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잠시 멈추고
캘리포니아의 특징을 말하라고 한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다양한 답이 있을 수 있지만, 바람과 햇빛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캘리포니아만의 특징은 아니다. 세상에 캘리포니아보다 바람과 햇빛이 훨씬 더 많고 센 곳은 얼마든지 있다. 지리적인 특성상 참 다양한 특징이 있지만, 넓고 넓은 캘리포니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나 캘리포니아의 땅이 태평양을 끼고 길고 길게 뻗어있기 때문에 그 긴 땅을 아우르는 무엇인가를 찾기가 어렵다. 최근 들어, 부결되기는 했지만 캘리포니아를 셋으로 나누자는 법안이 상정되기도 했을 정도다. 이런 캘리포니아를 아우를 수 있는 특징은 그래서 바람과 햇볕이라는 기후 조건에서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근래 들어서 조금씩 바뀌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기후가 덥고 건조하며 바다에 인접하여 바람이 많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광대한 모하비 사막을 비롯하여 데스밸리, 엔자보레고, 자슈아 트리 국립공원, 소노란 사막 등등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크고 작은 사막이 산재해 있고, 비가 오지 않아 수년 째 가뭄으로 애를 먹는 데다가, 여름이면 고온 건조한 기후 때문에 잦은 산불로 재산 피해뿐만 아니라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히고 있다. 캘리포니아 외곽지역의 황무지 지역을 운전하다 보면 가끔씩 트레일러가 길가에 넘어져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강한 바람의 영향이다. 한편으로 강한 바람과 햇빛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며, 태양광 발전소와, 풍력 발전소가 바로 그것이다. 캘리포니아 곳곳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와 풍력 발전소가 세워져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 한몫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바람과 햇빛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 왔다는 데 한번 주목해보자. 오랜 세월 동안 내리쬐는 강한 햇빛은 모래가 많은 캘리포니아의 지질 구조상 바위나 땅을 약하게 했을 것이고 여기에 비와 바람이 더해지면 지형은 특이한 형태로 조각될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곳 중 하나가 데스밸리 국립공원이고, 모하비 사막의 자연보호구역과 이번에 소개하는 레드 락 캐니언 주립공원, 그 밖에도 수많은 기암괴석들이 들어찬 공원일 것이다. 거기다 해안가에서는 바람과 더불어 파도라는 굉장한 힘을 가진 요소가 더해져 기기묘묘한 해안선을 형성했다. 캘리포니아의 해안도로는 그래서 수많은 이들이 찾는 절경으로 이름나 있다.
지나치지만 말고,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하순, 40도를 오르내리는 어느 토요일 아침, 여느 주말여행과 다름없이 담담하게 길을 떠났다. 아침부터 푸르른 하늘엔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청명한 날씨다. 목적지는 캘리포니아의 주립공원 '레드 락 캐니언(Red Rock Canyon)'. 이 공원은 시에라 네바다 쪽으로 여행할 때 지나는 길목에 있다. 지나는 길에 쓱 훑어보면서 언젠가 한번 오리라 생각해오던 곳이다. 그러나 그뿐 이곳은 항상 지날 때만 생각나던 곳이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가게 되었다.
그동안 여기를 지나다니면서 이름이 주는 이미지가 붉은 빛깔 바위가 많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인 반면 지나면서 보이는 부분은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유타주의 그 붉디붉은 땅덩어리들에 비교하면 붉다고 말할 수 조차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주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면 그 나름대로 지닌 무엇인가가 있겠지 싶었다. 그리 멀지 않은 두 시간 남짓 거리, 다른 주로 떠나던 여행과 비교해 보면 전혀 부담 없는 거리다.
공원에 사막이 있었다
공원 방문자 안내소에 들르니 주차장엔 차가 한 대 서있을 뿐, 아주 한가했다. 평소에도 사람이 그리 많이 찾는 것 같지 않았는데, 날이 더운 여름이라 그런지 공원을 찾는 사람이 없었다. 차에서 내리니 아직 아침인데도 뜨거운 바람이 훅하고 들어온다. 아! 그랬다. 공원이 있는 지역은 캘리포니아에서도 기온이 높기로 이름난 '앤텔로프 밸리'와 아주 가까이 있었고, 미국에서 여름 기온이 가장 높은 데스밸리로 가는 길목에 있다. 얼마나 더우려나!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니 특이한 것은 주차장 옆에 있는 화장실에 지붕이 없다. 아마 너무 더워서 환기를 위해 그렇게 해 놓은 것 같은데, 그럼 비 오는 날에는...?! 안내소 안은 공원을 소개하는 조형물과 각종 유인물, 여행 관련 책자 등이 전시되어 있고, 안내원이 친철한 인사를 건넨다. 주립공원 치고는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곳에서 촬영한 듯한 영화 포스터가 전시되어있고, 지질학적인 특징과 생태계 현황 등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어서 여느 국립공원 안내소에 버금갈 정도다.
방문자 안내소가 있는 주변의 경치가 그림같이 보인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늘어나면서 높아져만가는 기온을 좀 누그러뜨리기를 기대했는데, 이 정도로는 역부족인지 창문을 열기가 망설여진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복잡하게 그려진 공원 안내지도를 보니 좀 어지럽다. 지도만 보고서는 공원을 둘러보기가 어려울 것 같아 늘 하던 대로 하기로 했다.
"길이 있고 막히지 않았다면 일단은 들어서고 볼 일이다. 사람들이 많은 길보다는 적은 길을 눈여겨보다가, 가다가 아니 감만 못하다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돌아설 것. 어느 길에서든 주변을 잘 살피며 천천히 주행할 것. 처음 보는 듯한 무엇인가가 보이면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오랫동안 살펴보고, 눈에만 담는 것이 안타까우면 사진에 담을 것. 멀리 많이 가기를 바라지 말 것."
보통 이런 정도의 기준으로 길을 살피고 자연을 보며 그곳의 토박이 생명체들과 조우한다.
극강의 캠핑
방문자 안내소 맞은편으로 난 비포장 도로를 따라 돌다 보면 공원에 하나밖에 없는 캠프 그라운드를 만나게 된다. 아니, 이 길은 캠프 그라운드로 가는 길이다. 이 공원의 특징 가운데 또 하나는 방문자 안내소 주변만 포장이 되어있을 뿐, 나머지 길은 전혀 포장이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 동네에는 이런 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그들이 많이 찾아오기를 기대한 것은 아닐까 미루어 생각해본다. 그런데 여름엔 그들도 이런 사막은 좋아하질 않는 모양이다.
캠프 그라운드는 단순했다. 공동 화장실이 있고, 각 사이트마다 피크닉 테이블이 하나, 파이어 핏(Fire Pit)이 하나, 그리고 주차 공간과 텐트 칠 공간이 있다. 정오가 가까워 오는 시간이니 만큼 캠프 그라운드는 해가 거의 머리 위에 있어 말도 못 하게 뜨겁다. 차에 있는 온도계를 보니,
"헐, 화씨 107도!"(섭씨로 환산하니 41.6도다.)
"흠, 좀 뜨거운 걸."
나무 그늘도 없고, 바위 그늘도 없고, 마실 물도 없는 이런 곳에서 한여름 캠핑은 무리다. 물론 캠핑을 하려고 온 것은 아니지만, 설마 한여름에 이런 곳에서 캠핑을 하려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아무튼 더운 건 더운 거고 풍경은 풍경이다.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며 자연의 힘에 감탄을 하고 싶었지만, 머리 위로 쏟아붓는 강렬한 힘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다가 아주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됐다.
사람이 없는 줄 알았던 캠프 그라운드에 무려 두 팀이나 캠핑을 하고 있었다! 한 팀은 웃통을 벗어젖히고 온몸으로 햇살을 받으며 불을 피워(불을 피웠다, 그 더위에!) 조리를 하는 중이었고, 한 팀은 그래도 RV를 대놓고 그 안에서 머물고 있는 듯했다. 와! 그저 놀라울 뿐이다. 도대체 캠핑이란 무엇일까?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만큼 놀라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마음 내키는 대로 가면 그만인 것을
공원의 길은 어디를 가도 비포장이므로 다른 공원에서처럼 굳이 비포장 길을 찾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비포장 길을 운전하는 일은 참 즐겁다. 시골에서 자라서 그럴까? 할 수만 있다면 포장되지 않은 길을 이용하려고 했고, 휴가 때면 어김없이 비포장 길을 찾아들고는 했었다. 그런 비포장 길에 대한 호감은 나이가 들면서도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지는 느낌이다. 고르지 않은 길, 모래가 많아 천천히 가야 하는 길, 울퉁불퉁하여 편안하게 운전할 수 없는 길이 주는 그 역동적이고 원시적인 느낌이 좋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땅에서 전해오는 묵직한 울림은 마치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그래서 포장되지 않은 길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덜컹거리는 길을 가다 보면 우연찮게 마주하는 뜻밖의 풍경이 있다. 주변의 풍경과 잘 어울리지 않는데도 굳이 거기에 서서 공원을 찾는 이 들을 맞는 이 후두가 너무 반갑기도 하고, 생뚱맞기도 하다. 그들은 이곳에 서서 오랜 세월을 견뎌왔겠지만, 오늘처럼 더운 날들도 묵묵히 견디며 하늘과 땅으로부터 전해오는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왔을 것이다. 더우면 덥다고 추우면 춥다고 갖은 표정을 짓는 사람들과는 달리 어떤 내색도 없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사막에서도 가끔씩 빗방울이 듣기도 하므로 그럴 때마다 조금씩 모습을 만들어온 그들이 대견스럽다.
길은 여기서 저기로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때로는 길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운 곳을 만나기도 하는데, 바로 냇물을 따라 난 길을 만나는 경우다. 사막의 경우에는 대부분 물이 없는 마른 내(a wash)라서 길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공원에도 포장된 유일한 길인 공원 진입로 옆으로 마른 내가 있어서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색다른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자라는 자슈아 나무도 눈의 띄고, 대부분 사막을 덮는 지표식물인 덤불들도 눈에 띈다. 또한 마른 내 옆으로 솟아있는 커다란 계곡을 올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다른 마른 내와 만나는 합수머리 부분에 있는 바위 군락지는 아마도 이 공원의 가장 화려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곳은 '하겐 케니언'으로 공원에서 하나뿐인 트레일이 마련되어 있다. 말하자면 둘레길인 셈인데 이 트레일은 그리 길지 않은 거리에 참 다양한 모양의 바위를 만날 수 있다. 눈을 살짝 감고 보면 유타의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을 닮았고, 또 다른 눈을 살짝 실눈으로 만들어 보면 유타의 고블린 밸리 주립공원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바위의 모양새는 그들과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그들과는 영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게 비슷해 보이는 것은 사람이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낯선 것을 봤을 때 그동안의 경험치 가운데 비슷한 것과 다른 것을 찾아내 조합하거나 배제함으로써 인식하고 판단한다. 새로운 무엇인가와 마주했을 때 "전에 어디서 봤더라?" "낯설지가 않네?" 등의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그러나 이것도 완벽하지 않아서 때로는 잘못된 조합이나 연결, 배제를 하는 경우 오류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매사를 자신의 느낌과 생각에만 의존해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늘 약간의 위험요소가 있을 수 있다. 자만하거나 속단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다 같이 돌자 공원 한 바퀴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반가운 것들과 조우하는 일일 것이다. 별생각 없이 들어선 길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풍경을 만나는 일이라든가, 기대도 하지 않았던 곳에서 특별한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일, 또는 느닷없이 일기가 급변해 환상적인 분위기 가운데 여행을 하게 되는 경우 등등 일부러 계획하지 않아도 맛볼 수 있는 여행의 즐거움이다. 이런 종류의 즐거움이 여행할 때마다 찾아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여행이 즐겁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여행에 앞서 이런 즐거움에 대한 기대가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여행하는 곳을 자유롭게 떠도는 것은 이런 즐거움을 맛 볼 기회를 키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마른 내를 따라 모래 위를 천천히 이동하다가 갈림길이 나오면 이번에도 영락없이 비포장 길로 접어든다. 그저 황량하고 메마를 것만 같던 계곡들 사이로 후끈한 바람이 지나고 하늘에는 몇 점 구름이 둥싯대며 떠돈다. 어서 오라고 만들어 놓은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만나고, 그리 달라 보일 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 풍경도 어쩐지 이런 곳에서는 새로워 보인다. 실제로 풍경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다른 이들이 찾지 않는 곳을 찾았다는 뿌듯함이나 희소가치 등이 작용하여 그렇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에서는 어떤 까닭으로라도 그리 느낀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만큼 여행지에서 좋은 느낌과 생각 거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별 볼거리가 없다고 해도 괜찮다. 마치 일상의 회전목마와 같다고 한들 낙망할 것은 없다. 넓게 보면 여행이나 일상이나 차이를 두기가 어려울 때도 많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니 말이다. 살아가는 일이 한 여름밤 잠시 꾸는 꿈과는 아주 아주 다른 것이므로 그저 그런 나날들이 왔다가 가고는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구태여 길 위에 있고자 하는 까닭은 낯선 풍경의 이질감이 때로는 좀 지친 마음에 위로와 힘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레드 락 캐니언 외전(外傳)
공원은 면적이 꽤 넓다. 반경 몇 마일 내에 있는 아무 길이나 접어들어도 결국 공원과 연결되기도 하고, 공원을 지나가기도 한다. 앞에서도 잠깐 말했듯이 이 공원에는 공원 진입로를 빼고 포장된 길이 하나도 없다. 그런 길로 접어들면 사진과 같은 안내를 볼 수 있는데, 바로 공원에 난 길을 상세히 안내하는 지도다. 그리고 이 길을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은 사륜구동 차량, ATV 등으로 제한된 길이다. 특히 ATV를 즐기는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에는 이와 같은 길이 많이 개설되어 있다. 이 공원도 예외는 아니어서 상당히 많은 길이 개설되어 있어서 자칫 길을 잃을 염려가 있으므로 가고자 하는 곳을 미리 숙지하고 들어가야 한다.
이 길로 들어선 것은 이곳을 보기 위해서다. 이곳의 이름은 비클 캠프(Bickel's Camp). 바른대로 말하자면 비클 캠프가 어떤 곳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갔다. 뭐 비포장 길을 몇 마일을 가려면 그게 뭔지, 볼만한 건지, 몇 마일을 달려 들어갈 가치는 있는 건지 알아보고 갈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위성사진을 보고 "이게 뭐지?"하는 정도의 궁금증만으로도 그곳을 갈만한 이유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궁금증이 없었다고 해도 주변에 있는 다른 길이라도 타고 들었을 테니 말이다. 가는 곳에 무엇인가 있고 그곳을 표지삼아 갈 거리가 있으면 됐다.
비클 캠프는 1930년대 미국에 불어닥친 대공황 시기에 월트 비클이라는 캔자스 출신의 엔지니어가 살던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광산에 필요한 채굴 관련 장비를 개발하거나 수리하는 일을 했는데, 인근에 있는 실버마인을 개발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또한 그가 개발한 토목 관련 장비가 군에서 채택되어 군으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곳에서 1980년대까지 지냈는데, 그가 사용하던 장비라든가 차량 등 각종 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누군가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상주하는 것 같지는 않고 그곳에 있는 것들을 보존하려는 것 같지도 않아 캠프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를 잘 모를 정도다. 개인적으로 이런 정도의 것들에게 역사적인 가치를 부여하여 보존하고 관리하고 있는 것에 조금 놀랐다. 여행을 하다 보면 전적으로 개인사에 해당할 법한 이런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역사라는 이름으로 관리되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동안 적어도 역사적인 인물이라고 하면 사회적으로 어떤 기여를 해서 그것을 기리기 위해 추모하고 기념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들은 역사를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비클 캠프를 둘러보고 들어간 길로 되짚어 나오지 않고 연결된 길로 계속 나오면서 드는 생각은 그동안 주립공원이라고 해서 일정에서 배제하거나 등한히 했는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디를 가도 그곳만의 특징이 있고 토박이 생물들이 있어서 그들만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늘 어찌 이런 편견을 가지게 됐을까 하는 자성도 해본다. 자연에 대하여, 이웃에 대하여, 결국은 타자에 대하여 조금의 편견도 없이, 사소한 선입견도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많이 생각하고 돌아보며 애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