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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Mar 09. 2018

#1. "ㅂㅂㅂㄱ"

<공무원과 건물주만 가득한 이상한 나라>

"ㅂㅂㅂㄱ" (반박불가)
인터넷에서 쓰이는 용어로 ‘반박불가’ 단어에 초성을 따서 만들어 졌다."ㅂㅂㅂㄱ"(반박불가)는 주로 단독으로 잘 쓰이지 않으며 ㅇㄱㄹㅇ(이거레알)과 함께 쓰여 사실 여부를 확언할 때 사용된다.

<공무원과 건물주만 가득한 이상한 나라>

강의 현장에서.jpg

   최근 들어 특강을 나가 고등학생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인기 있는 직업이 있습니다. 바로, 공무원과 건물주입니다. 학생들이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그저 안정적이고, 편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목표나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을 기반으로 대답해주는 친구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개인의 가치와 상황에 따라서는 적합한 진로 설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과 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실제로 학생들은 되고 싶은 '무엇' 자체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곤 합니다. 공무원과 건물주가 되고 싶다는 그 아이들의 대답이 정말 되고 싶은 목표나 지향점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게 없으니 현실적으로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보여 선택한 차선책이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한 국내 방송사의 서울 시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래 희망 조사에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안정성과 소득을 따지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더욱이 통계상으로도 고등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1위가 공무원(22.6%), 2위가 건물주와 임대업자(16.1%)로 꼽혔습니다. 그 이유로는 안정적이라는 이유와 높은 소득이 보장된다는 이유가 순서상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jtbc 보도, 새 학년 맞는 초중고… 요즘 아이들의 '꿈'
http://news.joins.com/article/19653850#none


   이와 같은 현상을 보면서 사회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가 직 간접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해 사회로 나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에게서 시작된 ‘포기 세대’라는 말. 이 말은 3포, 5포, 7포 등 점점 주거 취업 결혼 출산 등 인생의 많은 가치와 기준을 포기하면서 N 포 세대라는 말을 만들어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거나 얻어 내는 것이 힘들어 포기하다 보니 편안함과 안정감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가 청년들을 넘어 그 아래 세대인 청소년들에게도 퍼지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탐색하고 얻으려 하기보다는 일단 이 현실을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택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출처: 난희 작가, https://www.facebook.com/univ2018

 

  이와 더불어 요즘 대학생들에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병이 있습니다. 바로 ‘대2병’입니다. 대학 진학이라는 단기적인 목표를 최종 관문으로 여기며 지냈던 학생들이 막상 대학 진학을 한 이후에는 목표를 상실해 자신감을 잃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큰 방황을 하게 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이를 ‘대2병’이라 일컫습니다. 대학 진학이라는 규정지어진 목표 때문에 실질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하고 인생의 최종적인 ‘목표’ 또는 ‘동기’없이 지내다 보니 성인이 된 대학교 2학년들이 그제야 진로에 대한 사춘기를 겪는 것이기도 합니다. 결국 ‘先진학, 後진로’라는 앞, 뒤 바뀐 아이러니한 방법론이 결국 이 같은 병리적인 현상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저 또한 대2병을 심각하게 앓았던 대학생이었습니다. 입시에 실패하고 점수에 맞춰 들어간 대학, 결국 나와는 맞지 않았던 전공과목들, 형편없는 성적은 당연한 결과였고 수업 따라가기에도 바쁜 일정 속에 삶의 목표는 세우기도 버거웠습니다. 여덟 번의 휴학 횟수가 제 오래된 방황을 단적으로 나타냅니다.


   그냥 쉬기에는 부모님께 죄송해서 학원이나 공장, 건설현장, 통신 회사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했고, 더불어 재미있어 보이는 학교 안과 밖의 다양한 대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은 전공과는 아주 무관한 활동들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처음엔 흥미롭게 봐주며 응원해주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하는 소리들이 더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지금 반드시 해야 하는 자격증 공부와 취업 준비를 제쳐둘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니?"

"네가 답답한 건 이해해. 하지만 다들 하니까 해야 하는 거지. 별수 있냐?"


   이런 이야기들을 듣지 않았다 하더라도 스스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많은 불안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분명 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저에 대한 스스로의 분석입니다. 당시에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몰라 답답한 마음에 시작한 휴학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이 기간은 반드시 필요했던 자아탐색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상황과 관계에서 내가 어떤 것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반대로 내가 무엇을 견디지 못하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가 드러났습니다. 드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알게 된 나에 대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잘하고 좋아하는 경험에 집중하게 되었고 더불어 발생하는 성과와 성취는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내가 놓인 상황과 앞으로의 불확실한 미래는 이전과 바뀐 것이 없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스스로가" 변화한 것입니다.


터닝포인트를 거쳐 근자감이 충만했던 시절 참여했던 백수일기, 많은 대학생들의 도전기들이 담긴 책, 캠퍼스멘토(현재는 절판).jpg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는 이유와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은 정말 중요합니다. 찾아오는 수많은 기회들에 의연하게 도전할 수 있게 하며, 주어진 상황과 자원으로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 수 있게 하며, 이로써 자신만의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게 합니다.


   저 또한 지난했던 과정의 무수한 점들이 이어져 캠퍼스멘토에서 진로 교육 콘텐츠를 총괄하는 멋진 기회를 만들었다고 생각됩니다. 쌓이는 경험들에 의해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으로 되돌아왔다는 점이 이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놀랍습니다. 어떤 학생은 제가 저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일하는 데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자신에 대해 공부하고,

세상에 대해 탐색하며,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고,
나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교육.

그래서 스스로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

이 것이 진로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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