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함께 가는 길, 너도 함께 가는 길.
평온한 목요일 오전, 집중력이 솟아오르는 귀한 시간. 산부인과에서 전화가 왔다. '검진 일정에 조율이 필요하려나?' 걸려오는 전화를 대수롭지 않게 받았다.
"여보세요?"
"OOO 씨죠?"
목소리가 낯익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아닌 주치의 과장님이었다.
"2차 기형아 검사에서 임산부 단백질 수치에 이상이 있어요.... "
얘기를 듣고 덤덤하게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내 혈액 수치가 기형아 검사 결과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했다. 당장 양수검사를 하면 좋겠다고, 양수검사 예약 담당 간호사가 다시 전화 줄 거라고 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빠르게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았다. '기형아 검사 고위험군', '양수검사' 관련해서 생각보다 경험글이 많았다.
「1:240였고 30대 후반이에요. 양수검사에서는 정상 나왔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전 16:1이었는데, 아이 건강하게 잘 낳았어요.」...
확률이 다 다른가 보네, 나는 확률을 못 들었는데.
병원에서 다시 전화가 오기를 전전긍긍하며 빈 회의실 책상을 빙빙 돌았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나 혼자만 감당하기에는 버거웠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다행히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통화음이 몇 번 울리지 않았는데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무슨 일이야?"
"…." 그의 목소리를 듣자 낌새도 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어느 요일이든 상관없으니 우선 가장 빠른 날짜로 양수검사를 예약하자고 했다. 그의 목소리에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오랜 세월 함께 한 만큼 나는 그의 억양만으로도 그가 침착하고자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간호사에게 전화가 와서 양수검사일을 예약하고 남편이 적어준 대로 차근차근 궁금한 부분을 묻고 메모했다.
양수검사를 해주실 선생님은 누구신지, 검사 결과는 언제 나오는지, 기형아 고위험군 위험도(확률)는 얼마나 되는지.
전화를 받은 날 기준, 탱이는 16주 5일 차였다. 초음파로도 척추뼈와 손가락, 발가락이 세세히 보일 정도로 성장한 아가였다. 주수가 올라갈수록 탱이는 태아의 모습을 벗어나 점점 사람의 모양새를 갖추어 가고 있었고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그리고 그만큼 탱이를 향해 느끼는 우리 부부의 애착도 커지고 있었다. 나보다 탱이가 더 놀랐으면 어쩌지, 내 목소리를 듣고 탱이도 같이 불안해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이 퇴근길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나와 비슷한 사례를 찾아 위로받고 안심하기 위해 인터넷을 계속 서칭 했는데, 아무 일 없이 잘 지나갔다는 10개의 댓글보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감당할 용기가 없어 그 작은 생명체를 보내주었다는 단 한 줄의 댓글이 가슴에 더 깊이 박혀, 그만두었다.
양수검사 날 전까지 내게 필요한 건 안정이라고 되뇌었다. 뱃속의 아기까지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당일, 나와 같은 이유로 내원한 임산부가 있었다. 그분도 부부가 함께 왔다. 얼굴은 한참 앳돼 보였다. 내가 첫 번째 차례, 심호흡을 여러 차례 하며 차분하게 원장님을 기다렸다. 원장님은 베테랑이었다. "아프다고 울먹이는 임산부도 있고 침착하게 검사하는 임산부도 있어요. 보통 경산모들은 눈 하나 깜짝 안 해. 우리 OOO씨도 침착하네. … 양수가 아주 깨끗해요. 연한 노란색인 이유는 태아 오줌이 섞여 있어서 그래요. 결과는 내일이나 내일모레 나오고, 주사기에 자기 이름 잘 붙어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순식간에 지나갔다. 내 배에서 '퐁'하고 구멍이 뚫리는 소리는 들렸지만 통증은 없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베이글집을 들리자 했다.
양수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양수검사가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은 날로부터 검사 결과를 듣기까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 주 아니 한 달의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양수검사로 내가 겪게 될 아픔이나 감염 등 임산부 부작용에 관해서가 아니라 탱이에게 혹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 탱이가 혹시 바늘을 보고 놀라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더 컸다. 예쁜 아가를 만나러 가는 이 즐거운 여정은 산뜻한 오솔길일 거라 상상했지, 이 여정에서 축축한 동굴도 지나야 할 거란 생각은 못했다.
병원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집으로 달려와서는 대문을 열고 소리쳤다. "여보 탱이 괜찮대!" 우리 부부는 평소에 소소한 긴장감으로 서로 놀라게 하는 장난을 자주 하지만, 이번만큼은 추호도 그럴 마음이 없었다. 함께 마음 졸이면서도 나를 든든하게 지켰던 남편에게 한시바삐 이 소식을 전해야 했다.
"다행이다. 고생했어 우리 자기, 고생했어.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