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_멈출 수 있는 힘

2020.05.12.불날

by 이길 colour





[출처: 핀터레스트, 그림: 이길]







책이나 영화 또는 어떤 위대한 인물만큼의

치열함을 지니고 삶을 대한 적은 없다.


치열함이 인생에 개입한 순간,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혹독하게 다룰지를 직감하고,

갖은 비아냥거림과 독설을

시시때때로 잔인하게 퍼부어댈 것임을

감히 예상하기 때문에,

내 인생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거나

그에 따른 보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다만,

땅을 보고 걷는 습관은 바꾸고 싶었다.


고개를 들어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발동될 강박적인 행동과

무의식적인 사고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적어도 등을 곳곳이 펴고

시선을 앞에 둔 채 걷고 싶었다.


내가 보고 듣는 것들과 접촉하더라도

자연스레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는 의지와

의미 없는 것들을 흘려보낼 수 있는 마음의 강단,

꾸며지지 않은 낙관성을 지닌 채 살아가고 싶다.


그러나,

이 사소한 바램과 행동이 나에게는 힘들다.

아이들의 그림 한 장, 일기 한 구절이

나에게는 가슴 절절하고,

문득 들춰낸 사진 한 장과

과거의 기억 하나에 담겨있는 의미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것들을

섬세함이 가진 장점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좋은 점보다는

불편하고 거슬리며 삶의 방해물로 작동할 때가 더욱 많다.


버리지 못하는 편지,

버리지 못하는 물건,

버리지 못하는 기억,

버리지 못하는 감정,

버리지 못하는 태도,

나는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뒤로 역행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함에도,,,,

삶은 지속된다.


끊임없이 반추하고 후회하는 과정 속에서도

유한한 시간은 흘러가고,

과거를 짚다 보니 현재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나의 삶도 흘러간다.


알아차리면 멈출 수 있다.

같은 말을 백 번 하고,

같은 생각을 백 번 되뇌고,

같은 감정을 백 번 이어가더라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엄연히 다른 시간속 존재이기에

알아차리면 멈출 수 있는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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