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재앙(財物災殃)
소설가 할란 트롬베이Harlan Thrombey 집에 모든 자녀와 손자, 손녀가 한 자리에 모여 가족 모임을 가진 다음 날 아침 할란은 옥탑방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스스로 목을 칼로 그어 죽었다고 여겨지지만 블랑크Blanc라는 이름의 사설탐정이 경찰 두 명과 함께 집에 찾아온다. 자살이냐 피살이냐, 두 가지 중에 한 가지는 틀림없는데, 사건이 발생하기 전 저녁 가족 모임에 참석한 식구를 따로 불러 심문을 해보니 피살이라고 가정할 만한 뚜렷한 이유를 발견할 수가 없다.
할란이 사는 대저택에 가족이 모두 모인 밤에 일어난 일은 이러했다. 먼저 할란은 큰 딸 린다Linda 사위 리차드Richard를 불러 그동안 저질러온 불륜을 눈치채고 있음을 알렸고, 서둘러 이 관계를 청산하지 않으면 딸에게 외도 사실을 알리겠다고 경고했다. 큰 딸 사위는 시치미를 떼고 할란 방에서 나갔지만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할란이 써놓은 편지를 없애버릴 수 있을까만 생각하며 가족 모임에 참석했다. 그날 밤 할란은 아들 월트Walt를 자기가 쓴 책을 관리하는 출판사에서 해고했다. 동시에 월트의 아내 조니Joni에게 지금까지 손녀 이름 명목으로 훔쳐간 돈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며 유산 상속을 받을 수 없음을 통보했다. 손자 랜섬Ransom과는 말다툼 중 자녀 중 그 누구도 유산을 상속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렸다.
그렇게 가족과의 모임을 끝낸 할란은 언제나처럼 옥탑방에 올라가 자기 건강을 담당하는 간호사 마르타 카브레라Marta Cabrera와 오목을 둔 후 영양 주사와 숙면을 위해 약간의 모르핀 주사를 맞았다. 문제는 그때 발생했다. 마르타는 누군가 바꿔 놓은 주사약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은 채 모르핀을 할란에게 과다하게 주입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구급 주사액이 주사 가방에 들어 있지 않은 사실에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할란은 침착했다. 마르타에게 자신의 죽음이 타살이 아닌 자살일 수 있게 보이게 하는 방법을 마르타에게 설명한 후 - 마르타에게 아무런 잘못을 행하지 않았다는 알리바이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 후, 칼로 목을 직접 그었다.
마르타의 주사 가방 속에 든 주사액을 바꿔치기하고 구급 주사액을 훔친 이는 랜섬이었다. 할아버지의 재산 상속에 화가 난 랜섬은 마르타가 의료사고로 할아버지를 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만들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주사액이 등 병의 이름표를 바꿔 마르타가 모르핀을 영양제로 착각하여 과도하게 주입하게 할 상황을 구성했다. 그날 밤 마르타는 모르핀으로 이름이 바뀐 영양제를 언제나처럼 느낌으로 집어 들어 할란에게 주입했다. 랜섬은 주사액을 바꿨지만, 할란은 실수하지 않았다.
할란이 시신으로 발견된 며칠 후 할란의 전속 변호사는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할란이 남긴 유언서를 읽었다. 랜섬에게 말했듯이, 할란은 모든 재산을 마르타에게 물려주었다. 랜섬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웃음으로 숨긴 채 마르타에게 접근하여 어려움에 처한 마르타를 돕는 거처럼 위장하여 편을 이루었다. 하지만, 랜섬이 고용한 사설탐정 블랑크는 이 모든 과정을 수학 문제 풀듯이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이규태 선생님이 남기고 간 한국 전통문화와 옛날 한국인이 살아낸 삶의 정황에 대한 글 중에 이런 글이 있었다. 일찍 남편을 여윈 한 여인이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물이 땅바닥을 치는 소리가 이상해서 그 자리를 파보니 옛날 누군가 피난 갈 때 숨겨두고 간 보물 항아리가 나타났다. 화들짝 놀라운, 반짝이는 기대감이 북돋았지만, 그 여인은 보물 항아리를 다시 땅을 파묻어 두었다. 그리고는 얼마 후 다른 곳으로 이사 갔다. 먼 훗날 삶을 마감하는 순간에 두 아들에게 말했다. "내가 그때 보물 항아리를 버려두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간 건 너희를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다. 재물은 화를 불러오는 법이다. 이를 명심하고 살라고 내가 먼저 실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