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쎈 너에게
“니하오”
삼 년 전 암스테르담에 갔을 때 어떤 자전거 탄 사람이 내게 중국어로 인사를 하며 지나쳐 갔었어.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스위스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적은 아직 없어. 하지만 내가 번화가에 잘 가지 않아서 그런 것뿐이지, 여기라고 없는 건 아니래. 살다 보면 한 번은 또 겪을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누구는 무시하고 지나간다고 했고, 다른 누구는 가서 따진다고 했어. 안전을 생각하면 무시하고 지나가는 게 제일 나은 것 같지만, 그럼 그들은 계속 같은 행동을 할 거라, 지나가 주고 싶지 않아. 다가가 따지는 것도 어려워. 난 한국말로도 말싸움 잘 못하거든. 게다가 화가 나야 전투력이 올라갈 텐데, 화가 나질 않더라.
내가 원하는 건 “사이다 일화”가 아니고 그들이 다시 같은 잘못을 하지 않는 거야. 지난번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면,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고 큰 소리로 말할 거야. 좀 더 대거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떤 행동을 한 건지 그에게 물어볼 거야. 상대가 자기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고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
나한테 니하오라고 했던 그 사람은 부리나케 도망치면서 겨우 한마디 던지는 것 같아 보였어. 그리고 긴장한 표정이었어. 그 긴장한 표정 뒤엔 어떤 결핍이 있었던 걸까? 그게 어떤 결핍이든 나에게 시비 거는 걸론 해결되지 않을 텐데…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나기보단 안타까워. 그도 지금은 이불 킥 하고 있기를…
2022.10.29. 차별이 싫은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