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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꽃

by 나경


지금 이 순간 세상 곳곳에서는 수없이 많은 꽃들이 피고 진다.


도시 한복판 깜빡이는 가로수 옆의 데이지 꽃은 평생 처음 봉오리를 피어 올리고 있으며, 아마존 정글의 티아레 꽃은 마지막 꽃잎을 떨어키고있다. 떨어지는 꽃잎 옆에는 시계꽃처럼 흰 눈송이 꽃이 있으며, 멕시칸 해바라기처럼 우거진 꽃도 있고, 토에 꽃처럼 야밤의 황홀한 향가 매혹적인 꽃이 있다. 다양함의 축제 속에서 꽃은 저만의 방식으로 햇빛을 바라보며, 땅 깊이 뿌리를 내리며, 누가 알아보지 않아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길이 있다.


그 길에는 때론 흙탕물이 잔뜩 고여있을 수 있고, 때론 진달래 꽃향기가 진동할 수 있으며, 때론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대나무 그늘이 펼쳐 저 있을 수 있다. 그 길을 걷는 도중에 숨이 턱까지 차올라 집 잃은 개처럼 헐떡댈 수 있고, 때론 오토바이가 넘어져 무릎에 상처를 입을 수 있고, 또 어떨 땐 지나치는 공기의 스침에도 콧노래가 저절로 나올 수 있다. 이 길이 나의 길이 맞는지, 내가 올바른 길에 있는지 방황하고 슬퍼하며 길 잃어 헤매어도 괜찮다. 그 모든 언덕과 내리막이 길에 일부이니, 옆에 자란 꽃과 함께 계속 걸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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