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12주 차 탱이를 만나고
글을 써야 한다.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이제 2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10월은 이제 다 지나갔다고 치고, 11월 12월 1월 2월... 회사도 다섯 달 남짓 나가면 잠시 오랜 휴식기다.
처음 회사에 들어가면서 스스로와 약속했다. 딱 5년만 버티자고 5년만 잘해보자고. 버티자고 말하니 너무 성취욕이 없는 사람 같아서 고쳐 말하자면 딱 5년만 업무에 적응하고 그 안에서의 나를 발견해 보자고.
육아휴직기도 5년 안에 포함된다면, 정말 회사 소속인 채로 뭔가를 해낼 수 있는 기간은 며칠 남지 않았다. 물론 내가 '뭔가를 한다'는 건 회사 내부 일이 아니다. 글을 쓰는 일이다. 글을 써서 나는 탈출하고 싶다!
며칠 전 탱이를 보고 왔다. 12주 차로 정밀초음파를 보는 날이었다. 연휴가 끝나고 바로 다음날이라 사람이 몰렸다. 간호사는 대기가 길어지면서 미리 예약돼 있는 선생님 말고 다른 선생님께 진료를 보겠냐고 물었다. 음, 네 그래요 라고 말하면 간호사를 도와주는 선의를 베푸는 것이겠지만, 그냥 기다릴게요 하고 말했다. 사실 한 차례만 더 기다리면 내 차례였으니까!
우리 앞에 정밀초음파로 아기를 만나고 온 부부는 말했다. "완전 개구쟁이네. 엄청 까불거려. 이쪽 발 차고 저쪽 발 차고." 부부는 40대 정도로 나이가 꽤 있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병원을 찾은 대부분의 산모가 남편과 함께였다. 어른들이 보면 어색한 풍경이겠지, 세상 좋아졌다 하시려나, 호들갑스럽다고 하시려나. 아무튼 우리 차례가 되어 설렘을 가득 안고 초음파실로 들어갔다. 병원에 초음파실은 총 2개였고 초음파 1실은 2실보다 대기가 길었는데, 우리는 초음파 1실이었다. 2실은 산모들이 금방 나오고 들어가는데 반면, 2실은 한참을 기다려야 앞사람이 나왔다. 왜 그런가 했더니, 2실 의사 선생님이 친절했기 때문이었다. 아이의 전체 모습부터 얼굴, 손, 가슴, 복부, 엉덩이, 다리까지 모두 잘 보일 수 있도록 각각 확대하여 화면에 잡아주고 세밀하게 봐야하는 신체 부위를 설명해 주셨다. 안심됐다. 마음이 포근해졌다.
전 산모의 아기와 달리 우리 탱이는 정말 얌전했다. 다리는 다소곳이 꼬고 누워 한 팔로는 한쪽 눈을 가리고 다른 한 손은 엄지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하하하. 약간 약간씩 다리를 오므렸다 폈다 하는 것도 화면에 잡혔다.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라 한 순간이라도 놓치면 그 작은 몸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할 것 같아 집중해서 모니터링했다. 나는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진료실을 나서는 남편은 나를 보더니, 연신 '너무 귀엽다, 사랑스럽다'라는 말을 반복하더라 했다. 그랬나? "모성애랑 부성애는 지금부터 차이가 나는 건가?... 나도 탱이 더 자세히 보니까 귀엽긴 한데 아직 손에 안 잡혀서 그런가 너무 작아서 그런가 막 마음이 크게 일지는 않아." 하고 말하는 남편, 그런 남편을 보며 "엄마든 아빠든 누구나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말했다.
벌써 탱이는 6.9센티이다. 점점 더 빠르게 자랄 거라고 한다. 이제 한 달 뒤에 진료를 보러 오라고 하는데, 그동안 궁금해서 어떻게 참지 싶었다. 아이가 잘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온몸으로 느껴보는 수밖에. 메슥거리는 느낌은 아주 가시질 않았지만, 몸의 변화가 처음과 또 다르다는 걸 느끼면서 탱이를 만날 순간 그리고 입사 때 내게 했던 약속의 마감일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몸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그래서 점점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이유로 손 놓고 있었다. 정말 사는 이유가 오직 출산인 사람인 것처럼 쉬고 또 쉬었다. 하지만 이러다가는 탱이에게 나의 게으른 성질을 그대로 물려줄까 걱정되고, 정말 눈 깜짝할 사이 내 꿈이 사라질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