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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길 colour Mar 03. 2022

똑,똑,똑! 다시 시작이다!





제주문학관
제주문학관 창작공간


겨울과 봄을 오가는 계절이다.


두툼하고 검은 정장 코트를 들춰입고 나섰지만

정오의 따뜻한 기운에 단추를 풀어 내린다.

미지근한 겨울 햇살과 달리

제법 따끔한 봄볕이

뺨과 눈썰미를 가볍게 자극한다.

익숙하지만 오랜만인 듯 가벼운 솜털향도

코 끝을 간질이며 둥실거린다.


오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봄이 묻어난다.

코트를 팔에 걸치고

느릿한 갈지자 걸음을 즐기는 모습이

사뭇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입이 쩍벌어지게 하품을 하거나,

있는 힘껏 팔을 뻗어 기지재를 켜거나,

둥그렇게 어깨를 말아 볕을 등지거나,

각자의 방식으로 봄을 즐기는 모양새다.

그들을 '봄'하고 있는 내 발걸음이 느려진다.

이렇게 '봄, 다시 시작이구나!’라는

중얼거림이 저절로 새어나온다.


소리소문 없이 다시 시작된 봄처럼

내 마음도, 내 못난이 글도 다시 시작이다!

시작의 지점은

제주문학관에 2달 남짓 얻은 월세방을 둘러보고

똬리를 트는 것으로 부터이다.

나만의 공간은 처음이라

반은 어색하고, 반은 들뜬다.

창을 통해 쏟아지는 봄볕에 얼굴을 묻고 고민한다.

적당한 그늘의 오소록 한 뒷자리를 선택할 것인지,,,

창밖 풍경에 시선을 빼앗길 것이 뻔한 창가 자리를 선택할 것인지,,,

아주 조금 망설인다.


망설이는 순간이 무척이나 황홀하다.

방금 비닐을 벗긴 듯 반질반질한 의자에 앉아

책상에 뺨을 갖다댄다.

낯설게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의 책상이

내게는 편안하기 그지없다.

누군가와 인연을 맺지 못했음이 확실하다.

창 옆에 자리를 정하고 밖을 내다본다.

창에 비친 나는

애써 무던한 척 하지만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길 수 없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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