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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에 홀리다 Mar 05. 2017

캘리포니아의 비경, 임페리얼 샌드 듄스

서막이 들려주는 이야기


사막(Desert)

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다. 풀 한 포기, 물 한 방울 보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데다가 쉴 새 없이 불어대는 모래 바람 때문에 앞을 분간하기 어렵다. 본격적으로 대규모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사막으로 분류되는 지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곳에 대한 사전 정보를 알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비를 해야만 한다. 그만큼 사막 지역은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풀 한 포기 자라기 어려운 것이 사막이라지만, 생명은 척박함을 이기고 싹을 띄운다. 그 힘이 참으로 놀랍다!


에르그(Erg)

는 모래로 가득 채워진 땅을 일컫는 지질학 용어다. 보통 사막하면 떠오르는 곳을 말하는데, 사하라를 비롯해서 고비, 타클라마칸, 칼라하리 등 세계적으로 꽤 여럿의 모래사막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사막이라고 해서 다 모래로 뒤덮여 있는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자슈아트리 국립공원, 데스밸리 국립공원, 모하비 국립보호구역 등의 사막은 자갈이나 바위 등으로 뒤덮여 있다. 또한 모래사막의 경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식물이나 동물들이 서식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자갈이나 바위 사막의 경우에는 다양한 식물과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사막에 대한 약간의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사막이란 연평균 강수량이 250mm 이하인 지역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모래가 있건 없건 강수량이 기준보다 적은 지역을 사막이라고 정의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자슈아트리나 소노라, 모하비의 경우 꽤나 넓은 지역이 자갈로 뒤덮여 있으며, 이곳에는 각종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다만, 이런 지역은 강수량이 적기 때문에 덩치가 크거나 키가 큰 생물들은 생존하기 어려운 지역이기도 하다.

데스밸리와 같은 사막기후 지역에는 덤불 같은 관목들과 키작은 풀들이 서식하고 있다.


임페리얼 사구(Imperial Sand Dunes)

일반적인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이제 지난번에 다녀온 사막 ‘임페리얼 샌드 듄스(Imperial Sand Dunes)’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곳의 공식 명칭은 ‘알고돈스 듄(Algodones Dunes)’으로 전체가 모래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다. 길이가 약 72km, 너비는 약 10km쯤 되어 길쭉하게 생겼고, 캘리포니아에서는 가장 큰 모래사막이다. 이곳은 사구의 규모에 따라서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진다. 임페리얼 샌드 듄 레크리에이션 구역(Imperial Sand Dunes Recreation Area), 글라미스 사구(Glamis Dunes), 고돈의 우물(Gordon’s Well), 버터컵(Buttercup), 미드웨이(Midway), 그리고 페이튼의 계곡(Patton’s Valley)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위성 사진으로 보면 임페리얼 사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듄 버기(Dune Buggy)

그런데 모래 바람이 세찬 드넓은 모래밭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왜 사막을 찾을까? 임페리얼 사구도 성수기인 겨울철에는 한 주에 1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는다고 하는 데, 그 많은 사람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할까?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간간히 영화도 촬영되었는데, 스타게이트 익스팅션(2009), 스콜피온 킹(2002),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등의 영화의 주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한번 봐야겠다. 영화감독이 바라본 사막이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자못 궁금하다.  그러나 이곳은 무엇보다도 듄 버기(Dune Buggy)들의 놀이터라고 할만하다. 듄 버기라니? '무슨 벌레가 모래를 누비고 다닌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분들이 혹시 있을지 모르겠다. 듄버기는 모래를 다닐 수 있게 사륜구동으로 만들어진 작은 자동차를 말한다. 미국 도로교통법상 듄버기는 일반도로 주행은 금지되어 있다. 구글 위성 지도를 이용해 이곳을 확대해 보면 듄 버기 흔적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낙서가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날도 샌드 듄 곳곳에는 듄 버기족들이 굉음을 내면서 모래 먼지 폴폴 날리며 달리고 있었다.

마치 어린 아이가 그림을 그리듯한 듄 버기족들의 흔적이 선명하다. 구글 맵 캡춰.


캠핑장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는 관광객이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듄 버기 등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위해 수많은 캠프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날도 캠핑장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듄 버기를 즐기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듄 버기가 사실은 다소 위험한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가족 단위로 캠핑을 즐기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수많은 RV들이 늘어서 있고 그 옆에 서있는 듄 버기들, 오토바이들, 그리고 재잘거리는 아이들에, 낯선 이를 바라보며 짖어대는 애완견들, 흔히 볼 수 있는 야외 활동의 모습이 예외 없이  이곳에도 있다.

다양한 종류의 RV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어떻게 생겨났나?

임페리얼 사구의 형성과정을 두고 두 가지의 설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지난번에 솔톤 시 이야기를 할 때 말했듯이 인근에 있는 콜로라도 강이 범람할 때 모래가 낮은 지대를 타고 흘러내려 쌓인 것이라는  설이다. 위성지도를 보면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콜로라도 강에서 사구 쪽으로 흐른 흔적을 볼 수 있는 관계로 개인적으로는 이 설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또 하나의 설은 인근 팜 데저트에 있는 카후일라 호수(Lake Cahuilla)에서 모래가 바람에 날려와 쌓여 형성되었다는 설이다. 그런데 카후일라 호수와 임페리얼 사구는 거리가 자그마치 150km가 넘는다. 모래가 이 먼 거리를 날아와 쌓였다는 것이 잘 믿기지는 않지만, 엄연히 하나의 설로 전해지고 있다. 형성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임페리얼 사구 지역은 내륙 지역에서는 유례없이 넓은 모래사막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구글 신세를 많이 졌다. 다음에 만나면 밥 한번 사야겠다.


임페리얼 사구 위락지역(Imperial Sand Dunes Recreation Area)

을 가려면 LA에서 10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86번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약 80여 마일을 가다가 78번 고속화도로를 만나 동쪽 방면으로 약 30여 마일 더 가면 양쪽으로 모래 언덕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조금만 더 가면 게코 길(Gecko Rd)을 만난다. 이 도로 중간중간에 캠프장이 있고, 도로의 끝 지점에 임페리얼 사구 위락지역이 있다. 도로 어디서든 적당한 곳에 주차하고 듄 지역을 트레일 하거나 잠시 서서 감상을 할 수도 있다.  이륜구동 차량을 이용한다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사륜 구동 차량이라면 가벼운 사막 오프 로딩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륜 구동이라도 본격적인 사막 주행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도 만족을 하지 못한다면 다른 선택지는 없다. 과감하게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인근에 있는 듄버기 임대소에서 용기를 내보는 것도 즐거운 추억을 위해 괜찮은 방법이다. 초보자라면 간단히 교육을 하고 임대를 하니 크게 염려할 것은 없다.



오스본 전망대(Osborne Lookout View Point)

자, 이제 게코 길을 빠져나왔다면, 78번 도로 서쪽을 향해 조금만 더 이동해 보자. 그러면 곧이어 오스본 전망대(Osborne Lookout View Point)가 나온다. 포장된 도로를 타고 위쪽으로 올라가면 주차장이 나오는데, 제법 높은 지역에 있어서 주변의 모래언덕을 잘 볼 수 있다. 시간이 된다면 이곳에서 사구로 내려갈 수 있게 가드레일이 오픈된 곳이 있으니, 이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임페리얼 사구를 찾은 사람들의 필수 사항이다. 이곳 만큼 이 사구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전망대에는 바람이 거세다. 아스팔트 위를 날아다니는 모래들의 경주가 선명하다.


사막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다

오스본 전망대를 빠져나와 78번 도로를 진행하던 방향으로 계속 가다보면 보이는 도로 양편의 모래사막의 풍경도 일품이다. 이날은 마침 구름이 잔뜩 하늘을 덮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은 사막의 진수를 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모래사막의 진수는 아무래도 빛이 만들어내는 뚜렷한 음영의 대비와 빛에 반사되는 모래언덕의 부드러운 느낌을 만끽하는 것이 아닐까 했다.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양지바른 곳과 사구의 경계 너머 그림자 지역과의 뚜렷한 대비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풍경을 기대하고 갔던 이 날은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었던 모래사막에 대한 동경과 상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색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모래사막은 햇빛이 있어야 멋있다.’, ‘아침에 동트기 전부터 동이 튼 후 하 두 시간 동안, 아니면 저녁에 해가 지기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가장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모래 언덕은 듄 버기의 낙서가 없는 부드러운 모습이 사진발을 잘 받는다.’ 등등 모래사막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그동안의 생각은 이 날 무차별적으로 도전을 받았다.



햇살이 연출하는 모래의 빛깔

구름이 강렬한 햇빛을 가리자 사막은 새로운 빛깔로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구름이 짙은 곳은 그 나름대로 구름이 옅은 곳은 또 그 나름대로 제 각각 받은 빛만큼씩 모습을 보여준다. 그 와중에  틈틈이 구름 사이로 내민 햇살이 연출하는 모래의 빛깔은 또 어떤가? 강렬한 대비가 주는 열정적인 풍경은 없어도, 은은하게 풍기는 가을 국화의 향처럼, 때로는 공작의 화려한 날갯짓처럼 구름의 변이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모래 언덕은 내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햇빛을 받은 모래들이 그 빛을 은은하게 반사하자 사구는 마치 강력한 힘을 가진 생명체처럼 살아나기 시작한다.





듄버기 족들의 낙서가 오히려 그림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모래와 구름과 바람, 햇빛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진 이 풍경화가
아주 오래전 잃어버렸던, 그래서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곳,
바로 그곳에 대한 암시 또는 비유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에 취한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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