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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 강물처럼 Mar 22. 2021

좋은 노래를 들을 때면

내 삶이 좋은 노래가 되기를 소망한다.


함께 늙어가는 가수 김동률 씨가 부른 <멜로디>란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난 드류대학교 "종교와 심리" 박사과정에서 풍운의 꿈을 마음에 품고 하루도 빼먹지 않고 책을 아주 열심히 읽으려고 애쓰고 또 애썼다. 


멜로디 한마디 말보다 진실한 맘을 전하는 메시지
아련한 기억의 조각들 어제처럼 되살리는 마치 마술 같은 힘


말을 통해 다른 이에게 신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며 살아가야 하는 나에게 말은 항상 못 미더운 대상이었고, 사실 지금도 그렇다. 그런 나에게 가수 김동률은 가수로 살아온 자기 삶을 뒤돌아보며 경험한 '가락'의 마성을 노래로 만들었다. 



나를 살아가게 해줬고 세상을 사는 동안에
한 번쯤 이루고픈 부푼 꿈을 꾸게 했고
서투른 마음도 감히 전해볼 수 있도록
또 다른 내가 되어준 그 멜로디


음악을 통해 남과 다른 삶을 누릴 수 있었다고. 음악을 통해 살면서 해보고 싶은 바를 이룰 수 있었다고. 음악을 통해 머뭇거리던 자기를 한 번 더 앞으로 밀어내어 또 다른 자기로 성숙하는 순간을 맛볼 수 있었다고. 



언제나 믿을 수 있는 든든한 친구로
용길 북돋아주는 결코 변하지 않을


음악만큼은 언제나 자기 옆에서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주는 친구였다고 고백한다. 호소력 깊은 그의 목소리는 그런 그의 고백만큼 정직했고, 한길 가는 순례자를 연상케 하며 섣부른 변화를 꾀하지도 않았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걸 붙잡아 소리 소문 없이 끝끝내 갈고 닦는 수련이란 인내를 떨쳐버리지 않았던 그였다. 음악은 수련이었고, 인내였고, 고난이었지만, 동시에 행복이었고 언제 어디서나 기댈 수 있는 미더운 친구였다고 고백한다. 



나를 사랑하게 해주고 세상을 사는 동안에
지나칠 고마움과 소중함을 알게 했고
모자란 생각도 감히 끄적일 수 있도록
또 다른 내가 되어준 그 멜로디


음악이 좋아 음악을 택했고, 그렇게 택한 음악에 자기를 바친 자, 음악을 통해 세상 속에 거하며 살아감과 살아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음악을 통해, 음악과 함께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그의 고백은 나에게 커다란 질문으로 다가왔다. "그대 또한 나처럼 삶의 소중함을 지금 손에 붙잡고 있는 것과 씨름하며 깨우쳐왔나? 심연에서 솟구치는 고마움을 배웠고, 다른 이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그대가 지금까지 살면서 해온 모든 게 실은 모자란 그대의 발버둥에 불과했다는 건 그대는 알고 있었나?" 



이 세상 어느곳 누군가가
삶의 무게로 숨가빠할때
작은 힘이라도 돼줄 수 있다면
이 노래가 그럴 수 있다면


음악을 통해 삶이란 길을 함께 걸어가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고백한다. 종교 지도자로 가르치는 이로 살고 있는 내 삶도 다른 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을까?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내 말과 글, 행동이 조금이나마 힘과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을까? 시인 김동률, 가수 김동률의 노래 한 가락은 내 마음에 평안함과 불안함을 동시에 안겨줬다. 



2021년 3월 22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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