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elawadee Aug 03. 2023

돈이 있든 없든, 장애가 있든 없든

축사가 어린이들의 교육 체험장으로 <오 페르 아 슈발>농장

오 페르 아 슈발 농장은 35년 동안 대를 이어 운영해 온 가족형 농촌체험교육농장이다.

프랑스 알비 깊숙한 마을에 자리한 이 농장에 온 아이들은 동물과의 교감, 전통과 농촌의 가치, 자연과 먹거리에 대해 환경친화적 생활을 경험하며 배운다. 

1~3일 단기프로그램과 5일, 7일, 14일까지 숙박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여름에는 캠핑장을 운영해 최대 90명까지 수용가능하다. 어린이교육 프로그램이 주 수익원으로 농장의 운영 목적은 돈에 관계없이 말을 보고 말의 생태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말발굽으로 만든 농장 간판

유제품 쿼터제로 낙농업에 어려움을 겪자 어머니가 체험농장을 시작, 부모님이 함께 방학때마다 운영했다. 현재 농장 경영은 2세대인 알렉상드라와 실뱅 남매가 맡고 있다. 2005년 오빠  실뱅씨가 합류하고 2011년에는 년중 운영 가능한 프로그램도 개발해 지금의 모습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알렉상드라씨에게 농장의 미래를 질문하자 "다음 세대는 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오면 더 나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양털로 멀칭한 틀밭

우리가 방문했던 모든 곳들이 그러했듯 이 농장도 우리 연수단을 환대해 주었다.

프랑스는 어린이와 가족을 대상으로 농촌체험과 교육농장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궁금했고 우리나라의 사회적 농장 중에 발달장애 아동들이 말과 반려동물과 교감하는 활동을 하는  곳이 있어 관심을 가졌던 농장이기도 했다. 이 농장에 오기위해서는 경제적 사정과 장애와 비장애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그들은 인턴이나 고용의 형태로 일자리를 제공하고 생태를 보전하고 전통을 지켜가고자 노력하는 농장의 운영 철학이 인상적이었다.  


농업 경영의 측면에서 농장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프랑스의 경우 양과 소를 키우는 농가는 지원하나 말 농장에 대한 지원이 없다고 한다. 특히 이 농장은 레저산업으로 분류되어 EU나 정부, 공공기관의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자체적으로 부가 수익원을 마련해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 코로나19이후 체험관광을 하는 농장을 지원하는 제도가 생길 움직임이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35년 전 어머니가 칠면조를 키웠던 축사가 어린이들의 교육 체험장으로 변했다. 자연과 잘 어우러진 농장은 지금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위생과 안전에 대해 연수자들 사이에서 많은 이견이 있었지만 나는 오 페르 아 슈발 농장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예'라고 말하는 벌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