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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a May 22. 2022

지극히 인간적인

올해 들어 한 달에 한 번씩 가톨릭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있다. 5월 서평을 위해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 리스트에서 내가 선택한 책은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삶의 길을 묻다>라는 책이다. 이 책의 초판은 2017년에 출간되었고 최근에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된 것이다. 사실 나는 2017년에 이 책을 이미 읽었고 지금도 그 책은 서가에 자리하고 있다. 내가 읽었던 책을 다시 서평을 쓰겠다고 선택한 것은 그때 책을 읽으면서 꽤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우리와 동떨어진 인물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좌절을 고스란히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삶이 던져주는 명제의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지극히 인간적인 인물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인간적인 삶과 그가 남긴 훌륭한 업적을 통해 성장이란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서평의 첫 부분은 다음과 같다.


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잠시만 걸어도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날씨가 꽤 덥다는 생각이 들어 헤아려 보니 이제 여름이더군요. 얼마간 땀을 흘리며 더위와 밀당을 하다 보면 가을이 되고 그다음에는 추위와 밀당하는 겨울이 되겠죠.           
계절의 흐름을 경험하다 보면 우리가 각각의 계절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옷만 보더라도 우리는 계절에 맞게 적당한 옷을 골라 입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지혜라 할 수 있겠죠.
그러면 이러한 지혜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바로 경험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경험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보완해주는 것이 책일 것입니다. 책 속에 나와 있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 지금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깨달음을 얻고 또한 이를 실천함으로써 성장하는 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역사적 인물의 삶을 살펴보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역사적인 인물이 처했던 환경이 지금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좌절을 그때도 똑같이 겪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역사적 인물이 명예욕, 성욕, 출세욕 등 갖가지 욕망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우리와 닮은 그저 보통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인물의 가르침은 더욱더 우리 마음에 와닿게 됩니다.           
이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 바로 아우구스티누스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1,600년 전 인물이지만, 급변하는 현대 사회와 비교될 수 있는 로마 제국의 격변기를 살았던 가장 영향력 있는 그리스도교 사상가입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삶의 길을 묻다>의 저자인 박승찬 교수는 고 김수환 추기경 연구소장도 맡고 있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내 기억 속에 '지극히 인간적인 인물'이란 표제를 달고 있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작고하기 한 해 전에 병원과 사제관을 오가는 추기경의 근황을 보여 주는 다큐멘터리가 텔레비전에서 방영되었다. 그때 김수환 추기경이 인터뷰 도중에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해주길 바라시느냐'라고 질문하는 기자에게 되물었다.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아?"


이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 깊이 차오르는 뜨거운 감정으로 인해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장면은 여전히 잊히지 않고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신앙인의 삶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예수님처럼 세상 사람들을 위해 나 자신을 온전히 내놓는 것이 아니겠는가.

주님은 그 정도로 당신을 낮추고 비우면서까지 우리 밥이 되어주었습니다.

나 역시 예수님처럼 모든 것을 바쳐서 모든 이에게 밥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정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표어대로 살지 못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보가 바보들에게 김수환 추기경의 잠언집> 중에서-



 평생 동안 사제의 길을 걸어왔고 한국의 첫 추기경이라는 직위까지 오른 종교계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큰 어른으로서 당신의 삶을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돌아보며 남긴 이 고백 또한 두고두고 잊힐 것 같지 않다.


시간이 흘러 그 두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바로 나 또한 나약한 인간임을 자각하게 하고, 그로 인해 느끼는 같은 인간으로서의 애정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 앞에 서야 한다. 그때가 되면 나는 내가 살고자 했던 대로 삶을 살아왔는지 회고하게 될 것이다. 그때 나는 내 삶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지 궁금하면서도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축복을 받아 이 세상에 태어나 한평생 내 욕심대로 살기만 하고 정작 세상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다고 생각할 나 자신이 두려운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그 두려움을 갖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두려움을 간직하고 생각과 행동을 하다 보면 세상에 이로운 쪽으로 얼추 흉내라도 내게 될 것이고 시간이 흐른 뒤에 조금은 더 편한 마음으로 죽음을 대면하게 되지 않을까 해서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평소에 자주 읊조리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 한 편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무엇이 성공인가

                                       

                                    랄프 왈도 에머슨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 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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