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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에 홀리다 Jun 26. 2018

미국의 비경, 벅스킨 걸치 1

협곡을 걷는 사람들 



"뭐? 하루에 35킬로를 걷는다고?"

지난 오월 초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 나누는 대화를 듣다가 깜짝 놀라 속으로 외친 말이다. 어떻게 하루에 35킬로를 걷는다는 말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다 나도 모르게 그 테이블에 앉아 함께 대화를 나누게 됐다. 사람들은 지난해 다녀왔던 트레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참이었고,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한참 즐거워하였다. 그리고 누군가의 제안으로 올해 다시 한번 가는 것으로 결론을 맺고 있었다.


바로 벅스킨 걸치(Buckskin Gulch) 이야기다.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진을 통해 감탄하고,  동경해오면서 버킷 리스트에 올려놓은 곳이다. 벅스킨 걸치는 그러나 쉽사리 다녀올 수 없었다. 세계 최장 협곡(Longest slot canyon in the world)이라는 수식어가 보여주듯이 긴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골짜기의 폭이 좁아 비가 올 경우에는 갑작스럽게 물이 불어 위험하며, 걷는 동안 장애물이 많아 난이도가 있는 계곡 탐험 기술이 필요한 곳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또 한 가지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까닭은 한 번 들어가면 골짜기의 벽이 높아 중간에 빠져나올 수가 없으므로 아무리 힘이 들어도 간 길을 되돌아 나오거나 아니면 끝까지 가야 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입구와 출구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입구까지 차를 이용해 가고, 누군가가 차를 출구 쪽으로 이동해 줘야만 한다. 이런저런 까닭으로 가고 싶어도 가질 못하고 마음속에만 담아놓고 있던 곳이었다. 이런 곳에 대해 눈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니 관심이 확 끌릴 수밖에. 드디어 기회가 왔구나 싶었다. 결국 그들과 함께 가기로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벅스킨 걸치?

벅스킨 걸치는 유타 주와 애리조나 주가 맞닿는 곳에 있다. 벅스킨 걸치가 속한 지역은 '그랜드 스테어케이스 에스칼란테 준국립공원(Grand Staircase-escalante National Monument)과 버밀리온 클리프 준국립공원(Vermilion Cliff National Monument)이 만나는 곳이다. 그랜드 스테어케이스는 사실 광범위한 지역을 일컫는다. 유타주의 브라이스 캐니언부터 애리조나 주의 그랜드 캐니언에 이르는 지역 전체를 그랜드 스테어케이스라고 말하지만, 그랜드 스테어케이스 에스칼란테 준국립공원은 그 가운데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구역을 빼고 나머지 지역을 일컫는다. 그러므로 이 지역에는 국립공원으로는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계곡이나 강을 낀 협곡 등이 분포되어 있다. 그 가운데 많이 알려진 곳은 벅스킨 걸치, 파리아 강, 마블 캐니언, 더 웨이브, 화이트 포켓 등이 있고, 파웰 호수와 호수 인근의 수많은 후두 군락지 등 하나하나 언급하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가까운 도시로는 페이지(Page)가 있으며 관광지로 잘 알려진 앤텔로프 캐니언(Antelope Canyon)과 말발굽 지형(Horseshoe Bend)이 바로 가까이에 있다.


이미지 출처 : 150mph.planetrambler.com


벅스킨 걸치는 미국에서 가장 깊고, 세계에서 가장 긴 협곡(Slot Canyon)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협곡은 입구에서 시작해 끝나는 곳에서 파리아 강과 합류하므로, 벅스킨 걸치 자체 길이는 17마일이지만, 출구에 해당하는 파리아 강까지 이어지는 길이는 그 보다 훨씬 긴 24마일 혹은 45마일이다(위 그림 참조). 거기에 협곡은 구불구불하고 장애물이 많아 실제 걷는 거리는 이보다 더 길다. 그래서 지도 정보만 가지고 트레킹을 한 뒤에 실제 측정한 데이터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많다. 이 사실은 겉으로는 별것 아니게 보인다. 하지만 트레킹을 하는 동안 이 사실을 주지하고 있지 않으면, 혼란에 빠질 수도 있으므로 실은 매우 중요하다. 트레킹이 중간쯤을 넘어서면 저절로 지도를 확인하면서 남은 거리를 확인한다. 그만큼 힘이 들기 때문이다. 이곳은 GPS 수신 상태가 불량하므로 전자기기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 걸어온 거리를 확인해서 남은 거리를 짐작한다. 그러나 남은 거리를 잘못 계산해 내면 가도 가도 끝이 나오질 않으니 심리적 부담이 커지고 결국은 몸 상태에도 영향을 줘 더 힘이 든다.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 구간을 지나면서 환청이 들리는 등 상당한 심리적인 압박을 받았기에 이 부분을 장황하게 설명을 하였다.



벅스킨 걸치의 트레일 헤드


벅스킨 걸치의 트레일 헤드(Trailhead)는 모두 4곳이고, 출구도 4곳임은 물론이다. 네 곳 가운데 취향에 따라 하나를 선택해 탐험을 시작하면 된다. 하지만 이곳은 만만한 곳은 아니기 때문에 미리 잘 알아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1)벅스킨 걸치 트레일 헤드는 정석대로 걸치의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곳이며 파리아 강(Paria River)과 만나는 지점인 합수머리(Confluence)까지의 거리는 16.3마일이다. (2)와이어 패스 트레일 헤드는 그 보다 조금 남쪽에 있으며 합수머리까지는 13.5마일이다. (3)화이트 하우스 트레일 헤드는 파리아 강 북쪽에서 시작해서 합수머리를 거쳐 벅스킨 걸치 트레일 헤드 쪽으로 나오는 일정이며, 합수머리 까지는 7.3마일이다. (4)리스 패리(Lee's Ferry) 트레일 헤드는 이들과 좀 떨어져 있는 파리아 강 남쪽에서 시작하게 되는데 합수머리까지 28마일이다. 사실 트레일 헤드 쪽으로 접근하기는 여기가 가장 쉽기는 하다.  어디에서 출발해서 어디로 빠져나갈지는 자기의 체력과 경험, 숙련도 등을 고려해서 결정하면 되지만,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와이어 패스- 화이트 하우스' 코스다. 이 코스가 거리가 가장 짧으면서도 볼만한 것은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이 코스를 이용한다. 다만 입. 출구를 바꿔서 탐험하는 사람도 왕왕 있기는 하다. 두 번째로 선호하는 코스는 '벅스킨 걸치 트레일 헤드-화이트 하우스'인데 앞의 것보다 약 3마일을 더 걷게 되는데 이 3마일이 제 값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사실 입구와 출구는 4곳이지만 이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코스가 나오며 이에 따라 협곡 안에서 하루나 이틀을 자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어떤 이들은 '와이어 패스-합수머리'를 왕복하기도 하며 이 경우 합수머리 인근의 협곡 바닥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다. 협곡 안에서 잘 계획이라면 사전에 BLM(토지관리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와이어 패스-리스 패리'의 코스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워낙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삼일 밤을 협곡 안에서 자야 하며, 이 경우 체력의 안배, 안전 문제, 식량 문제 등 많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이번에 다녀온 코스는 '와이어 패스-화이트 하우스'로 지도 상 거리는 21마일이지만 실제 측정한 거리는 그 보다 먼 23마일 정도로 중간 휴식 시간을 포함하여 총 14시간 정도 걸려서 마칠 수 있었다.



행복한 트레일

다녀오고 난 지금에 와서야 드는 생각은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무리하지 않고도 충분히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산을 가든 어디를 가든 우선은 정해진 길이 있다. 'xx등산로'하면 어디부터 어디까지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보통은 이 길을 처음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다 가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 같은 것이 있다. 그래서 좀 무리가 되어도 완주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아름다운 주변을 돌아볼 틈도 없이 그저 멍하게 걷기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런 강박에서 벗어나 자기 체력과 능력이 닿는 정도에서 즐기려고 한다면 보다 더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다녀온 뒤에 후유증으로 고생도 하지 않을 수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싶냐면 벅스킨 걸치도 시작점에서 출발하여 돌아올 체력과 시간이 남아있는 지점까지 갔다가 되돌아 나오면 충분히 아름다운 협곡을 즐길 수도 있고, 새로운 경험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것을 중도 포기, 완주 포기, 정복하지 못한 트레일 코스...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여유로우면서도 즐겁고 행복한 트레일이 가능해진다.



준비 과정


출발 한 달 전쯤, 소셜 미디어에 단체 대화방이 개설되었다. 처음 가기로 한 인원은 열 두엇쯤 되었지만, 각자의 사정에 따라 빠지기도 해서 마지막으로 여성 넷, 남성 여섯으로 결정되었다. 여성은 차량 이동과 식사를 담당하고, 남성은 트레일을 하는 것으로 역할을 나누었다. 물론 성별에 따라 역할을 분담한 것은 아니고, 각자의 희망에 따라 역할을 나눈 것이다. 트레일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둘은 지난해 다녀온 사람들이고, 넷은 처음 가는 길이다.


1박 3일의 일정 계획을 요약하면 이렇다.

일요일 오후 4시: LA 출발 - 밤 9시: 라스 베가스에서 저녁 - 이튿날 새벽 4시:와이어 패스 트레일 헤드 도착 - 새벽 5시: 아침 식사 후 트레일 시작 - 협곡 안에서 점심 식사 - 오후 7시: 화이트 하우스 트레일 헤드 도착 - 저녁 식사 - 숙소 이동 - 이튿날 오전: 페이지 호스 슈 밴드 관광 - 집으로 출발.


지난해 다녀온 경험자가 추천한 준비물

1. Water Sandal 혹은 방수 아닌 물 잘 빠지는 트레킹 슈즈(양말, 운동화, 새 신발은 피할 것)

2. 가방 크기는 최소화/방수 아니면 최소한 방수 주머니 지참/진흙물이 심하면 가슴까지 찰 수도 있음

3. 물 4리터/게토레이 가루 지참 권장

4. 에너지 바 혹은 간식(충분히 먹으면서 걸어야 함)

5. 선 블락

6. 선글라스

7. 카메라(전화기로도 잘 찍힘)

8. 구급용품은 팀장이 챙길 예정

9. 로프는 도노반(  다른 참석자)이 챙김.

10. 장갑이나 반장갑

11. 트레킹 폴

12. 모자

13. 긴바지, 반바지 다 좋지만, 긴바지라고 더 좋지는 않음

14. 벌레 방지 스프레이


이후 토론을 통해 상세해진 준비물

1. Water Sandal은 일반 아쿠아 슈즈가 아니라 발가락을 덮는 트레킹 신발(바위 등에서도 신을 수 있는)이어야 한다.

2. 가는 날은 무박이고 트레킹 후 호텔 1박

3. 모든 비용은 사후 1/N로 정산

4. 일정 중 비가 예상되면 무조건 취소; 협곡이기 때문에 비가 오면 물이 급격히 물이 불어나고, 피할 곳이 없기 때문.

5. 차량은 카풀로 최소화하고 최소한 SUV여야 함

6. 3끼(도착하는 날 아침, 점심 도시락, 트레킹 후 저녁 식사)는 차량팀이 준비

7. 출발 하루 전날 발톱 손질 필수

8. 기타 준비물: 접이식 테이블, 헤드 렌턴, 병물, 무전기, 토포 맵, 가스버너, 냄비, 맥주 및 음료, 아이스 박스 등등.



출발 하루 전

한 달여의 준비를 거쳐 드디어 내일이면 출발이다. 단체 대화방에서는 준비 상황에 대해 최종 점검이 이뤄지고, 각자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사전 확인을 해야 하는 날씨는 다행히도 맑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므로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번 트레킹을 위해 준비한 물품은 다음과 같다.


1. 워터 필터

물은 4리터 정도를 반드시 가지고 가야 하지만, 그 무게가 만만하지 않다.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배낭의 무게를 줄여야 하므로 방법을 찾다가 벅스킨 걸치에 물이 있다는 말을 듣고 필터를 준비했다. 전에 사용해 보질 않아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품 설명대로 성능이 나온다면 꽤 괜찮은 대안인 것 같아서 구입했다. 개봉해서 시험을 해보니 그런대로 쓸만해서 물을 2리터는 배낭에 넣어가고, 나머지는 필터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물이 있기는 했지만, 워터 필터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다음에 사진을 보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곳의 물은 진흙이 많이 섞여서 거의 펄밭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2. 에너지 바

사실 에너지 바는 전에도 등산을 다니며 몇 번 이용해 본 적은 있지만, 그리 즐겨하지는 않았었는데, 작년에 다녀온 사람들이 적극 권장하는 바람에 준비했다. 열네 시간을 걸어야 하므로 중간중간 열량을 보충해줘야 하는데, 배낭 무게도 줄이고 간편하게 먹을 있는 것이 에너지 바인 것은 맞다. 그러나 다른 대용품을 생각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떡도 좋은 대용품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에 떡도 준비를 해갔다. 에너지 바는 열량 보충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해서 잘 맞지 않는 것 같고, 떡은 좀 시간이 지난 것이었는지 딱딱하게 솔아서 괜스레 배낭 무게만 늘리는 꼴이 됐다.  "Pack In Pack Out, Leave No Trace"는 자연에 대한 의무이자 에티켓이다. 버릴 수도 없으니 먹으면 배낭 무게가 줄 것을 기대했던 먹거리가 되려 짐이 된 꼴이다.



3. 카메라 가방

사진을 찍다 보면 카메라 가방이 하나둘씩 늘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들고 다니다 보면 이런 점이 불편해서 이런 가방을 준비하면 다른 점이 불편하고, 다른 사람이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 좋아 보여서 하나 사고... 이런저런 핑계를 붙여 사다 보면 몇 개씩 가지고 있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도 핑곗거리가 생겼다. 휴대가 편하고, 가벼운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막상 가지고 가보니 가방 따위는 필요가 없었다. 23마일이 주는 압박은 그저 DSLR 하나만으로도 무게감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4. 트레킹 폴

그동안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들고 다니지 않았던 트레킹 폴을 이번에는 하나 장만했다. 사용 방법을 몰라 그동안 잘 사용해온 팀원에게 지도를 받았다. 등산을 할 때는 여전히 그 필요성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과 같은 트레킹에서는 하나 장만할만하다. 무엇보다 진흙 펄을 건너는데 발이 잘 빠지지 않아 균형 잡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아마 폴이 없었다면 진흙탕에 넘어져 온 몸에 진흙을 뒤집어썼을지도 모르겠다.




5. 워터 샌들

REI라고 하는 아웃도어 용품 전문점에서 구입했다. 금액은 다양해서 70달러에서부터 150달러까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REI는 다른 곳과 비교해서 상당히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기로 이름나 있지만, 보상 시스템이 워낙 잘돼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신발을 신다가 실밥이 나가거나 찢어지는 등 문제가 생기면, 무료로 수선해 주거나 수선이 안되면 신제품으로 교환해 준다. 아무리 그래도 좀 싼 곳을 찾을 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런 형태의 샌들은 물속을 계속 걸을 때는 꽤 쓸모가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에 간 곳은 물이 듬성듬성 있고, 모래와 자갈 그리고 바위 등이 섞여있는 곳이라서 차라리 물이 잘 빠지고 흙이나 모래, 자갈 등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형태의 신발이 나을법했다. 작년에 다녀온 사람들의 경험과 올해의 트레일 컨디션이 달랐기 때문에 사전 조언이 없었던 것 같다. 지난해에는 물웅덩이가 꽤 많았고, 합수머리에서 화이트 하우스까지 가는 파리아 강에 물이 가득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엔 그 강물이 하나도 남김없이 바닥이 바싹 말라 있었다.  




약 23마일을 14시간에 걸쳐 걷는 일이, 그것도 전날 밤잠을 한숨도 자지 않고 걷는 일이 좀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혼자는 다녀올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이렇게 팀이 결성되어 갈 수 있을 때 가는 것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배낭과 준비물을 챙기고 마지막으로 트레일 지도와 구글 오프라인 맵을 다운로드 하여 두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니 덤덤하던 마음이 조금씩 설레기 시작했다. 그동안 추구했던 여행과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여행을 하려고 하니 서툰 부분이 있기도 하고, 기대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어떤 종류든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생명의 위협이 있을 수 있는 여행을 위해서는 충분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다녀온 사람들이 찍어 온라인에 공유한 수많은 사진들을 보면서 그 협곡을 걷고 있을 자신을 떠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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