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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경 Nov 06. 2023

나를 드러내면서

순화과정의 시작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과정은 어렸을 적부터 그어놓은 안전지대를 등지고 걸어 나오는 것 마냥 리고 벅차다. 눌러온 감정, 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말 못 한 생각, 누가 들쳐볼까 재빨리 구석으로 숨겨둔 나의 그림자. 이들을 안에서 밖으로 송출하여 순화하는 작업은 낭만적이지도, 시적이지도 않다. 주기적으로 기름을 넣어야 시동이 가는 기계처럼, 반복적으로 순화과정의 중요성을 상기시켜야 하며, 숨기는 습관이 배인 몸을 스스로 수술대에 올려야 하는 떨리고 벅찬 작업이다.





첫 변화는 내 안에서


나를 드러내는 순화과정의 첫 발걸음은 나의 마음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말은 쉬어 보이는 이 받아들이기는 사실상 명상 난이도 최상이다. 감각이 생각으로 전환될 때 이미 이에 따른 수많은 생각과 판단이 머리에 자리 잡아, 본연의 감각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대반수이다. 나 같은 경우는 어떤 감각이 올라오면 재빨리 좋은지 안 좋은지 판단하고, 부정적이라면 그것을 긍정적으로 바꿔서 재생각하여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Toxic positivity, 독이 되는 긍정성은 삶의 중요한 일부인 어두운 감정들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진실되지 않은 긍정적 생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생각이 진실되지 않은 이유는 어두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려 감정이 자연스럽게 증발되는 것이 아닌, 아직 프로세스 되지 않은 어두운 감정을 받아들이기 쉬 감정으로 대체하여, 사실상 어두운 감정은 아직도 그 밑에 존재해 더 깊숙이 내려가 있는 것이다.


나는 두려움에서 독이 되는 긍정석을 습관화한 것 같다. 밝은 모습만 보이려, 좋은 생각만 보이려, 칭찬만 하려고 노력한다면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까라는 아픔에서 생겨난 일종의 생존본능이지 않을까.




글로 승화하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두려움 없이 진실되게 표현하면... 얼마나 자유로울까.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고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은 말로는 어렵지만 글로 그 감정들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감정 해방의 메게체인 글쓰기는 오늘도 나를 말없이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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