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멋있다며 용감하다며 우리가 선택한 삶에 찬사와 용기를 덧붙여준다. 하지만, 나는 매일매일 포기하고 싶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가벼운 바람 한 자락이 불면 흔들린다.
“이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걸까?”, “내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나?” 어느 하나 확신을 달라 매달려봐도 메몰 차게 거절당한다. 그렇게 지친 마음을 이 끌로 간 냇가에서 다시 고민에 빠진다.
어떤 후회가 더 고통스러울까,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는 후회, 아니면 무언가를 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
마구잡이로 계획하는 향후 3년,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뒷걸음질 계산 4년, 인생 선택의 사다리를 그려본다. 여기로 내려가도 보고 저 사다리로도 갔다 와봐도 모르겠다. 이미 수만 번의 고민 끝에 내린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나의 자신을 그리고 나의 결정을 의심한다. 무엇이라도 잘못되면, 내 걱정이 맞았지 라며 도망칠 방법을 비밀리에 고민한다. 같은 생각 쳇바퀴를 돌고 또 돌며, 영부터 다시 센다. 인생에 답이 있었으면.
어느 세프가 인터뷰 중 하고 싶은 일을 하나 하기 위해 싫어하는 일 99가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의지로 일궈낸 모든 이들이 존경스럽다. 동네 식당의 문을 매일 여는 원주민 아주머니, 길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베네수엘라 아저씨, 그들은 지금 그곳에 서있으려 얼마나 많은 보이지 않은 노력들을 하셨을까. 얼마나 자주 포기하고 싶었을까. 얼마나 외로이 아파하고 자신을 위로했으며 또다시 긍지를 불러 세웠을까.
내가 사랑하는 단 한 가지를 위하여 수만 가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열정을 시험하는 일이다. 우리는 그 한 가지를 위하여 얼마나 포기할 수 있으며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까. 백가지의 원망과 한탄이 최고조에 달하여 어둠에 잠긴 끝없는 외줄 타기가 되었을 때 우리는 계속 걸어 나갈 수 있을까.
떠돌아다는 것이 인생이 숙명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한자리에 머무는 것은 두렵게 느껴진다. 어렸을 적에는 떠날 수 있을 때 떠날 수 있는 용기와 타협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에서 확신과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용기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한다. 타협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가 타협할 수 있는 용기로 변할 때,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머무를 수 있는 용기로 변할 때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아무리 꾹꾹 눌러도 눈물이 나는 하루가 있다. 사랑하는 이들과 같이 있어도 한없이 외롭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마음속으로 숨어 들어간다. 그곳은 나를 아무 말 없이 안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