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타인의 고통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책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계속해서 상황과 질문을 던지고 독자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당신은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고 있지 않는가? 그 방식이 옳은가? 누군가의 고통을 선택적으로 공감하지 않았는가? 당신이 불쌍하다고 눈물짓던 사람은 과연 진짜 불행한 사람인가? 당신이 그 사람의 고통을 연민할 자격이 있는가?'
개인의 신념, 가치관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질문들이다. 그렇기에 정답은 없고 답이 없는 질문에 불편하기만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고민해야 하는 질문들이다.
어릴 때 '도가니'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도가니는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불합리한 사건들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는 그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꽤나 자세하게 묘사한다. 이 영화에 대해 삼촌은 그렇게 평했다. "사람들이 영화를 포르노처럼 소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소비할 필요가 있어". 또 그 당시에 과외 선생님은 다르게 평했다. "그래서 저런 사건에 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어?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면 위로 올리는 것 또한 의미가 있어"
어린 나는 두 가지 시점 모두에 공감하고 고민했다. '무엇이 맞는 이야기일까? 누구의 의견이 올바를까?' 책은 어렸던 내 고민을, 성인이 된 지금에도 답을 할 수 없는 고민에 대해 대답을 해주는 듯했다. '맞는 답은 없어. 끊임없이 고민하고 스스로 성찰해'라고. 그리고 이 책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그 고민이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했다.
저자는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타인의 고통을 직면하고 애도하라고, 그리고 그 애도의 결과로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쉽지 않은 이야기다. 누군가는 분명히 타인의 고통을 가십거리로 여기며 비웃을 것이고 타인의 고통을 무시하며 자신의 고통만을 고통으로 여길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저런 사람들을 끊임없이 마주해야 하며 때로는 그들의 비아냥에 흔들려야 한다.
하지만 나는 착한 사람은 아니더라도 좋은 사람이, 올바른 사람이 되고 싶다. 스스로에게,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과 맞서야 한다. 다른 사람이 고통이 너랑 무슨 상관이냐고 비웃고 조롱하더라도, 그 비웃음과 조롱이 나를 힘들게 하더라도. 저자가 말하는 좋은 세상에 동참하며 고통받는 사람들과 같이 나아가고 싶다.
'누군가의 애도'에 공감하고 '누군가의 고통'이 의미 없는 아픔이 되지 않도록.
이미 그의 세계는 다 망가져 폐허가 됐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바늘 자국 없이 이어내는 데 곤란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다만, 잔해 속에서 부러진 나뭇가지를 집어 들어 고통을 막을 수 있는 길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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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애도가 우리의 애도가 되고 결국 우리를 바꿔놓을 수 있도록.
-p.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