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_인생 알람 몇개 쯤?!

2019.12.07.흙날

by 이길 colour




[Drawing by Lee_요가명상 중 성취자세]



낮과 밤을 거꾸로 하고

늦은 기상이 채 몸에도 익기 전

남편과 아이들을 따라나섰다.


서귀포 가는 길,

고향 친구들과의 만남에 마냥 설레는 남편과

재잘대는 아이들,

도저히 깨지 않는 잠을 품고

길을 나섰다.


맛난 음식을 먹어도

잠이 달아나지 않아

누군가와 말을 섞는게 부담스러웠다.


내년 46살이 되는 언니의 결혼을 축하해주고,

살며시 자리를 나와 카페인을 흡입할 수 있는

어딘가를 찾아 나섰다.


있는 힘을 다해

까페 귀퉁이 자리를 차지하고

오고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저마다 어떤 사연들이 있을까라는

호기심에 그나마 정신이 또렷해졌다.


마냥 좋은 연인들,

얼굴에 세상 모든 표정이 스쳐가듯

이야기 나누는 친구들,

나이차가 꽤 있어보이는 미지의 커플,

갓난쟁이를 안고 이야기하랴 바빠보이는

새내기 엄마(?),

나처럼 멍때리고 있는 누군가,,,


차 한잔이 끈끈하게 엮어주는 관계가 이런 것이구나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표정은 저렇구나

생각하 중,

언제나 관계가 부담스러운 내 모습이 더욱 또렷해졌다.


가까이오면 부담스럽고

멀리있으면 온도감이 낮아져

서먹해지는 거리가 버겁기만 한 나인데,

이런 나를 살뜰히 챙기는 몇몇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것이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가끔 과한 잔소리로 내 귓가를 뱅뱅 맴돌기도 하지만

잔소리를 잔소리로 듣는 섬세함이 부족한 나에게는

그것이 배려 또는 관심으로 느껴지니

이렇게 관계속으로 스며드는구나 싶었다.


그래서일까?

자기의 잔소리 수준에 대해

심각한 표정으로 용서를 구하며

여행을 떠난 친구에게,

얼른 돌아오라는 메세지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순간의 감정에 취해 그리움이 깊어졌다.


애매한 시간에 알쏭달쏭한 문자를 보냈다간

당장 무슨일이냐는 걱정 잔소리를

늘어놓을 상황을 예견하면서,

시시껄렁한 차 한잔에

밍숭맹숭한 감성이 깊어졌음을 알아차리고

자리를 정리했다.


꽉막힌 나만의 세상에서 깨어날 수 있는

친구 알람이 있으니,

적어도 당분간 낯선 타인과의 세상에서

소외될 일은 없겠다는 생각에

앉을 때와 달리 가뿐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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