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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사는 괴로움, 지옥에 사는 즐거움

by 나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할까?


수년간의 여행을 통해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도 사람들은 괴로워하며, 가장 불행한 곳에서도 사람들은 즐거워한다는 것이다.


가장 유복한 나라 중 하나인 덴마크 사람들은 우아한 커피숍에서 우울해하였고, 난민이 된 베네수엘라 아이들은 바닷가에서 웃음꽃을 피웠다.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특권에 관한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다. 힘든 하루하루를 보낸 후 "봐, 가난한 사람들은 행복하잖아. 너도 얼른 감사해야지." 라며 강요된 감사를 하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단지, 두 개의 반구로 나누어진 뇌를 가진 우리들이 왜 끝없이 행복과 불행을 반복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자 탐구이다.




고요하던 호수에 돌이 던져질 때에는 항상 한 번에 여러 개씩 던져진다. 올해 1월은 그런 달이였다. 비즈니스 비자 신청 문제로 마음이 철렁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한밤에 밀물처럼 밀려드러 와 숨이 가쁘게만 쉬어져 왔다. 주변 친구들은 위로를 해주었다. 준비 중이라서 더 힘들다고 서서히 일의 윤곽이 잡히고 현실에서 내가 준비하는 것들이 실현되면 마음이 나아질 거라고 했다. 하지만 외로이 커튼을 치고 그 뒤에서 우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어느 시간이 흐른 뒤 그 커튼이 거쳐지고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는드시 뻔뻔하게 펼쳐지는 길이 있는 것이 보인다. 힘들어했던 시간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난 듯 멀뚱멀뚱 쳐다만 본다.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나조차도 알 수 없다.


나는 내가 살고 싶은데로 사는데, 내가 원하던 꿈을 좇고 있는데, 왜 불행하다고 느껴졌을까?




산맥 이주를 실천하는 동안 나는 그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기대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대자연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모여 커뮤니티를 꾸리는 꿈을 꾸기 시작하였을 때, 나는 이 모든 과정이 흥분과 열정이 넘치는 보석 찾기 모험이라 생각하며 기대를 키우기 시작하였다. 고난도, 역경도 낭만으로 보여, 나는 얼른 소설에서 나오는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자연의 보드라운 품에 한시라도 빨리 안겨서, 아이러니하게도, 자기도취하고 싶었다.


현실 속의 기다림이 지속될수록, 슬픔이 커질수록, 피곤함이 떠나질 않을수록, 기대감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만 갔다. 전혀 다른 문화에 대한 적응, 수많은 시행착오, 계약 없는 기다림, 그중에서 나를 제일 힘들게 하였던 것은, 외로움이었다. 초반의 열정이 민망하게도 나날이 쌓이는 걱정 아래 나의 초심은 너무나 쉽게 뿌예져만 갔고, 무엇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커져만 갔다.


'산에 올라가면 다 좋아지겠지.' '여기만 벋어 나면 다 괜찮아지겠지'라는 달콤한 거짓말은 거짓이라서 더 달콤하였다. 나는 잘하고 있는데 이곳이 문제이니 떠나야 한다는 "탈출 유혹"도 뿌리칠수록 더욱더 치명적이게 다가온다. 내가 많은 것을 포기해 여기에 있으니 나는 포상을 받아 마땅하다는 심리는, 다시 한번 기대감이라는 풍선에 바람을 넣어준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기대가 크면 클수록 더 깊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 떨어지는 두려움을 무감각하게 하려 우리는 또다시 다른 기대감을 키운다. 삶이 인간의 기대에 못 맞추는 것은 세상이 일치인데, 우리는 항상 그 예외가 되는 기대감을 키운다. 우리는 행복해야만 하는 기대감은 계속해서 커져 우리의 불행을 예외 없이 자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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