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_나는 지금 어디?

2020.05.21.나무날

by 이길 colour











삶의 좌표를 가늠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나의 두 발로 땅을 단단히 짚고 서있지만,

정방향으로 가는구나 싶은데 역행하거나

위로 일어서려다 어깨가 짓눌려

주저앉는 일이 부지기수다.


완벽한 직선 그래프를 그리며

우측 사선으로의 고공행진을 내달리면 좋으련만,

나 또는 내 주위의 삶은 대체적으로

직선보다 작은 점들이 모인 일정한 경향성을

삶의 좌표 또는 영역으로 여기는 듯하다.


이처럼 일정한 범주를 이루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개인의 삶 속에는 분명한 핵심 사건들이 존재한다.


나의 경우,

6년 동안 잘 다니던 직장을 일주일 만에 그만두었으며,

8년의 연애 끝에 가차 없이 통보된 이별을 되돌리느라

미친 듯이 매달리고 정작 마음을 얻었을 때에는

오히려 내가 돌변했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삶과 관계는 쌓이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고 변화하는 것이다.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일했던 사람이

일터를 박차고 나왔을 때에는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일에

인생을 낭비해서 안 되겠다는

절박한 변화의 욕구가 있었을 것이고,


가족과 같았던 연인에게 명치를 맞았을 때에는

미래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이별이 내 탓은 아니라는 비열하지만 확실한 증거와

쪼잔한 내 모습을 안아줄 수 있는 건

언제나 나 자신밖에 없다는 확신으로

미련 없이 돌아설 수 있는

변화의 지점이 필요했을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이러한 핵심 사건 이후,

나는 내가 원하는 일에 조금 더 가까워졌고,

관계의 폭은 넓어졌다.


작은 일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삶의 좌표와 범주는 이동하며 확대되었다.

변화는 계단식 상방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여기에서 있는 힘을 다하더라도,

지그재그 갈지자로 엇갈리고

역주행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세상이, 삶이, 관계가 나를 맞추지 못할 때

내가 그 흐름에 보폭을 맞추되,

그래도 안 되면 내려놓는다.


착실히 쌓아온 순간을 바탕으로 하는

견고한 선택보다,

현재 삶의 지점과 그동안의 경험을 중심으로

직관적 선택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몸과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거리를 두어 살펴야,

삶의 좌표를 옮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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