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삶의 여정을 걸어가면서 많은 이들과 만나게 된다. 그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이어가며, 사랑하고, 상처받고, 또 자연스레 어느 순간이 되면, 헤어짐을 고하게 된다.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이나, 깊은 관계를 맺은 이나, 내가 만난 그모두와 작거나 큰 카르마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나에게 지금 가장 소중한 관계 중 하나는 필립과의 관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맺으면서 나를 더 깊게 알아가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나의 감정 주도권은 누구에게?
필립은 감정 표현에 아주 솔직한 편인 반면에, 나는 강한 감정 표현은 밖으로 표출하는 것보다는 안에서 소화시키는 것이 더 익숙한 편이다. 소화불량에 시달렸었던 적도 많지만, 몸이 아픈 게 마음이 아픈 것보다 나았다.
언제쯤부터 시작되었을까,필립에게 감정적 의지를 하게 되었었던 것은. 그만큼 안전하다고 느꼈기에, 믿을 수 있다고 확신하였기에 나의 감정 주도권을 그의 손으로 넘겨주었던 것 같다. 이 관계 전에는 느껴본 적 없었던 강한이해받음이 나를 자꾸만 그에게 의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지나친 의지가 나를 힘드게 하였다. 그가 기쁘면 나도 기쁘고, 그가 슬프면 나도 슬프고, 그가 화나면 나는 백지가 되어,감정 앵무새의 뒷모습으로채울 수 없는 빈틈을 자꾸만 채우려 하였다.
홀로서야 더 오래 사랑한다
나의 감정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는과정은 길었고 힘들었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했고, 어려운 감정을 받아들여야 했고, 나를 이해하고 용서해야 했으며, 사랑하고 존중하는 연습을 계속해서 해나가야 했다.
아직도 나는 그가 웃으면 나도 기쁘고, 그가 슬프면 내 눈에서부터 먼저 눈물이 난다.하지만, 내가 내린 마음의 뿌리는 이제 꽤 단단해져 나를 지켜주고 있다. 그가 흔들릴 때에도 나의 마음은 본연의 자리에서 그를 안아줄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