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의 모험>을 읽으며
그림 펜은 기념품 펜의 대표주자다. 본질적으로 그것은 몸통에 그림이 인쇄된 펜에 불과하다. 흥미롭게도 뉴욕과 런던에서 구한 그림 펜의 기본 형태는 똑같았다. (사실 두 펜 모두에 KOREA라는 제조국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두 펜의 다른 점은 펜에 인쇄되어 있는 그림뿐이었다.
-<문구의 모험: chapter 7 오직 당신을 즐겁게 해주려는 목적뿐> 중에서
2006년 2월
3주간의 뉴질랜드 북섬 종단여행을 하고 오클랜드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야 깨달았다.
'아, 선물을 하나도 안샀네....'
안그래도 되는데 괜히 뭐라도 사야할 것 같아 기념품 볼펜 1BOX를 샀다.
누가봐도 뉴질랜드 기념품으로 '딱!'이다.
하지만 10년 동안 이 볼펜은 내 책상 서랍에 숨어있었다.
그 이유는 <문구의 모험>이 잘 알고 있다.
내가 산 볼펜에도 KOREA 라는 인장이 '떡!'하니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산 뉴질랜드 기념품은 왠지 주고도 좋은 소리 못들을 것 같아 나는 누구에게도 주지 못했다.
사실 난 <지역한정제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 어쩐지 기념품은 그 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이라야 더 기념품스럽다고나 할까?
나의 논리대로라면 중국인들은 평생 해외여행가서 기념품은 못살 것 같다.
전 세계가 온통 made in China 니까 말이다.
암튼 이 볼펜들을 볼 때마다 어이없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10년이 지나고서야 이 볼펜들은 빛을 본다.
한자루만 기념으로 남기고 나머지 다섯자루는 필리핀으로 보냈다.
지금쯤 필리핀의 어느 마을, 누군가의 손에 쥐어져 있을 거다.
이 뉴질랜드 볼펜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털어놓게 되는구나.
이 작은 경험 덕분에 여행에서 무언가를 사는 것에 나는 좀 더 신중해졌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