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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리 Mar 29. 2024

불평만 늘어놓는 노모와 들어주는 아들

저런집의 며느리는 되지 말아야지

난 주로 카페에서 작업을 하는 편이다. 

아무리 에어팟으로 귀를 틀어막고 나만의 세팅을 위해 음악을 들으면서 해도 배터리가 다 되었거나 하면 어쩔 수없다. 공간의 주변 소음을 들을 수밖에.


최근 들은 옆자리의 얘기를 해볼까한다.


불평에 대한

불평에 의한

불평을 위한?




요점은,

80이 넘어서도 불평은 끝이 없구나.

그 불평은 본인에 대한 불평이 아닌

남에 대한 불평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불평으로 3시간 내내 떠들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80대 노모의 정정함에 감탄하면서, 그걸 다 들어주는 60대로 보이는 아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무서운 사실은, 난 이 두 모자를 한두번 본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불평을 하러/불평을 들어주러 카페에 오는 것 같다. 노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게 효도라 생각하는 것 같은 아들의 모습에서, 난 저 집안의 며느리는 누굴까 싶다. 아니 며느리까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들려오는 얘기를 들으면 며느리가 있긴 한듯 싶다. 왜냐면, 그 불평에서 며느리 또는 다른 집안과의 비교를 통해 불평 시리즈가 확장되고있기 때문. 말한다고 한들 달라질 게 없는데 왜 하는 것인가. 아들을 통해 대신 전달되기를 바라는 거같은데, 아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보임.




노모가 불평을 늘어놓는다.

아들은 '다 그런거지 어쩔거냐, 뭐라고 한다고 고쳐지나, 알아서 하겠지'




이런 패턴으로 2~3시간 대화가 된다는 거 자체가 신기할 뿐이다.

그리고 나이가 듦에 따라 같은 말, 했던 말을 반복하는 건 기본이다. 그리고 청력도 약해지니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기본이다. 카페 작업자로서 에어팟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나도 나이가 들면 비슷하게 될 수 있겠지만, 속으로 불평을 할지언정 입밖으로는 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저런 하찮은 불평, 말한다고 달라지지도 않고, 서로 기분만 나빠지는 불평을 왜 공기중에, 수많은 귀가 있는 곳에 풀어놓는 걸까. 내가 브런치에 쓰는 이 글 또한 불평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난 나름의 성찰이고 깨달음이다.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너그러운 80대가 되어야지!







그리고 이 글쓰기가 마칠 때쯤,

오늘도 그 모자는 

또 

내 옆자리로 와서 앉았다.

난 음악 볼륨을 3단계 더 높였다.



( 이것이 불평으로 보인다면, 

지금까지 읽어주신 건 감사하지만 

조용히 언팔하거나 나가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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