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북에세이

북 에세이: 취향은 어떻게 계급이 되는가

더 단단한 내가 되는 법

by 리나권

나는 20살에 유럽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어린 나이에 진귀한 경험이었지만, 나에게 유럽 여행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나는 항상 이렇게 답했다.

"정말 좋았는데 조금 더 나이가 먹은 다음에 갔으면 더 좋았을 거 같아. 그땐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랐어."

어린 내가 겪었던 애매한 아쉬움. 책은 어린 내가 겪었던 그 애매한 아쉬움에 대해 설명해 준다. 어린 나는 경험이 부족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할까 고민해 본 적이 없었고, 당연히 취향도 없었다. 취향이 무엇인가? 취향이 왜 필요한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가가 인생에서 중요한 질문인가? 에 대한 답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아비투스에 관한 이야기다. 문화 자본, 사회 자본, 경제 자본 등의 자본들에 대해 설명하고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저자의 경험에 빗대어서 설명한다. 예를 들자면 아반떼로 시작한 차가 아우디까지 가는 이야기, 작은 월세방에서 시작해 전세를 살기까지의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고 공감할 이야기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취향이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로 정의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한다.


책을 읽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구절이 생각났다. '나는 누군가의 취향의 형성을 목격하고 있다.' 정확한 단어는 아니었지만 이런 맥락의 말이었다. 세상을 많이 경험하지 못한 소년이 여러 경험을 접하며 좋고 싫음을 판단하는 모습을 보며 한 이야기다.

유전으로 정해지는 취향도 분명 있겠지만 무언가를 '경험'하고 '소비'를 해야 취향은 형성된다. 나도 되돌아보면 루꼴라를 먹기 전에는 내가 루꼴라를 좋아하는지 몰랐고 옷을 많이 사 보기 전에는 어떤 옷을 내가 좋아하는지 몰랐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가난하면 자기만의 취향을 가지기가 힘들며 부유하다면 흔히 말하는 고급 취향을 누군가에게 의도적으로 형성시켜 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취향은 '계급'과 분리될 수 없다. 이런 면에서, 현대 사회에서의 취향은 계급을 은연중에 나타내는 또 하나의 아비투스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취향을 가져야 한다. 때로는 취향이 우리의 계급을 드러내기도 하고 때로는 취향이 우리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들기도한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나만의 취향이 있어야만,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을 만들 수 있다고.

취향은 나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 나보다 나아 보이는 취향을 가진 사람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상처 입힐 수도 있다. 그러나 취향이 없는 삶은, 나를 지켜줄 단단한 울타리조차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상처를 감수하더라도 취향을 가져야 한다.

현대의 취향은 나를 구성하는 요소이자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나를 구성하는 요소가 많아질수록,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확실할수록 나는 더 단단해진다. 사회가 정한 취향 계급도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고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


더 단단해지기 위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많은 것을 경험하고 용기 있게 도전하자. 내가 한 모든 경험들은 나의 취향을 형성하는 것에 도움을 줄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취향이 확실한 사람을 힙스터라고 불렀다. 우리 모두 '자신만의 방'을 가진, 단단한 힙스터가 되자.


"사람의 행복은 필시 효율의 정반대 편에 있습니다." 츠타야를 방문하고 난 후 다른 브랜드나 공간들도 내 돈을 가져갈 때 조금 더 예의를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p.117
누군가 만들어 놓은 계급도의 중간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삶은 아름다운가?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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