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_아빠와 아들 사이, 낀 가족

2019.08.06.불날

by 이길 colour






화끈한 여름만큼,

화끈한 관계가 있다면,

그건 바로 아빠와 아들 사이일 것이다.


[아들 100일 사진 ⓒ이경아]



오랜만에 조용한 아침을 맞는가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남편의 고함이 아침잠을 화들짝 몰아낸다.


천성이 선비인 아들 녀석의 굼뜬 행동이

남편을 자극했음이 분명하다.

눈가가 붉어지던 아들은

울음을 참지 못해 제방으로 뛰어들고,

짧은 단어로 불쾌감을 드러낸 남편은

내내 화를 삭이지 못하고 현관을 나선다.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되며 종종 벌어지는 풍경이다.


서로에게 드러낸 불쾌한 감정은

이렇게 가족 모두의 것이 되고,

직장으로, 학교로 가는 이들의 발목을 무겁게 잡아끈다.


집을 나서는 아들은 여전히 눈가가 그렁그렁하고,

딸은 눈치 보기 바쁘며,

나는 남편이 야속하다.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온다

남편 역시 썩 좋은 기분은 아닐 거란 생각에

쓸데없는 감정은 잠시 접어두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너무 닮은 아빠와 아들, 아들도 놀란 듯 ⓒ이경아]




아빠는 아들에게

독립적이고 강해지길 당부한다.

아들은 아빠가

자상하게 자신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해주길 원한다.


그러나,

기질적으로 날 쏙 빼닮은 아들은 유유자적하여

강단 있는 아빠의 기준을 맞추기가 어렵다.

나름 동네를 주름잡으며 자랐던 아빠의 무용담은

아들이 이해하기에 유치하다.

그 간극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딸아이는

어리둥절하여 불쾌한 상황을 침묵으로 일관한다.

가끔 울고 있는 오빠를 달래거나

아빠의 기분이 어떤지를 전하는 것이

모두로부터 신뢰받는 딸의 몫이다.


같은 상황이 꽤나 여러 차례 반복되며,

아빠와 아들 사이에 방관자처럼

멀뚱하니 서있는 나의 모습이 알아차려진다.

순간 '아차'하는 마음이 든다.


아빠와 아들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단단히 부여잡아야 하는데,

내가 끈을 잠시 놓친 건 아닌가 싶다.


오늘은 남편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져 봐야겠다.

아빠와 아들 사이의 낀 가족으로서 고충을 토로하고,

아침마다 가족을 소란스럽게 했던 이야기를

찬찬히 훑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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