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는 땡볕 아래서 풀을 베어 간다. 하루 빠짐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는 풀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너는 쉬지도 않니.
밭에서 일을 하면 땀이 비 오듯 내린다. 땀방울이 입술에 닿으면 그제야 흙 잔뜩 묻은 손으로 얼굴을 가로지른다. 이때다 싶어 허리를 핀다. 왼쪽, 오른쪽, 앞뒤로 허리를 풀어줄 때 안경다리에 땀이 차 안경이 주르륵 미끌어 내려간다. 도시 사람 티 내는 것 같아 실실 웃음이 난다. 땀의 끈적끈적한 기분이 상쾌하게 느껴지는 처음이다. 때 마침 바람이 불면 천국이다.
해가 중천까지 올라가면 우리는 냇가로 간다. 땀에 흠뻑 젖은 일복을 훌랄라 벗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을 때야 온몸에 상처 투성인 게 보인다. 상처 내다볼 시간에 더위를 식히는 게 우선이다. 오전 내내 열 올린 몸을 시원한 냇가에 던져놓으면 꿀맛 난다.
“어이!”
이웃 할아버지가 키 큰 갈색 말을 멋나게 타고 지나가면서 인사하신다. 이 지역은 말과 노새를 실제 이동수단으로 사용하여 말과 사람들의 조화는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슈퍼마리오 할아버지 버전처럼 생기신 신사님은 오늘도 흰 수염 아래로 환하게 웃어주신다. 노 신령들이 마법의 숲 속에서 하루 종일 떠있다 귀가하는 것처럼 할아버지는 상체를 살짝 뒤로 젖힌 체 말과 함께 달그닥 달그닥 산으로 올라가신다.
코코넛 물 한 모금 마시려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하는지.
아직 요령이 부족한 우리들은 특히 더 많은 땀을 흘린다. 1년 동안 주렁주렁 하늘에 매달려있던 코코넛이 잘 익어 땅에 떨어지면, 맨 먼저 맨질맨질한 초록빛 바깥 껍질을 벗겨야 한다. 두꺼운 껍질을 마세티로 있는 힘껏 내리친다. 바깥 껍질이 열리면 거칠한 표면의 갈색 섬유에 송곳과 망치로 여러 번 두드려 구멍을 낸다. 구멍이 열리면 그 입구에다 입을 갖다 대 고개를 젖히고 흔들면 한 방울씩 물이 떨어진다. 다시 한번 송곳과 망치, 또는 마세티로 구멍을 더 크게 내서 마시면 흙과 껍질 수염과 함께 더 많은 양의 코코넛 물이 나온다. 퉤퉤 뱉으면서 그것도 좋다며 열심히 마신다.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으면 코코넛 껍질을 여러 조각낸다. 그것을 뜨거운 물에 잠시 끓이면 갈색 껍질과 하얀 속살을 분리하기 쉽다. 숟가락으로 긁어서 달콤하고 크리미한 코코넛 과육을 입에 넣는다. 얼마나 포만감을 주는지 며칠 동안이나 나눠 먹을 수 있다.
조부모님 세대는 더 나은 삶을 찾으려 농촌을 벗어나 도시에 오셨다. 낮은 계급이 주로 담당하는 육체노동을 몸소 평생 겪으셔서 이 같은 고생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시지 않으려고 다짐하시고 또 다짐하셨을 것이다. 조부모님은 지적 노동을 하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며, 부디 자신의 세대가 하셨던 노력이 허무하게 되지 말아 달라고 나에게 묵언의 부탁을 하셨다.
원이 굴러가면서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도시에서 태어났다. 물질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육체적 노동에 대한 치우친 가르침을 받았다. 그들이 성장해 그 전세대가 그토록 원했던 지적 노동과 도시의 삶과 직면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형용할 수 없는 공허감이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갈망하였다.
자연에서 땀 흘리며 만든 노동에는 어마어마한 가치가 살아 숨신다. 반복되는 노동에서 명상의 공간이 열리고, 도시에서 억눌렀던 내적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다. 하루 일과가 끝났을 때의 몸에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과 뿌듯함에 편안하고 긍정적인 에네지를 도로 받는다.
농촌을 떠나 도시에 정착하신 남자가 이제 할아버지가 되어 나에게 한 말이 이제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을 땅을 밟으며 살아야 한다.”
코코넛 물 한 모금의 가치는 돈으로 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