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마음 유한한 여유(ㅅ돈)

by ㄹㄴ

엮어 생각하기 싫지만 그리고 그래선 안 될 것 같아 피하려 노력하지만,

'출산과 돈'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어떤 영역이든 그렇지 않느냐만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은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곳에서 소비가 나간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던 시점에 새로 나가게 될 지출을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직접 경험하지 않으니 가늠하기 어려웠고, 요즘엔 국가에서 지원도 많이 해준다길래 다소 안심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남편이나 내가 아닌, 아이를 위해 나가는 돈인데 인색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되겠지 했다.


그런데 근래 태아보험을 가입하고

남편의 목 뒷덜미가 더욱 구부러져 가는 걸 보면서

고민이 많아졌다.


바로 앞 글에서 난 2차 혈액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받아 양수검사를 했다고 밝혔다. 우리가 선택해서 한 검사가 아니었음에도 당시 우리는 태아보험을 들지 않은 상태였고 검사 비용 63만 원에 대해 받을 수 있는 보상은 없었다. 결국 어찌어찌해서 21주 차에 우리에게 들어온 국가바우처를 모두 소진해 버렸다. 아이를 낳기까지 약 5개월이란 시간 그러니까 지금까지 지나온 기간만큼을 더 지나야 하니까 딱 고만큼을 더 지출한다고 치면 앞으로 임신출산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100만 원이다. 하지만 산후조리원도 출산에 일부로 포함하면... 약 400만 원이 추가로 더 나가게 될 거고... 산후도우미분을 구해야 하니까 2주간 약 50만 원... 거기에 육아용품 최소로 준비한다고 하면 추가로 100만 원 정도 더 든다. (어느 유튜브에서 신생아 물품 중 웬만한 건 다 당근하고 구매품을 최소로 했을 때 그리고 가성비 제품으로 샀을 때 약 89만 원 들었다고 했다)


물려받을 아가 용품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아기를 낳은 친구가 많지 않다. 있다고 하더라도 자매들이고 언니한테 동생한테 나눔 한단다. 내가 의지할 데는 당근뿐.


배가 불러오면서 곧 복대가 필요하겠다 싶다. 이제 속옷도 맞지 않아서 새로 사야 한다. 오늘은 꽉 끼는 속옷 때문에 점심을 먹고 하루 종일 배가 더부룩했다. 달마다 정해놓은 생활비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기로 했는데, 며칠 전 이번 달 생활비 통장이 빠르게 비어간다는 남편의 말이 떠올라 서러웠다. 발이 부어 평소 신던 양말도 불편했던 난, 미루고 미루다가 임산부용 양말 하나를 드디어 샀다. 내 용돈으로 말이다.


남편은 임신 과정 중에 몸이 불편에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겠다는 나에게 뭐라고 할 사람은 아니다. 내 월급에 배를 벌어오는 그러면서도 집안일 힘든 내색 안 하고 열심히 하는 남편이지만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할 때마다 흠칫 흠칫 놀라고 한숨을 푹 내쉬는 그의 뒤에서 난 쪼그라든다. 스스로에 궁색해진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아가에게 들켜버릴까 무서워 아무렇지 않은 척 배를 살살 문지른다.


마냥 행복하게 아이를 맞이하기 위해선, 내가 더 능력을 키워야 하는 걸까?

분수에 맞게 박하게 살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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