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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리 Jul 16. 2023

성공하는 꽃집, 플로리스트는 어떤 길을 가는 걸까?

꽃집의 성장가능성, 미래

꽃일을 관뒀지만, 여전히 꽃을 좋아한다.

여전히 나의 인스타그램과 핀터레스트 등에는 꽃 사진들이 많이 보인다. 그러다 종종 내가 꽃일을 하던 때에 같은 서울 바닥에 있던 꽃집들의 근황도 알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별로 놀랍지 않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나와 비슷한 때에 오픈한 꽃집도, 그전부터 해오던 꽃집도 여전히 겉으로 보기에는, 매체 상에 보이기에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최대한 SNS매체 상에는 누구나 없어도 있어 보이게끔 올리는 게 슬프게도 일반적인데, 음 몇 년이 지났지만 크게 번창하거나 몇 년 전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꽃집들, 플로리스트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꽃 일을 내가 3년을 더 해서 

지금의 8년 차의 2023년이 되었다면, 

나의 현 상황도 저랬겠구나.'


어느 시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자본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난 그걸 뒤늦게 3년 차쯤에야 깨달았고 6년 차가 되던 때에 미련 없이 접을 수 있었다. 외부의 물리적인 상황이 나를 더 극으로 내몰아서 꽃일을 급하게 관두게 한 트리거가 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생각만으로는 끝이 보이는 일이었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자본이 부족해서 일수도 있다. 물론 없는 가운데서도 꿋꿋이 잘해나가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꽃일을 하면서 잘 풀려봐야 '아 저 정도가 잘 풀리는 케이스구나' 싶은 게 어느 정도 보이더라.



꽃 정기구독 시스템 구축


브랜드 행사 참여


플로리스트 인플루언서 활동


프랜차이즈화


 플라워 클래스 운영





하나씩 나의 생각을 풀어보겠다.


먼저, 꽃 정기구독 시스템을 갖춘 업체들.

나는 꽃 정기구독 업체가 처음 생겨나던 해에 꽃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그 당시의 첫 시작이 어느 업체였는지 안다. 그 후 지금은 아예 꽃 생산농가에서 자체적으로 인스타그램이나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며 직접 소비자와 소통하며 꽃을 판매하는 경로가 생겨났다. 그리고 꽃 정기구독 업체는 대표적인 업체만 살아남았고, 개인적으로 응원하던 첫 시작의 업체는 소리소문 없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너무 뻔하지만 결국 자본이 승리하는 자본주의인 것이다. 정기구독을 시도하는 꽃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수요도 늘어났겠지만, 그에 비해 공급이 더 늘어나니 저절로 소비자 가는 낮아졌다. 어느 정도 비슷한 퀄리티의 상품인 꽃을 두고 판매하면서 가격경쟁에서 밀린 업체들은 질 수밖에 없었다.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이나 브랜드 행사에 참여하는 케이스.

꽃 일을 하기 전부터 팔로잉해오던 몇 개의 꽃집이 있다. 플로리스트도 예쁘고 꽃 스타일도 내 스타일이라 여전히 눈여겨보고 있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우선 대부분 강남권에 꽤 크게 플라워샵을 운영 중이다. 최소 8년을 봐 온 사람으로서 보자면 거의 창업 초기부터 서울 서초구 또는 강남구, 또는 홍대 근처에서 사업을 시작한 케이스다. 돈을 벌려면 돈이 많은 곳에서 해야 하는 것인가. 어쨌든 그들은 여전히 그 근처에서 장소만 종종 바뀌었을 뿐 여전히 운영 중이다. 그들의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라오는 건, 브랜드 행사에 꽃 장식으로 참여를 한 기록들이다. 예를 들어, 명품 브랜드나 화장품 브랜드 행사에 꽃을 맡아서 했다는 식. 브랜드들이 컨택하는 업체들은 아마도 그 근방에 있는 어느 정도 네임밸류가 있는 꽃집을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그런 행사에 쓰인 꽃장식을 보면, 아마도 예산에 맞춰서 진행되어서 그런지, 종종 심플하거나 그냥 브랜드 행사에 쓰였다는 사실만 빼면 실망스러운 것들도 종종 보였다. 하지만, '브랜드' 이름 위에 올라타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 같다. 일시적이지만 그렇게 업체의 포트폴리오에 한 줄 채워가는 거겠지.


플로리스트 개인이 인플루언서가 되는 케이스.

지금은 바야흐로 인플루언서 시대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눈여겨봐 온 K플로리스트가 있다. 그녀는 참 멋있다. 내 생각에는 나도 그녀처럼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지나가는 사진만으로만 봐도 그녀의 꽃다발은 알아볼 수 있었고 특색이 있어서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작품 같았다. 대중적인 작업은 하지 않고 어찌 보면 하고 싶은 작업만 하느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 작업은 셀럽들의 눈에 들었꼬, 특히 블랙핑크의 한 멤버에게 사랑을 받으며 더 유명해졌다. 몇 연예인들도 그녀의 작품을 선물하고 주고받는 모습도 종종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였다. 여느 꽃집들처럼 대놓고 자랑하듯이 올리는 게시물이 아니라, 그녀는 꽃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아티스트 같았고, 꽃을 구입하고 선물하는 사람들이 인증을 하는 식으로 그녀의 작품과 그녀는 점점 유명해진 것 같다. 멋지다. 그렇게 그녀는 명품 브랜드들의 행사에 초대받는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워낙 사람이 멋지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그녀는 꽃이 아니더라도 그녀만의 아이덴티티로 오랫동안 사랑받지 않을까 싶다. 멋지다.


자본의 힘으로 프랜차이즈화

모든 지역의 꽃집에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그냥 내가 봐오던 업체를 제삼자의 입장에서 본 생각을 적어본다. 강남에서 원래 한 매장만 갖고 있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서울에만 몇 개의 매장을 갖고 있고 대형 몰에 입점되어 있는 등 몸집이 꽤 커져있더라. 꽃 디자인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업체가 매장 하나일 때부터 되짚어보면, 인플루언서 대상으로 마케팅을 세게(?)했다. 그들의 SNS에 태그 되어 많이 노출이 되었고, 지금은 브런치 레스토랑도 함께 운영 중이다. 어떻게 영역을 확장하고 매장 수를 늘린 것일까? 그런 생각이 쉽게 된다면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자본이 있었다면 생각이 저렇게 뻗어나갔을까? 주변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일까? 역시 강남에서 시작을 했어야 하는 걸까? 등등.. 지금은 의미 없는 질문들이 생각난다.


플라워 클래스 운영으로 수익화

나도 플라워클래스를 해본 적 있다. 불규칙적인 꽃 상품 판매에 비해 단가가 높고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한 시간당 수강 인원이 늘어나면 수익률이 더 높아서 능력만 된다면 플라워클래스를 하는 게 무조건 이득이다. 그렇게 현재 서울에 살아남은 오래된(?) 꽃 업체들은 모두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나도 독학으로 꽃 일을 시작했지만, 큰 스케일의 작업을 해보고 싶어서 강남에 있는 플라워샵에서 몇 달 클래스를 수강한 적 있다. 최소 300은 들었던 기억. 이런 식으로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한국에서 와서 그들의 샵에서 꽃 수업을 듣기도 하고 플로리스트가 외국에 나가 강의를 하기도 한다. 어떤 곳은 판매는 안 하고 클래스만 운영하는 곳도 있을 정도다. 클래스만 해도 안정적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굳이 꽃집이 1층에 있지 않고 3,4층 혹은 오피스텔에 있어도 괜찮다. 그리고 온라인 클래스를 영상으로 제작해서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나 역시 온라인 콘텐츠화해서 클래스 오픈을 시도해 봤으나 더딘 실행력으로 아쉽게 되었다. 그들의 온라인 클래스가 얼마나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속사정은 알 수 없으나, 혼자 하는 꽃집에서는 최대한 다른 판로를 개척한 게 아닐까 싶다.




전직 플로리스트로서, 어쩌면 다 지났기 때문에 꺼낼 수 있는 이야기, 주관적인 생각들을 적어봤다.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으나 내 시선에서 본 꽃 업계에서의 잘 풀린다는 케이스는 요 정도가 될 것 같다. 저 중에 한 케이스로 될 수 있겠다! 확신이 있었다면 꽃 일을 계속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고만고만한 상태로 쭉 가다가 다시 디자인의 길로 들어설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더 멀어졌겠지? 부모님은 말씀하신다. 잠시 몇 년 간 행복했지만, 그때 꽃을 관둔 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잘한 것 같다고 말이다. 어차피 나의 상황에서는 끝/한계가 보이던 길이었다. 


AI가 아무리 잘한다 해도, 연약한 꽃을 다루는 플로리스트까지는 쉽게 대체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그래왔든, 전 세계가 그러하듯 꽃집은 어디나 있다. 나이 든 할머니도 꽃을 판다. 워낙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이라 새로운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트렌디한 꽃집은 계속 생겨난다. 쉽게 꽃집을 오픈할 수 있지만 쉽게 성장하긴 어려울 것이다. 오랫동안 혹은 그만두지 못해 계속하게 되는 일이 꽃이 된다면 과연 행복할까..?


혹시 플로리스트나 꽃집 오픈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이 길의 끝이나 본인의 성장 가능성을 미리 판단해 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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