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인사인 척
어머 언니~
왜 이렇게 살이 더 쪘어?
무슨 일 있어?
어머 언니~
왜 살이 더 빠지셨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
이건 안부 인사인가,
안부 인사를 가장한 꼽주기인가?
인사를 하는 척하면서 너무 자연스럽게 남을 평가하는 말을 던진다.
누가 봐도 몸집이 있는 여성에게 왜 살이 더 쪘냐니. 할머니에게 왜 살이 더 빠지셨냐니. 그리고 그 사람이 지나가면 뒷모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흔히 말하는 단어로 ‘씹는다’. 내 옆자리 두 명의 여자가 오고 가는 사람들을 씹어댄다.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하며 시시덕거린다. 두 명의 여자 모두 각자의 휴대폰을 하면서 대화 같지 않은 대화를 하는 것이다.
남 얘기를 하며 말로 까는 것이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녀들은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일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 명이 주로 남을 까내리고 다른 한 명은 그냥 리액션 정도만 하거나 본인의 휴대폰을 한다는 것이다. 본인의 얘기는 하지 않는다. 남 얘기하느라, 남 얘기 하는 상대방의 얘기를 듣느라 바쁘다. 난 속 마음의 주절거림을 글로 풀어낸다면, 저들은 필터링 없이 말로 뱉어내는 것인가. 글은 퇴고라도 가능하지만, 말은 주워 담거나 무를 수도 없는데 참 쉽게 한다.
그녀들은
음식 얘기를 하다가,
저 여자 얘기를 하다가,
아는 언니의 사촌 얘기를 하다가,
헬스장 김 씨 얘기를 하다가,
옆집 아는 언니네 추측성 얘기를 하다가..
혹시나 잘난 부자얘기를 할 때면,
‘그거 다 뻥일 수 있어’,
‘있는 척하는 사람들 많아’
라는 식으로 마무리한다.
단 시간에 다양한 주제의 얘기가 수없이 바뀌는 것 자체가 그냥 신기할 뿐이다.
보통 카페에 오면 에어팟을 꼽고 노이즈캔슬링으로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가끔 사람 없는 카페에서는 카페에서 틀어주는 음악을 들으려고 에어팟을 빼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녀들의 대화가 온 공간을 울리고 있다. 꼭 목소리 큰 사람들은 본인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을 모르더라. 잠시 커피를 들이마실 때에만 공간이 조용해진다는 것을 정작 본인은 모른다.
오늘도 다양한 사람이 오는 카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