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좀 쉬게 됐어. 회사를 안 갔다는 건 아니고, 회사에서 게임하고 놀았어.
원래는 오늘 새로운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었어. 실험 공지 메일을 돌리려는데, 마지막으로 했던 버그 수정을 포함해서 실험을 시작하려면 목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 실험 준비를 다 마친 상황에서 꼼짝없이 기다리게 된 거야. 그래서 오늘은 미뤄뒀던 문서작업을 하며 오후 시간을 보냈어. 못 갈 것 같았던 팀 이벤트에도 가서 방탈출 게임도 했어.
사실 새 실험은 원래 내년에 예정돼있었는데 내가 앞당겨하고 있는 거야. 여행 가는 기차에서도 노트북을 펼치고 있으니 같이 간 친구가 한마디 했었어.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냐고.
빨리 개발해서 출시하면 모두에게 좋지 않냐고 대답했었는데 오늘 쉬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서두른 이유는 그게 아닌 것 같았어. 난 그냥 빨리 실험을 성공시키고 싶었어. 결과가 좋지 못했던 지난 실험을 실패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봐.
실패라고 부르고 나서야 지난 실험에서 얻은 게 많단 걸 깨달았어. 중요한 지표들을 확인했고 개선할 부분도 찾았어. 그러니 실패보단 과정이라고 고쳐 부르는 게 맞겠지.
다음 실험에서도 지표들이 향상될지 악화될지는 알 수없어. 실험의 실패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다음 실험을 서두르는 게 아니었어. 지난 실험을 과정으로 만들면 돼.
2022.12.12. 과정과 과정 사이에서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