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 _ 피아노 연주
피아노 레슨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릴 적에는 그렇게 다니기 싫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니 더 오래 배우지 못한 것이 아쉽더라. 10대의 반을 지나고 있었을까 집에서 혼자 연습하겠다고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큰 피아노 한 대를 구입했는데, 먼지만 수북이 쌓이고 어느새 피아노 현의 장력은 무너져 있었다.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고 다시 피아노 뚜껑을 열어 딩가딩가 건반을 눌러보았을 때는 둔탁한 음을 듣고 아 다시 시작하기 어렵겠다 싶었다. 조율사를 불러 음정을 고쳐 놓고 또 얼마간 칠 수 있을까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가장 합리적이다 싶은 가격을 찾아 음정을 돌려놓고 몇 달 뒤 나는 결혼을 했다.
탱이가 찾아온 건 내게 기회였다.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가질 기회. 단축근무를 시작하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취미를 찾아야 했다. 그림 그리기, 요리, 악기 배우기, 책 읽기... 심지어는 구몬을 매달 받아 풀어볼까 생각도 했다. 임신부라 특별히 활동적인 취미는 어려웠고 게다가 뚜벅이라 멀리 나가서 뭔가를 배우는 건 모험 같았다. 추석 이후 길었던 집안 행사들이 끝나고 임신 5개월 즈음에 들어서니 그제야 결심이 섰다. 피아노를 치자.
학원을 등록하는 건 참 잘한 일이었다. 학원 문을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이미 건반을 볼 줄 알기에 혼자 연습하면 되지 않나 괜한 돈을 투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성인이 돼서 배운 피아노는 참 새로웠다. 어릴 때는 이런 기본적인 이론도 모르고 둥당거렸구나, 싶었다. 아마 그때는 썩 이해가 가지 않으니 관심도 없었겠지.
첫 도전 곡은 운명처럼 Lake Louise. 아빠가 아프시고 난 후 갑자기 피아노곡을 연주하겠다며 처음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전했던 피아노곡. 피아노 선생님은 왼손 악보를 보는 걸 많이 잊었다고 한 내게 왼손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곡을 추천해 주셨다. "레이크 루이스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이 곡 들어보셨어요?" "아, 네 아빠가 좋아하셨던 곡이에요." 레슨이 끝난 후 그렇게 한 시간이 더 넘도록 오랜만에, 아니 처음인가... 연습에 푹 빠져있었다.
자꾸 내가 이어 보는 건지 우리가 운명처럼 자꾸 이어지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한 곡을 유려하게 연주해서 들려드려야겠다. 직접 귀로 들으실 수는 없지만 좋아하시겠지, 그곳에서 흐뭇하게 웃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