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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미 Sep 25. 2022

오늘은 아픈 날

나에게 다정한 너에게

오늘은 침대에 누워서 편지를 쓰는 중이야. 감기에 걸려 버렸어.

누워있는데 머릿속이 복잡했어. 이번 주말에 해야 할 일들이 있었거든. 알겠지만 나는 주말마다 세 시간씩 청소를 해 야해. 집안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지 않으면 다음 한 주 동안 더러움을 참아야 하니까. 오늘 오전엔 일도 할 생각이었어. 평일엔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리는 일들을 주말에 싹 처리해버리고 싶었는데...

너에게 몸이 안 좋다 하니까 너는 내 몸과 마음을 걱정해줬어. 멀리에서 혼자 아프니까 서럽지 않냐고. 할 일 목록을 떠올리며 뒤척이느라 몰랐는데 네 말을 듣고 보니 좀 서러운 것도 같아.

실은 누가 나를 보살펴줬으면 좋겠어. 오죽하면 꿈에 전 남자 친구가 나와 병간호를 해줬다니까. 여기에 날 보살펴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도 나는 스스로에게 할 일 목록이나 읊어주고 있었어.

문득 네가 아프면 내가 어떻게 보살펴줄까 생각해봤어. 밥을 해다 주고 할 일 목록은 빼앗아버리겠지. 나는 왜 나한테만 이렇게 박하게 구는 걸까. 집은 좀 더러울 수도 있고 일은 좀 미뤄질 수도 있는 건데 말이야.

인생이 늘 비장해야 할 필요는 없을 거야. 아픈 날엔 그냥 칭얼대는 어린아이 여도 괜찮겠지. 카톡으로 칭얼대는 나를 걱정해줘서 고마워. 너처럼 나도 나에게 좀 다정하게 대해줘야겠어. 청소는 로봇청소기한테 시키고 나는 좀 더 누워있을게. 내일은 몸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 너도 환절기에 감기 조심해!


2022.9.25. 다정함을 배우고 있는 유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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