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하고 머리 감는 시간보다 샤워하는 시간이 더 짧아서 샤워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샤워하면 개운한 기분이 듭니다. 이처럼 마음도 샤워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살다 보면 왠지 그런 날이 있습니다. 마음에 때가 잔뜩 낀 것 같은 그런 날 말입니다. 삶이 삐걱거릴 때 주로 그런 기분이 들곤 합니다. 물론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특별하고 소중한 내 인생이라도 별수 없이 인생의 법칙을 따라야 하니까요. 그렇게 보면 인생이 공평한 것 같기도 합니다. 때로는 나만 유달리 힘들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요. 사람 마음이 다 그렇습니다. 지금 마음 상태에 따라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마음에 낀 때는 어떻게 없애야 개운해질까요. 일단 나는 청소를 합니다. 세탁기에 입던 옷을 털어 넣고 작동 버튼을 누르고 방방마다 돌아가며 빗자루로 씁니다.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면 소음 때문에 마음이 더 엉키는 것 같아서 오늘 같은 날에는 빗자루가 제격입니다. 모인 먼지는 물티슈로 훔쳐 버립니다. 다음엔 막대 걸레로 바닥을 닦습니다. 바닥을 닦으면서 걸레를 여러 번 빨게 되는데 여러 번 헹구고 힘껏 짜면 마음이 어느 정도 개운해지는 느낌입니다. 세탁기에서 물 빠지는 소리가 들리면 그 모습을 봅니다. 다음에 물 빠지는 소리가 들리면 다시 가서 봅니다. 탈수에 가까워질수록 물이 맑아집니다. 그러면 그만큼 내 마음도 개운해집니다.
이번에는 마른걸레와 분무기를 들고 거실 창문을 닦습니다. 뿌연 창문을 호호 불어가며 닦다 보면 뽀드득 소리가 납니다. 그 소리만큼 내 마음도 개운해집니다. 다음은 욕실 청소입니다. 먼저 변기에 세제를 골고루 뿌려놓습니다. 그리고 욕실 바닥에도 세제를 뿌립니다. 솔을 들고 변기를 빡빡 닦습니다. 하얗게 될 때까지 닦습니다. 욕실 바닥도 있는 힘껏 닦습니다. 욕실 벽, 세면대 아래쪽도 수세미로 팍팍 닦습니다. 그리고 물을 뿌립니다. 그런 다음에 바닥을 제외하고 마른걸레로 닦아줍니다. 욕실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내 마음에도 빛이 나는 기분입니다. 빨래가 다 됐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옷을 하나하나 탈탈 털어 건조대에 널어두고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 햇살과 바람에게 맡겨둡니다. 그러고 나면 바람에 하늘거리는 빨래처럼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청소는 하는 즉시 표가 납니다. 그래서 청소할 맛이 납니다. 그 자리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상 일은 한다고 곧장 표가 나는 것도 아닙니다. 눈에 보이면 조금씩 되어가는구나 생각하고 일할 맛이 나서 더 열심히 할 텐데 말입니다. 세상 일이 다 그런 줄 알면서도 때로는 마음이 삐걱거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데 오늘처럼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무작정 걷습니다. 나는 걷는 동안 손에 묵주를 들고 기도합니다. 집에 돌아올 때면 속옷에 땀이 배어 있습니다. 샤워하고 나면 다시 새로운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오늘처럼 마음이 삐걱거리면 나는 청소하고 빨래하고 기도하며 걷는 것으로 응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