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실수라는 경험의 교과서

Xurreria trebol, Barcelona

by leelawadee

"500g? #&×♤~₩'^@;÷*.

#&"₩÷^/♡ 8.5 유로#♡×♤/&..."


조금 난처해 하는 그의 표정

영어인지 스페인어인지 카탈로니아어인지

구분이 안되는 말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바르셀로나에 처음 도착했던 그날 밤,

웬지 모를 출출함에 근처 xurreria로.


아이와 함께 온 아줌마가 xurros 한봉지를 산다.

간식으로 귤 한박스를 사듯이.

1kg에 17유로


'1kg는 혼자 먹기 너무 많은데......

딱 5개만 먹으면 될 것 같은데....

그냥 갈까?'

그 순간 망설이는 내 앞에 갓 튀겨진 xurros가 우루루 부어진다.


"Hola! Half kg and surger please"


나름대로 협상을 해 볼 요량으로 500g을 주문한 나에게 그는 좀 곤란한 듯한,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난 단호하게 500g을 달라고 주장했다.

나에겐 너무 많은 양이지만 그렇게 팔아달라고

역시나 생각보다 많은 양이었다.

아무리 xurros를 좋아하는 나에게도 무리다.


다음날 아침,

식어버린 xurros가,

기름이 베어나온 xurros봉지가 나를 비웃었다.


그리고 xurreria를 지나며 알게 되었다.

'아! 먹고 싶은 만큼만 살 수도 있구나.ㅎㅎㅎ'

어제 그의 표정은 1kg을 팔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너 500g 너무 많지 않니?'라는 의미였다.

그의 표정과 말을 잘못 이해한 건

나의 실수이자 서툼, 긴장때문이었으리라.


한참을 웃었다.


일요일 아침,

fundacion MAPFRE로 가면서 다시 xurreria trebol을 찾았다.

"얼마나 줄까?"

"Xurros siete i café con leche"


허술한 여행자는 이렇게 하나씩 알아간다.
실수라는 경험을 통해


-한손에는 xurros를

한손에는 café con leche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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