한 번 써본 게 전부였다. 그런데 어쩌다가 시를 쓰게 되었고 시인으로 등단까지 했지만, 시의 효용에 대해 그리 많이 생각하지는 못했다. 나에게 시는 오로지 치유의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시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 마음의 소리를 함축과 운율로 풀어내면 시가 되는 것이고, 그대로 옮기면 산문이 된다. 우리는 순환되는 사계절을 살아가며 때로는 기쁜 날을, 때로는 슬픈 날을 만나기 마련이다. 시 속에는 기쁨과 슬픔이 그대로 담겨있다. 마치 계절이 끊임없이 변하는 것처럼 시도 계절의 옷을 입고 벗는다. 때로는 낭떠러지에 걸린 밧줄을 잡고 기어오르는 것처럼 절박할 때도 있었고, 때로는 화사한 봄날의 한 줌의 햇살만으로도 삶의 더할 나위 없는 사치를 누리기도 했었다. 밤이면 같은 자리에 뜨는 별들의 안부를 묻고 알퐁스 도데와 윤동주를 떠올리며 나만의 별자리를 만들기도 했었다. 이런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일상이 시가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제대로 숨 쉴 수 있었다.
시에는 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시에서 때로는 대견스럽고 때로는 안쓰러운 나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떨 때는 나 자신이 마음에 들고, 어떨 때는 나 자신이 몹시도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맘에 들든 안 들든 그것 또한 나인 것을.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삶을 사랑할 수 없고 결국 살아낼 수도 없다. 그러한 생각을 다시 시로 쓰면서 모든 나를 사랑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열 손가락이 제각기 각자만의 모양과 쓸모가 있는 듯이 내가 가진 여러 모습도 그러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시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시를 통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시는 나를 치유해 주었다.
세상에는 아름답고 훌륭한 시들이 참으로 많다. 그런 시를 읊조리면 시인의 사유의 지평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감탄하게 된다. 어떤 시는 어찌 그리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지 또 감탄하게 된다. 때로는 칼보다도 더 날카로운 시어로 사회의 부조리나 부정의를 도끼로 조각 내버리는 듯한 시에 존경하는 마음이 들고, 때로는 세상의 모든 감성을 깨우는 시를 읽으며 시란 모름지기 이런 것이야 한다는 생각에 숙연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지은 시는 사회 개혁을 목적으로 하거나 깊은 철학이 담기지도 않고 그저 평범하고 소박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시가 나 자신을 사랑하게 하고,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사랑하게 한다면 결국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믿는다.
각자 주어진 삶에서 자신만의 여운을 남기고자 하거든 전망 좋은 커피숍 창가에 앉아 메모지 위에 자신을 그리는 시를 써보거나 아름드리나무 아래 놓인 벤치에 앉아 시집을 펼쳐 읽어보라. 그 순간 삶의 사치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