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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Apr 06. 2018

#4."외않되요"

<슬럼프를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외않되요: 문제를 제기하거나 불만이 있는 표현을 할 때 일부러 틀리게 표기하여 오히려 문장의 의미를 더 강조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왜 저는 해도 안되는 건가요? 


  운동선수가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저조한 상태가 계속되는 상황을 가리켜 슬럼프(slump)라고 합니다. 성장의 과정을 겪는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오는 구간입니다. 부진, 침체, 불황 등의 의미가 한데 섞여 있는 단어입니다. 


  혹시 진로 고민이나 학습 과정에서 슬럼프가 찾아온 학생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 보신 적 없으신가요? "너뿐만 아니야. 모두 다 그래." 이 위로가 과연 도움이 될까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고달픈 시련'이라는 말은 괴로움을 덜어 주는 데에 별 소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서툰 위로는 상대방에게 무력함을 던져줄 뿐 아니라 소통의 단절 등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보다도 상황에 대한 공감과 극복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합니다. 


  우선 스스로 슬럼프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이를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어떤 사건을 이해하고 반응하는데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나 또는 사회적으로 형성되어있는 패러다임 안에서만 사건을 해석하여 행동하게 된다는 사회과학 이론입니다. 쉽게 말해 생각의 틀을 바꾼다면 사고와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래 3권의 책은 이런 사고의 전환의 중요성과 효과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추천드립니다. 

[관련 서적] <프레임> 최인철 지음, <넛지>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지음, <스트레치> 스콧 소넨샤인 지음


  답답한 정체 구간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슬럼프에 대한 관점을 성장을 알려주는 청신호라고 바꾼다면 어떨까요? 허기를 느끼면 밥때를 알아채는 것처럼, 슬럼프를 느끼면 '아, 내가 성장했구나!' 뿌듯해하며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구간이라 스스로 여기는 거죠. 그 지점부터 극복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이 게임과 많이 닮은 부분,ㅇㅈ? 게임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상황을 빗대어 설명하니 흥미로워하더군요. 십중팔구, 게임 중 가장 설레는 시간은 바로 다음 단계로 가기 직전입니다. '렙업'이라고 하죠. 가장 난이도가 높지만, 다음 등장할 새로운 스테이지 혹은 캐릭터에 부여될 새로운 능력을 기대하면서 게임에 무섭게 몰입합니다. 슬럼프의 상황을 성장의 시그널로 프레이밍 한다면 상황(game)을 극복(playing)해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소리벗고 팬티질러, BAAAAAAM!"


  마음이 준비되었다면 행동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슬럼프를 해결하는 기술에 대해 나눠보려고 합니다. 물론 슬럼프가 찾아오는 시기와 형태는 아주 다양할 것입니다. 대처하는 저마다의 방법이 존재하겠지만, 아직 미숙한 학생들이나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분들에게 필요할 수 있다 생각하여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을 크게 4가지 유형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특히, 내용을 읽고 기억하기 쉽도록 사칙연산 기호로 구분해봤습니다.  


1. 더하기(+) "다른 일을 하자."


  다른 행동으로 스스로를 환기시키는 방법입니다. 아무리 해도 안된다면 굳이 잡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세런디피티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하던 것을 멈추고 아예 다른 일에 몰두해보세요.  

세런디피티(serendipity)는 의도하지 않은 우연으로부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말합니다. 인류사에서 중요한 발명과 발견의 순간에는 수많은 세런디피티 사례가 있습니다.   

  코펜하겐 경영대학원의 라르스 보 예페센Lars Bo Jeppesen과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카림 라크하니Karim Lakhani 가 이노센티브 InnoCentive라는 회사를 연구했다. 이 회사는 질병 퇴치부터 아프리카의 빈곤한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들을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서 해결한다. 35만 명의 해결사들이 등록되어 있는 이노센티브팀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합류한다. 이 팀에서는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을 돕고, 문제 해결을 위한 기간을 정하고, 최상의 답을 내놓은 이에게 줄 상을 마련한다. 연구진은 이노센티브 플랫폼에 올라온 166가지 문제에 대한 데이터를 이용해서 특정 과제에 대해 그 분야의 전문 지식이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정말로 가장 좋은 성과를 올리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이는 매우 간단한 연구처럼 보인다. 예컨대 화학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때는 화학 지식이 가장 많은 사람이 다른 과학자들보다 좋은 성과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연구진은 그와 반대되는 결과를 얻었다. 문제가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이 없을수록 그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생물학자는 화학자보다 더 많은 화학 문제를 해결했다.
 <스트레치> 스콧 소넨샤인, 21세기 북스
  1804년에 특허 출원된 자카르 방직기는 오늘날 직물 생산 역사상, 가장 중요한 혁신기술로 손꼽힌다. 그러나 그의 방직기가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은 컴퓨터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 1839년, 찰스 배비지는 파리에 사는 친구인 천문학자에게 편지를 보내 런던에서 본 초상화에 대해 묻는다. 멀리서 보면 유화처럼 보이는 초상화인데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면 견직물이었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조제프-마리 자카르 본인이었다. 이 편지에서 배비지는 이 전설적인 방직기 발명가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나도 이 멋진 발명품의 원리를 응용하면 아무리 어려운 수식이라도 내 계산 기계로 계산할 수 있었소. 하지만 나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카드를 일일이 만들지 않고도 내 계산 기계가 이 카드들을 사용하는 데 적용되는 특정한 법칙들을 따르게 만들었소. 그렇게 해서 어떤 등식이든 풀고 변수를 제거하고, 최고 수준의 분석을 실행하게 만든 것이오."
<원더랜드> 스티븐 존슨, 프런티어 

    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다른 것을 시작해보세요. 해야 하는 다른 일이 없다면 취미 활동도 좋습니다. 정체감을 잊게 할만한 무언가를 하면서 분위기를 환기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슬럼프를 극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삶의 동력을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첫 번째 방법은 정해진 시간 안에  반드시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선의 전략이 아닐 수 있습니다.  


2. 빼기(−), "하지 말자."


  아예 해당 목표를 취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본질적인 해결 방법은 아닐 것입니다. 이보다 더 현실적인 극복 방안은 목표를 방해하는 다른 일들을 제거하여 해당 문제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Warren Buffet)은 그의 전용 비행기  조종사인 마이크 플린트(Mike Flint)가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알려줍니다. 

 출처_Adam Jeffery, CNBC
STEP 1. 중요한 25가지 목표를 노트에 적을 것
STEP 2. 가장 중요한 5가지에 동그라미를 칠 것
STEP 3. 동그라미 친 5가지(A)와 나머지 20가지(B)를 나눌 것 


  플린트는 25가지 리스트를 A, B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버핏에게 다시 말합니다. 

"중요한 5가지(A)를 먼저 하고 나머지 20가지(B)를 하라는 말씀이죠? 20가지는 당장 급한 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그것들을 어떻게 이뤄야 할지도 생각하고 노력해야겠네요."


버핏은 말합니다.

"자네가 잘못 이해했네. 동그라미를 치지 않은 것은 자네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리스트라네. 자네가 중요한 5가지(A)를 모두 달성할 때까지는 20가지(B)에 조금의 관심도 기울이지 말게나."


  때때로 우리는 우리의 목표를 이루는 데에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합니다. 집중을 위해 목표를 단순화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목표와 무관한 것들을 하지 않는 것이죠.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 '무엇을 하지 말 것인가'가 효과적일 때가 있습니다. 이 것은 스티브 잡스와 마크 주커버그의 철학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목표에만 집중하기 위해서 특별히 고민하지 않아도 될 부분을 과감하게 덜어냅니다. 그들의 매일 똑같은 옷차림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옷을 입을까' 생각하는 시간도 그들의 중요한 일을 위해 덜어낼 행동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좌)스티브 잡스, (우)마크 주커버그 옷차림의 공통점



3. 곱하기(×), "더 많이 해보자"


  이열치열, 더위를 더위로 이겨내는 방법처럼 세 번째는 슬럼프 속에서 더 많은 양의 과업을 달성하는 것으로 또는 더 빠른 속도로 해결해보는 것입니다. 목표를 위한 행동 속에 몸과 뇌를 루틴화 시키면 가능합니다. 더불어 스스로를 위한 보상을 정한다면 좀 더 수월해집니다. "팔 굽혀 펴기 1회의 도전 (The one push-up challenge)"로 유명한 미국의 유명한 자기계발가인 스티븐 기즈는 자신의 책 <습관의 재발견>에서 말합니다. 


반복은 우리의 (잠재의식적인) 뇌가 사용하는 언어다. 습관을 형성하고자 할 때 우리의 목표는 반복을 통해 뇌를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뇌는 보상이 따르지 않는 한 변화에 저항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뇌의 입장에서 보면 습관을 바꿀 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열쇠는 반복과 보상이다. 보상이 따를 때 뇌는 더욱 기꺼이 뭔가를 반복하려 한다. (중략) 그것을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작은 변화들이 모여 뇌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의 잠재의식은 효율을 원한다. 우리에게 습관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이유다. 어떤 행동을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하면 뇌는 이 과정을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을 배운다.  
<습관의 재발견> 스티븐 기즈, 비즈니스북스


  사고의 전환과 함께 사고의 원천인 뇌 자체를 프로그램하는 것입니다. 정체된 상태를 습관화된 행동을 통해 효율을 만들어 효과를 이뤄내는 방법입니다. 

  

4. 나누기(÷), "서로 나누자" 


  현재 나의 상태를 전달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방법입니다. 또는 반대로 다른 사람의 슬럼프에 대해 들어주고 방법을 조언하는 것입니다. 바로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경색된 마음의 상태를 경감시킬 수 있으며, 상대방에게 해결을 위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국의 고등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책인 <고딩어>를 출판하고, 이에 참여한 학생들과 학생들의 부모님, 선생님과 함께 이를 기념하는 북콘서트가 있었습니다. 이 행사를 마치며 각자의 소감을 듣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어느 학생의 소감이 이 책을 기획한 의도를 정확이 꿰뚫었습니다.  

오늘 다른 친구들의 진로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을 들었을 뿐인데, 
저에게 있는 고민이 해결된 기분이에요.

<고딩어> 출판 기념 북콘서트에서.jpg


  지금까지 슬럼프를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물론 세상의 모든 슬럼프가 위의 네 가지의 방식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복잡한 함수도 결국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사칙연산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위의 방법들에서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극복해 나간다면 본인만의 방법과 전략이 나날이 정교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완성하기까지 몇 번의 작은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아무리 작성해도 다음 문장으로, 아래 문단으로의 진척이 없는 글쓰기도 슬럼프라 할 수 있으니까요. 그것을 극복하고 글을 마무리하여 뿌듯합니다. 애를 쓴 노력의 결과인 이 글이 부디 필요하신 분께 닿기를 바라며, 학습과 운동 등 무언가 배우는 과정에서의 정체감뿐만 아니라 진로 탐색에서의 답답함, 어려운 인간관계, 그리고 때때로 오는 우울한 마음의 슬럼프도 이겨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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