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간다

회사원 A의 퇴근 후 2시간의 행방

by 이광

오후 4시 알람이 울리자 A는 작업대를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온다. A는 늘 그렇듯이 큰길로 가지 않고 건물을 돌아 시장을 가로질러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평소에도 인사성 밝은 A는 오늘도 여전히 눈을 맞추진 시장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오랫동안 지켜봐 온 시장 사람들은 따뜻한 미소로 그의 인사에 화답한다.

"그래,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이니?"

"네"

"수고했다."

"안녕히 계세요."


버스정류장에는 집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다른 승객들을 태우고 있다. 하지만 A는 그 버스를 지켜보고 있을 뿐 탈 생각이 없다. 잠시 후 다른 버스가 도착하자 서둘러 버스에 오른다. 목에 걸려 있는 교통카드를 체크한 후 버스 기사에게 인사를 건네고 운전석 바로 뒷좌석에 앉는다. 이윽고 버스는 그의 집 방향으로 가다가 교차로에서 방향을 틀어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에 올라선다. 그는 인근에 있는 섬을 돌아 나오는 버스에 오른 것이다. 그가 다리를 지나면서 창문을 열자 짜고 비릿한 바다 내음과 생기 넘치는 파도가 펄떡거리며 열린 창문으로 밀려들어 온다. A의 얼굴에도 활기가 넘친다. 곧 버스가 다리를 지나자 A는 다시 창문을 닫고 생기 넘치는 표정으로 앞을 응시한다. A는 각자 나름의 일들로 그 순간 버스 옆을 지나는 사람들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으로 짐작하건대 그는 눈에 보이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건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곧이어 버스기 바다와 인접한 구간을 지나자 A는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가슴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어느덧 버스는 종점에 이르고 A는 버스에서 내려 막 출발하려는 버스로 환승한다. A는 돌아가는 길에도 운전기사의 뒷좌석에 앉아 버스 앞으로 밀려드는 세상을 눈에 담는다. A는 처음 탔던 곳에서 버스를 내린 후 길을 건너서 집으로 가는 버스에 또 한 번 환승한다. 10분 후 A는 집 근처 정류장에 발을 내딛는다. 퇴근 후 집에 가기 전에 버스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것은 서른 살 발달장애인 A가 나름 행복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전 05화싫으면 싫다고 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