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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Mar 30. 2018

#3. "복세편살"

<자기효능감과 습관 만들기>

복세편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의 줄임말, 사자 성어, 불교 용어 아님..
출처_gratisography

 

"도전을 시작할 때 우선적으로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런 질문을 던지면 학생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두 가지 대답입니다.

  “개인의 능력이 중요해요.”

  “도전하기 좋은 상황이 마련돼야 할 수 있어요.” 


  모두 맞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가 필요한 능력인지, 어떤 상황까지가 도전하기 좋은 환경인지는 대답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능력과 시간, 그리고 돈과 같은 자원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존재하며, 상황이나 때와 같은 조건은 누구에게나 가변적입니다. 쉽게 말해, 어느 누구도 필요한 것을 적당히 갖추고 도전을 시작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는 것입니다. 항상 주저하게 만들며, 도전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이런 고민입니다     


VUCA : 변동성(Volatile),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신조어


  더구나 급변하는 미래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고조되고 있는 VUCA 시대 분위기 속에 진로를 탐색하고 준비하는 학생들은 더욱 고답이('고구마 답답이', 고구마를 백 개 먹고 물을 마시지 않은 상태의 답답함의 수준)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사회학자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는 이렇게 말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일이다."

"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


  글쎄, 통찰력을 인정받았던 지구 반대편 어느 학자가 생전에 남긴 현학적인 문장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위의 문장이 도전을 준비하는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현실적 행동 강령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학생들이 듣기에는 추가할 단어 없는 완벽한 문장입니다.  


  훌륭한 도공은 토기를 만들 때 자신의 도예에 의지하거나 움직이는 물레의 속도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의 흙덩이에만 온전히 집중합니다. 그렇게 흙을 묵묵히 다듬어 견고하고 정교한 토기를 만드는 도공의 도야(陶冶)처럼, 둘러싼 환경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고민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출처_ tw.skygate-global

 

  그 중심에는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 믿음을 정확하게 말하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기대와 신념입니다. 이를 가리켜 "자기 효능감, Self-efficacy"(Bandura,1986)이라 합니다.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어떠한 환경에 놓이더라도 주어지는 문제를 자신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믿음을 갖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자신감(태도)과 일관성(행동)으로 발현되고 결국에는 좋은 성과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자기효능감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몇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본인의 과거 성취 경험입니다.(Bandura,1986) 짧은 구간이라도 골인 지점에 도달했었던 어제의 작은 경험이 오늘의 출발점에서 달릴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이 같은 목표와 성취의 반복 속에서 자기효능감은 높아집니다.   


  일련의 과정을 실재적으로 경험하며 자기효능감을 실질적으로 향상하는 방법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습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현재 자신에게 필요한 습관 중, 가용할 수 있는 자원과 조건의 범위 안에서 바로 당장부터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고 이를 실행 반복하는 행동입니다.  


  실제로 저는 전국의 고등학생 60여 명과 함께 약 한 달 동안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미션을 전달하는 설명에서 자기효능감이나 성취라는 뉘앙스는 배제했었고, 학생들에게는 '습관을 통해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내어 보자'는 의도로 기획된 프로젝트였습니다. 학생들은 저마다 지금의 자신에게 필요한 변화를 위해 지금 당장부터 실행 가능한 행동이 무엇인지 생각했고 한 가지를 정했습니다. 아래 37개 항목은 참여했던 60여 명 중에서 미션을 끝까지 완수한 자랑스러운 37명 학생들의 <습관 만들기>의 주제였습니다.  

             

사실, 위와 같은 습관이 필요한 개개인의 이유와 실행 과정에서의 후일담이 더욱 재밌습니다. 이후에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놀랍게도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없었던 습관이 완벽하게 만들어진 학생들도 있었고, 상황이 여의치 않아 중도에 포기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의도하지 않았던 다른 습관이 만들어진 친구도 있었습니다. 주제들이 다양한만큼 결과도 모두 달랐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마치고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공통된 느낀 점들을 정리하여 분석해보니 대체로 <습관 만들기>는 세 가지의 공통적인 효과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의 모든 결과보고서에는 "뿌듯함, 성취감, 보람"이라는 유사한 단어들이 항상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하다 보니 가능했다’ 라며 놀라워했고 '이렇게만 하면 나중에 무언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합니다. 목표가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그것에 도달하여 이뤄낸 성취의 효과가 있었습니다.  


“운동과 식습관 관리하기 - 하면 된다라는 것을 느꼈다. 기말고사를 잘 봤을 때보다도,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고백이 통했을 때 보다도 더 짜릿한 느낌이다.” 


“매일 저녁 1kg 아령 들기 - 아령을 들다 보니 전보다 근력이 생겨 몸이 홀가분해졌다. 배드민턴도 3세트를 연속으로 칠 수 있게 되었다. 여유가 생겨 학교에 걸어가며 20분 동안 영어 듣기를 할 수가 있게 되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고등 학생들과 함께 만든 책, 고딩어.jpg


  두 번째는 프로젝트 기간은 자신에 대한 철저한 이해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동안 자신에게 없었던 모습을 새롭게 만드는 각고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생각하는 거죠. '이 습관이 도대체 왜 필요할까?', '그동안 이 습관을 만들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등을 말입니다. 문제점을 파악하면 할수록 자신이 고쳐야 할 부분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반성은 저절로 깊어졌습니다. 성찰의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루를 되돌아보며 내가 했던 말을 반성하기 - 처음에는 반성하기로 한 것도 까먹고 반성할 말들도 찾기도 어려웠지만 하다 보니 익숙해졌다. 지금은 친구에게 대화할 때 반성할 만한 말은 하지 않도록 주의해서 말하고 있다.” 


“가족들에게 예쁜 말 건네기- 가족들에게 긍정적인 말을 짧게라도 할 때마다 가족들의 행복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습관 만들기가 별 거 아니다는 생각이었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라 작은 일 아니라 크고 값진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큰 변화가 작은 습관 하나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시에 내가 변해야 주변 사람들이 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남들을 변화시키기 전에 나부터 변화하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했다.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세 번째는 새로운 습관으로 어려웠던 관계가 개선되거나 변화된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도 함께 동참하는 등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전이를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물론 성취의 감정이 커질수록 그러한 결과가 두드러졌습니다. 확산의 효과가 있었던 셈입니다.  


“하루 30분 책 읽기를 통해 책의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작가의 생각을 파악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졌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진 것 같다. 더불어 주변 친구들도 점차 책을 읽기 시작하는 문화도 생겼다. 자랑스럽다.” 


“욕설하지 않기, 상대방 약점으로 놀리지 않기 - 날이 지날수록 사용 횟수도 줄고 대화 내용이 깨끗해졌다. 욕을 사용하지 않다 보니 상대방을 놀리는 습관은 더욱 쉬웠다. 어려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경험이었다.” 



여러분이 지금 필요한 새로운 습관은 무엇입니까? 생각해보세요.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속담과 경구를 떠올려 보세요. 세어본다면 열 손가락을 접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 모두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라는 것은 누누이 들어왔지만 실제로 습관 만들기가 나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간과하지 않으셨나요? 


  한 번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지금부터 시작하세요. 자기 효능감을 향상하는 습관 만들기는 여러분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도전적인 행동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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