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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리 Jul 28. 2023

인스타그램을 제거했는데 살아있습니다?

도파민 중독



'인스타그램'을 제거하시겠습니까?

1. 앱 삭제

2. 홈 화면에서 제거


아이폰에서 인스타그램 어플을 꾹- 눌렀다.

그리고 제거하기를 했다. 하지만 삭제와 제거는 달랐다.







1년에 한 번뿐인 시험을 앞두고 2주 전부터 미친 듯 살았다. 미친 듯 공부해야 할 때에, 미친 듯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봤다. 연필로 스케치하느라 바빴어야 할 나의 손가락은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는 데에 까딱까딱 다음 콘텐츠로 넘기는데 바빴고, 거의 하루 3시간씩은 봤던 것 같다. 매일 새벽 2시가 넘어서 잠들고 아주 피폐해졌다.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것. 그렇게 인지할 때쯤, 인스타그램 어플을 꾹- 눌렀다.






충동적으로 용기를 내서 인스타그램을 제거했다.

삭제가 아니었다. 


아이폰에서는 '홈화면에서 제거할 거냐' '앱을 삭제할 거냐' 물었다.

삭제할 용기는 나지 않았고, 이런 옵션은 처음 봐서 제거하기를 눌렀다. 


그렇게 3일째.

제거되었던 인스타그램은 살아났다.


어떤 인터넷 링크에서 인스타그램에 연동된 링크를 눌렀었는데, 제거된 걸로 알았던 어플이 다시 자연스럽게 열리더라. 사파리나 크롬에서 인스타그램이 열리는 게 아니라 그냥 홈화면에서만 안 보일 뿐 인스타그램 어플이 실행되었다. 앱을 삭제하지 못하게 하려는, 혹은 사람의 나약함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의 인스타그램 제거기는 3일 만에 끝이 났다.






도파민, 도파민, 도파민...

도파미네이션이라는 책이 나올 만큼 요즘 많이 들린다.

도파민 중독에 대해 알아봤다.


도파민은 쾌락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로, 현재의 쾌락이 아닌 미래에 얻게 되는 쾌락에 대한 보상심리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미래의 보상이 새로울수록, 예측 불가능하고 자극적일수록 도파민은 더 활성화된다. 그래서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에 우리는 중독되어 가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게임, 성, 음주 등..


하지만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도 만만치 않다. 특히 랜덤피드. SNS의 피드 속은 항상 예측 불가능하고 새롭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손가락만 한번 터치하면 새로운 콘텐츠가 나와서 예측 불가능하고 새롭다 보니 도파민이 마구 생성된다. 그렇게 도파민 중독에 되어간다. 이런 콘텐츠를 왜 보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좋아하던, 관심 있던 분야도 아닌데 그냥. 보이니까. 그냥. 보게 된다. 내 뇌에 대비할 시간도 없이 예측 못한 콘텐츠들이 들어와 쾌락쾌락쾌락을 외치며 점점 크레셴도처럼 커져가고 있었다.


팔꿈치와 손가락이 아파오고 눈이 뻑뻑하게 될 즈음이 돼서야 휴대폰을 충전기에 꼽고 잠을 청한다. 








인스타그램을 삭제하지 못하고 제거한 것은, 

도파민 충전소로부터 완전히 멀어지지 않겠다는 

나의 빌어먹을 의지가 아니었을까?






도파민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쾌락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이 나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좋은 쾌락은 나의 삶에 만족을 주고 행복을 준다면, 중독에서 오는 쾌락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쇼츠와 릴스를 볼 때만 내 입꼬리는 올라가 있고 보지 않을 때에는 그저 허무함에 헤엄치고 있을 뿐이었다. 그 허무함이 견디기 힘들어 다시 인스타그램을 보고 유튜브 쇼츠를 보는 것이다.







몇 년 전, 틱톡이 처음 나왔을 때를 기억한다.

틱특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도 숏폼 콘텐츠로 릴스와 쇼츠를 시작한 걸로 안다. 틱톡이 나왔다 갈래 나도 해볼까 시작했었는데 어려워서 그만뒀었다. 근데 그때에 유치원생이었던 사촌동생이 몇 시간을 엄마 휴대폰으로 틱톡을 보는 걸 보고 깜짝 놀랐었다. 왜 6살짜리가 메이크업 영상을 보고 있으며, 손가락을 휙 넘겨서 춤추는 영상을 보고 있고, 왜 풍선 터뜨리는 영상을 보고 있는 걸까? 나도 어려워하는 틱톡을 아이들은 그냥 즐기고 있었다. 물론 콘텐츠 생산을 하는 게 아니라, 틱톡 콘텐츠 소비자로서, 조기 도파민 중독을 야기하고 있던 건 아닐까? 







몸을 위한 디톡스가 아니라 이제는 뇌를 위한,

도파민 디톡스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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