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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호 Mar 01. 2017

대표는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가?

대표가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신속하게 할것이라는 착각

대표 놀이에 빠지지 말자

 창업 초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여서 식사라도 하는 장면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회장단 모임 분위기가 난다. oo대표, xx대표 서로간의 호칭을 존중하고 부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호칭에 젖어들어 대표놀이에 빠지게 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될때가 온다. 아직 팀이 제대로 만들어 진것도 아니고, 아이템이 확고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유롭게 수익이 나는 상황이 아님에도 대표라는 허울에 빠지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나 역시 대표로 불리면서 "대표라면 이해심도 많아야하고, 포용력도 있어야 하며, 아는것도 많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갇혀서 스스로를 옭아맸던 적이있다.


 팀을 구성하고 나면 일생에서 제일많은 질문 폭탄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그것이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 무엇가 결정하면 그대로 풀려나갈 것같았고, 질문을 하는 사람보다는 결정을 내리는 내가 우월하다고 느껴졌다. 이것이 스타트업을 하면서 반드시 경계해야할 스스로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팀원이 4명이 되었을 즈음. 그때부터는 하루 종일 질문을 받게 된다. 각각 질문의 주제는 아주 중구난방이다. 내 머리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고 집중력도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의사결정을 미루게 되고 결국 나로인해서 무엇인가 결정뒤 실행이 늦어지는 일들이 하나둘씩 쌓이게 되었다.



빠른 업무 진행의 병목. 대표!

 스타트업은 소수의 인원이 역량을 모아서 시너지를 내는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각 구성원들이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대표가 뒤에서 실행하는 모든것에 대해서 최종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진행이 느려질 수 밖에없다. 이는 수는 매우 적지만 구조는 전통적 대기업 형태를 띄게 된다. 이런 경험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된 적이 있다. 회사 업무 공유를 트렐로(Trello, to do list 형태를 띄며 여러명이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협업도구)로 사용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각 담당자 들은 업무진행을 완료하였고 내가 결정해야할 일들이 쌓여있는 날이 늘어 갔다. 점점 조직은 느려져 가고 나는 의사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업무는 비효율적으로 돌아갔다. 결국에는 팀원 모두를 모아놓고 솔직하게 말했다. 나로 인해서 회사 업무가 지연되고 있다. 내 자신이 이러한 상황의 제일 큰 원인이었다. 바로 내가 병목이었다.  



해결책 1. 각자 의사결정권한을 가져야한다.

 병목을 해결하기 위해서 첫번째로 한것은 바로 팀원들 각자가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도록 한것이다. 가능한 최대한의 자율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핵심가치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고, 목표에 대한 뚜렷한 제시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 두가지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달여 시간에 걸쳐서 가치관 워크샵을 진행했다.(이와 관련한 내용은 다시 다루겠음) 이를 통해 회사의 비젼, 미션, 핵심가치를 정리하고 이를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았다. 결과는 각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고 자율성이 높아짐에 따라 창의성 또한 높아졌다. 이제는 직접 내가 무엇을 하는것보다는 다른 팀원이 일을 진행할때 과정과 결과가 더 기대된다.


 한번은 근2달정도 한국사무실을 비운적이 있다. 그 동안 사무실에는 대표가 없는 상황으로 일을 진행하였다. 당시 주위 스타트업 대표들이 걱정을 많이 했지만 2달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회사를 보고 놀라워 했다. "어떻게 의사결정을 직원에서 맡길수 있냐,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면 어쩌냐"라는 말을 하는 대표도 있었다. 이렇게 답한 기억이 난다. "나도 처음엔 잘못된 의사결정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팀원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주관적인 시선에서 내 마음에 안드는 결정을 하는것을 나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했던것이었다. 오히려 내가 아니라 새로운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이 기대된다" 앞으로도 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만들어 가보려 한다. 



해결책 2. 잉여인력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표는 어떤 일을 해야하는가? 나는 대표는 잉여인력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소수 인원이 최대 출력을 내야하는 로켓인 만큼 수시로 변수들이 발생한다. 바로 이러한 상황들에 대비한 잉여인력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의 빈자리가 발생했거나 혹은 누군가가 힘들어할 때 보탬이 되어야한다. 놀고먹는 잉여인력이 아니라 수시로 관찰하며 채워줘야할 곳이 없는지 살펴야한다. 잉여 생활을 하고 있을때는 끊임없이 회사 내실을 다질수 있는 문화, 체계 등을 챙기면서 팀원들이 더 역량을 발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



어려움은?

 어찌보면 이상적인 체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절대적인 답이 없다. 이것이 어려운 점이다. 끊임없는 문제점들이 눈에 보인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율보다는 통제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조직에는 창의와 비창의 인재가 균형있게 구성되어야한다. 지금 가고 있는 길에 맞는 길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방식으로 해결점을 계속 찾아 보려고 한다. 이렇게 가는 길이 맞다고 믿고 간다. 대표의 믿음과 의지가 어려움의 해결점이다. 



무엇이든 절대적 답은 없다. 내가 결정할 뿐
결과의 실패를 두려워 말자.
다음 결정에 실패를 밑거름으로 활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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